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은 정계은퇴 선언, 소속 구의원들은 위원장 교체 진정서 제출
당협위원장인 나성린 전 의원이 최근 정계은퇴를 선언한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협 소속 현역 구의원들이 중앙당에 위원장 교체를 요구한 게 확인됐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하루 속히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는 거센 비판을 내·외부로부터 동시에 받고 있다.
부산진구갑 당협위원회 소속 부산진구의회 의원 세 명이 중앙당에 위원장 교체를 요구하며 보낸 진정서 사본의 일부 모습.
우선, 당협위원장인 나성린 전 의원은 최근 측근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전격적으로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건강상의 문제로 요양을 해야 한다. 정계를 은퇴하겠다’라는 게 메시지의 주된 요지였다.
나 전 의원은 측근들에게 심경을 밝힌 이후 10일 현재까지 자유한국당에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구체적인 입장을 전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정계은퇴를 선언한 나성린 전 의원.
이들 세 명의 의원은 위원장 교체의 사유로 나 전 의원이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시의원 경선 후보자가 같은 당 현역 시의원을 선거법위반으로 고발했는데도 그에게 공천을 준 사례를 우선 거론했다.
특히 고발한 자를 공천한 사례가 없고 배임 등의 전과가 있음에도 불구, 측근이라는 이유로 무리하게 공천을 줬다고 지적했다.
현역 기초의원 5명 가운데 3명이 당원협의회에서 이탈하는 등 리더십 부재로 인해 지역구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사유로 들었다.
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하계열 부산진구청장이 당시 새누리당 소속 부산의 기초자치단체장 가운데 제일 먼저 탈당한 것도 위원장의 책임이라고 적시했다.
자유한국당 부산진구 전직 시·구의원 모임인 부산진구의정회 회원 가운데 부산진구갑 당협위원회에 소속된 25명이 나성린 위원장을 겨냥하며 중앙당에 출당조치 청원서를 제출한 일도 사유로 함께 꼽았다.
나 전 의원의 측근인 부산진구갑 소속 A 구의원이 같은 당 소속 부산진구의회 의원 9명을 검찰에 고발해 당의 명예를 떨어뜨린 점도 빼놓지 않았다.
이들 세 명의 구의원은 진정서에 첨부된 교체촉구서를 통해 “현 당협위원장으로는 조직을 유지하기에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빠른 시일 안에 교체해 주민들과 당원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이 내세운 표면적인 사유 외에도 주된 이유는 따로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의 심장이자 보수의 텃밭을 상대 진영에 뺏겼다는 점에서 오는 위기감이 위원장 교체 요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지역민으로부터 외면당한 위원장으로는 점점 눈앞으로 다가오는 내년 지방선거를 장담할 수가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 교체 요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부산진구갑 선거구는 줄곧 보수진영 인사를 국회의원에 당선시키다가 20대 총선에서 표심을 바꿨다.
2000년 이후만 살펴보면 16대부터 19대까지 정재문·김병호·허원제·나성린 전 의원 등이 바통을 이어받듯이 이겨오다가, 20대에 이르러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승리의 깃발을 꽂았다.
특히 19대 당시에는 나 전 의원이 삼자대결이란 힘든 구도 속에서도 김영춘 장관을 따돌리고 당선됐지만, 20대에선 맞대결이란 유리한 싸움에서도 패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부산진구갑 당원협의회가 이처럼 자중지란의 모습으로 흔들리자 해당 지역 보수성향의 인사를 중심으로 조직 정비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나타나 주목된다.
부산진구의정회와 우진회 등은 주민자치위원회, 새마을협의회 등 유관단체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매주 두 차례씩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 가운데 한 명인 박정길 전 시의원(우진회장)은 “부산의 중심인 부산진구에서 당원협의회가 유명무실화 돼선 안 된다. 중심이 무너지면 부산 전체가 위험해진다”면서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하루 속히 조직을 정비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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