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몸값…‘승자의 저주’ 우려 해소가 관건
ADT캡스에 공개적으로 관심을 보인 대기업이 사실상 없는 가운데 남은 후보군은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 TPG(텍사스퍼시픽그룹) 등 글로벌 PEF로 좁혀진다. 사진=ADT캡스 홈페이지.
ADT캡스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693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4년 인수 당시 매출 6269억 원과 비교하면 10% 이상 성장한 것이다. 당기순이익도 2012~2014년 257억~447억 원에서 2015~2016년 405억~1094억 원으로 늘었다. 업계가 추산하는 보안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7%다.
보안산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무인경비 부문은 소가족 및 1인 가구 확대, 공공부문 수요 증가 등과 맞물려 최근 몇 년간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인력경비 시장 위축과 정보통신(ICT)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도 무인경비 업체엔 호재였다. 매출액 기준 ADT캡스는 20% 중후반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데 에스원의 점유율인 50~55%를 더하면 두 업체가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업체는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가격 담합 사실이 적발돼 과징금 부과 조치를 받기도 했다.
KT 자회사인 KT텔레캅은 ADT캡스에 이어 무인경비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 중이다. 업계가 추산하는 KT텔레캅의 점유율은 14~15%다. 만약 KT텔레캅이 ADT캡스를 인수한다면 단번에 에스원과 양강 구도를 구축할 수 있다. 칼라일은 최근 비공개로 ADT캡스 인수 후보들과 접촉했는데 후보군엔 KT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과거 에스원 매각설이 돌았을 때 SK가 인수 후보로 거론된 것처럼 ADT캡스 인수 후보로 KT가 지목된 것은 자연스런 일”이라고 전했다.
KT는 시장 포화 상태인 이동통신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디어, 부동산, 에너지 부문 등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왔다. KT텔레캅을 통한 보안사업 육성도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KT는 ADT캡스의 높은 인수가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임기 보장을 위해 단기성과가 중요한 KT 경영진이 장기적인 투자 회수가 필요한 ADT캡스에 거액을 쏟아붓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보안산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무인경비 부문은 소가족 및 1인 가구 확대, 공공부문 수요 증가 등과 맞물려 최근 몇 년간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인력경비 시장 위축과 ICT(정보통신)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도 무인경비 업체에겐 호재였다. 사진=ADT캡스 홈페이지
특히 올 초 연임에 성공한 황창규 KT 회장은 케이뱅크 등이 포함된 ‘5대 플랫폼 사업’ 육성을 공언했는데 KT텔레캅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모습이다. 앞의 보안업계 관계자는 “인수가가 낮아지지 않는 한 KT가 본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전했다.
2014년 업계 4위인 네오에스네트웍스(NSOK)를 사들인 SK 역시 ADT캡스 인수와 거리를 두고 있다. NSOK의 연매출은 700억 원대로 ADT캡스의 10분의 1 수준이다. 당초 SK가 보유한 ICT 기술을 보안서비스와 접목해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됐던 NSOK는 높은 진입장벽만 확인한 채 상위권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KT와 마찬가지로 SK가 ADT캡스를 인수한다면 단번에 보안업계 강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
하지만 SK가 일찌감치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배팅’한 것과 달리 ADT캡스 인수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인수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보안업계 다른 관계자는 “SK가 (ADT캡스보다) 잠재 매물인 에스원 보안사업 부문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SK 측은 “이미 NSOK를 인수한 상황에서 ADT캡스 인수가 필요한지 검토해야 하고, 정해진 것은 없다”고 답했다.
IB업계 일각에선 2000년대 들어 M&A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롯데도 인수 후보로 보고 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등 유형 자산을 대거 보유한 롯데가 무인경비업체를 인수한다면 시너지를 낼 것이란 이유다. 그러나 롯데 역시 인수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다. 롯데 측은 “아무래도 우리가 그동안 M&A에 많은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ADT캡스를 포함해 여러 매물을 (인수를 위해) 검토한 적이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인수전을 흥행시키기 위해 (매물에 관심 없는) 대기업을 끌어들이는 것이 일종의 관행 아니냐”고 반문했다.
ADT캡스에 공개적으로 관심을 보인 기업이 사실상 없는 가운데 남은 후보군은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 TPG(텍사스퍼시픽그룹) 등 글로벌 PEF로 좁혀진다. 하지만 PEF의 경우 3조 원을 들여 ADT캡스를 인수한다 하더라도 향후 엑시트(매각 등을 통한 투자 회수)가 어렵다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비싼 값에 인수한 만큼 비싸게 팔아야 하는데 살 곳이 없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다. 2012년 코웨이 지분 31%를 1조 2000억 원, 2015년 홈플러스를 7조 원에 각각 인수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MBK)가 아직까지도 이 둘을 매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또 에스원과 달리 ADT캡스의 사업 영역은 국내에 한정돼 있다는 것도 투자를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ADT캡스는 2014년 칼라일 인수 당시와 비교해 인건비 지출이 2998억 원에서 2780억 원으로 줄었다. 줄어든 인건비만큼 당기순이익은 소폭 증가했다. 2015년에는 1094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지만 다음해에는 국세청 세무조사로 857억 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이는 ADT캡스의 영업 실적이 칼라일 인수 전후로 일부 고평가됐을 가능성을 뜻한다. 앞의 보안업계 관계자는 “ADT캡스의 매력은 분명하지만 비싼 인수가가 해소되지 않는 한 누구도 쉽사리 인수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M&A 최대어로 꼽혔던 홈플러스는 7조 원이란 막대한 매각가 때문에 주인을 찾지 못하면서 MBK는 결국 개별점포(서울 강서점)별로 매각하기 시작했다. 코웨이와 관련해서도 MBK는 지분을 쪼개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하기에 이르렀다. 한 덩어리로는 코웨이와 홈플러스의 막대한 매각가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ADT캡스의 경우, 쪼개 팔 수 있는 부문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처지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