잇따른 맹견 사고에 정부까지 두 손 벗고 나서는 마당...맹견은 인재다?
사건에는 ‘숨은 1인치’가 있습니다. 견주인 강 아무개 씨는 대형 잡종견이 낳은 새끼 4마리를 키우고 있었다고 합니다. 논과 밭을 헤집는 멧돼지가 골칫거리였던 강 씨는 강아지들에게 산집승을 잡는 훈련을 시켰습니다. 사나운 사냥개로 길러진 개들은 결국 부부의 살점을 물어뜯었습니다. 인간의 욕심이 ‘맹견’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웅종 교수와 입마개를 하고 있는 도베르만. (이웅종 교수 제공)
개들이 인간을 공격하는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서면서 ‘맹견 6종’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은 도사견, 핏 불 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와 잡종, 그 밖에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큰 개 등 6종을 맹견으로 분류합니다.
맹견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간의 ‘이기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간을 공격하기 위해 태어난 개들은 없습니다. 품종개량으로 맹견의 투쟁성을 극대화시켰기 때문에 맹견으로 사는 것입니다. <일요신문i>는 ‘상근이 아빠’로 유명한 이웅종 천안연암대학교 동물보호계열 교수와 함께 맹견들의 탄생 비화를 추적해봤습니다.
도사견
도사견입니다. 일단 사진은 순해 보입니다. 하지만! 도사견들은 중간에 싸움을 말리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싸움을 계속하는 근성이 있습니다. 무게가 적게는 30kg에서 많게는 100kg를 넘는 대형견입니다. 도사견은 단단한 근육질을 갖춰 힘이 세고 인내심이 강합니다. 맹견 중에서도 최고의 ‘맹견’이지요.
도사견은 뉴스의 주인공으로 꾸준히 등장해왔습니다. 5월 28일 강원도 원주의 개 사육장에서 견주가 도사견에 물려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2년 전 경기도 포천에서 도사견 2마리의 공격을 받은 행인들은 팔과 다리를 크게 다쳤습니다. 2013년엔 도사견이 버스를 기다리던 모녀를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도사견에는 숨은 진실이 있습니다. 도사견은 자연발생한 견종이 아닙니다. 도사견의 원산지는 일본 고치현의 도사(とさ)입니다. 1800년경 일본 토종개들이 서양개들과 싸움에서 연속적으로 패하자 분노한 투견인들이 불도그, 그레이트 견 등 4개 종의 교배한 개가 도사견입니다. 투견을 위해 인간이 의도적으로 개량한 셈이지요.
이웅종 교수는 “도사견은 투견을 하기 위해 개량된 개입니다. 일본에서 투견이 성행하던 시대에 우리나라로 수입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도사견은 개고기용으로 그레이트 견과 교배됐습니다. 당시 울타리에 갇힌 도사견들이 많았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메리칸 핏 불 테리어
아메리칸 핏 불 테리어도 무시무시한 개입니다. 핏 불 테리어는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습니다. 목표물에 대한 집착도 강합니다. 고통을 참아내는 인내력이 남달라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개 ‘1위’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이웅종 교수는 “지구상 개들 중에 전투력이 가장 강한 개입니다. 도사견과 마찬가지로 핏 불 테리어는 한 번 물면 놓치지 않습니다. 물고 나서 입으로 털면 살점이 뜯겨져 나갑니다. 핏 불 테리어가 목표물을 한 번 물면, 자신이 죽는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습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구상 최고의 맹견답게 핏 불 테리어가 일으킨 사건의 규모도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입니다. 2016년 6월경 충북 청주시에선 2세 여자아이가 핏 불 테리어에 물려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지난해엔 핏 불 테리어에 물린 행인은 오른쪽 다리와 왼손가락 일부를 절단해야 했습니다.
해외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갑작스레 행인의 성기를 물고 놔주지 않는 핏 불 테리어를 경찰이 쏴 죽이는 아찔한 사고도 발생했습니다. 호주, 캐나다, 푸에르토리코, 싱가폴 등의 나라에서 핏불테리어를 사육하려면 특수한 자격증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웅종 교수는 “핏불 테리어도 투견으로 길러졌습니다. 상당히 영리하고 주인에게 잘하는 개이지만 네발 달린 짐승, 즉 다른 강아지한테는 엄청나게 강합니다. 한 번 이성을 잃으면 무조건 달려 들려는 습성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핏 불 테리어도 불도그과 테리어를 교배한 투견 출신입니다. 핏 불 테리어는 처음부터 맹견이 아니었습니다. 애정과 보호본능이 강하고 가축을 지키는 일을 하는 순종적인 개였습니다. 인간들이 점점 핏 불 테리어를 투견으로 이용하기 위해 투쟁본능을 가진 개들과 교배를 시킨 것입니다.
아메리칸 스탠퍼드셔 테리어
같은 핏줄을 지닌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와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도 맹견입니다.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의 고향은 미국입니다.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는 죽음을 불사하는 정신력과 민첩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도 크기에 비해 힘이 세고 튼튼합니다. 근육이 발달해 균형 잡힌 몸매를 갖추고 있고 육중한 머리 크기를 자랑합니다. 유난히 힘이 센 불 테리어는 아메리칸 스탠퍼드셔 테리어의 조상입니다. 목표물을 물면 놔주지 않습니다.
스텐퍼드셔 불테리어
하지만 두 개의 탄생 과정을 살펴보면, 인간의 ‘탐욕’이 보입니다. 불 테리어는 투견을 위해 소몰이용으로 이용된 불도그와 공격적인 테리어의 교배로 1800년대에 영국 스태퍼드셔 지방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투견 놀이가 영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불 테리어는 투견 애호가 사이에서 유명한 개였습니다. 미국으로 건너가 투견 대회를 휩쓸었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대형견을 선호했기 때문에 불테리어는 몸집이 큰 아메리칸 스탠퍼드셔 테리어로 점점 개량됐습니다.
로트와일러
로트와일러는 굵은 목과 다부진 몸집이 특징입니다. 체중은 평균 34~41kg 정도로, 80kg 이상의 초대형견으로 성장하기도 합니다. 로트와일러는 타고난 맹견으로 외부의 침입자를 맹렬히 공격합니다. 영리하고 집념이 강할 뿐 아니라, 훈련이 쉽고 충성심도 강해 경찰견이나 경호견으로 쓰입니다.
로트와일러는 한 번 이성을 잃으면 적으로 인식한 대상을 향해 무자비한 공격을 퍼붓습니다. 공격성이 심해서 노예제도가 있던 미국 남부에서는 흑인 노예가 탈출하면 로트와일러를 풀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실제로 2011년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집주인이 키우는 로트와일러에 세입자가 물려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습니다. 2012년 3월 로트와일러가 자신이 기르던 개를 공격하자 전기톱을 휘둘러 죽게 만든 남성이 최근 법원에서 금고형을 선고받은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로트와일러도 아픔이 있는 개입니다. 로트와일러의 시초는 로마 제국 시절 로마 병사들이 기르던 마스티프입니다. 18세기 당시 독일 로트바일시가 유럽 가축산업의 중심지가 되면서 가축 및 판매 대금 보호를 목적으로 경비견으로 로트와일러가 개량된 것입니다.
20세기 초 로트와일러는 미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수요를 따라가기 위해 근친교배로 수를 늘렸습니다. 로트와일러가 다른 개와 달리 폐사율이 높은 까닭입니다. 이웅종 교수는 “로트와일러는 블랙 계통입니다. 블랙 색소를 가진 개들은 어렸을 때 항체가 없어 질병에 약합니다. 특히 생후 2개월 미만 때 많이 죽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도고 아르젠티노
도고 아르젠티노는 ‘맹견 6종’에 포함된 견종은 아니지만 공격성이 강한 개입니다. 도고 아르젠티노는 순간 속도가 가장 빠른 견종 중에 하나입니다. 몸무게가 40∼45kg에 달할 정도로 대형견입니다. 근육질의 유연한 몸매와 강한 보호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에서는 도고 아르젠티노의 사육과 반입을 금지하거나 엄격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도봉구에서는 집에서 기르던 맹견인 도고 아르헨티나가 집 밖으로 뛰쳐나와 행인 3명을 물어 중상을 입히는 일도 있었습니다.
도고 아르젠티노는 맹견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맹견 6종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도고 아르젠티노를 후보군에 올려놨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웅종 교수 역시 “도고 아르젠티나, 캉갈, 케인 코르소 등은 함부로 밖에 막 끌고 나갈 수가 없습니다. 통제가 안 될 정도로 힘이 워낙 세기 때문에 맹견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고 전했습니다.
도고 아르젠티노의 원산지는 아르헨티나입니다. 1925년 아르헨티나의 안토니오와 아구스틴 마르티네즈 형제들이 야생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만들어낸 개입니다. 아르젠티노는 코르도바 파이팅 독을 중심으로 불테리어, 그레이트 데인, 복서, 잉글리쉬 포인터 등을 교배해 만들어졌습니다.
도고 아르젠티노 역시 1920년 이후 투견 목적으로 번식됐습니다. 도고 아르젠티노는 불테리어와 그레이트 데인으로부터 강한 기질과 거대한 체구를 물려받았습니다. 도고 아르젠티노의 몸집이 점점 커진 이유입니다.
맹견 사고가 급증하면서 성난 누리꾼들이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견주를 성토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견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내놓았습니다. 정부도 동물보호법에서 정한 맹견 6종의 확대를 검토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뭔가 놓치고 있는 느낌입니다.
맹견들은 처음부터 ‘맹’견이 아니었습니다. 맹견 탄생의 비화를 살펴보면. 인간들이 선택적 교배에 대한 욕심을 부릴수록 맹견들의 공격성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맹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조금은 다른 시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