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홍업씨에 대한 혐의를 찾아낼 수 있었던 데는 측근들에 대한 압박수사와 ‘술집마담’들의 증언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관계자들은 성환·진걸씨가 수사 초기부터 홍업씨 부분에 대해서는 일체 입을 열지 않아 상당한 애로를 겪었다고 한다. 결국 검찰이 택한 묘수는 이들을 서로 갈라놓는 이간책과 이들이 홍업씨와 함께 자주 다녔던 강남 일대 술집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간접 조사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홍업씨 일행이 자주 다녔던 강남 일대 고급 술집 종사자 10여 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조사했다. 이들은 검찰에서 홍업씨 일행이 누구와 술자리를 같이 했는지, 술값은 얼마나 나왔으며, 누가 지불했는지 등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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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종사자들에 따르면 홍업씨의 술자리에는 성환·진걸씨가 대부분 함께 했다고 한다. 또 이들의 술자리에는 스폰서 역할을 하는 인사들이 한둘씩 꼭 동석했다고 한다. 검찰이 술집 종업원들을 소환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술자리에 어떤 인사들이 있었는가는 청탁과 대가성 여부를 포착하는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
홍업씨 일행은 대기업 회장 아들, 건설사 대표, 호텔 사장, 항공사 핵심관계자 등을 술자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얼굴을 익혔다는 게 종사자들의 전언이다. 강남 모처에 있는 술집 A의 B씨는 “R호텔 L사장, C항공 D사장 그리고 기업 회장으로 자신을 소개한 여러 분들이 김 회장(홍업씨)과 술자리를 같이 했다”고 말했다.
홍업씨 사법처리에 결정적 역할을 할 S건설 전 아무개 사장도 이들 중 한 명. 전 사장은 부도난 자신의 회사가 화의인가를 받는데 대한 청탁 명목으로 성환·진걸씨에게 10억원을 전달했고 이중 3억원이 홍업씨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정황을 검찰은 확보했다.
홍업씨와 술자리를 같이 한 기업인들이 어떤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호텔업계에서는 R호텔이 한때 카지노 사업에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C항공은 DJ정권 초기 정부가 제시한 기업 부채비율 200% 가이드라인 유지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모기업으로부터 계열사로 분리되는 과정에서 편법이 동원됐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홍업씨는 또 기업관계자들뿐 아니라 청와대, 법조계, 고향·학교 선후배들과도 술자리를 가졌다는 게 술집 종사자들의 한결같은 진술이다. 술집 B에서 일하는 C씨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직책을 사용한 분도 있었고 검찰과 군의 고위직을 지낸 분들이 현직에 있을 때 그분(홍업씨)과 같이 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편 홍업씨 일행과 술자리를 같이 했다는 이들은 한결같이 “만난 적이 없다” “가볍게 술을 했을 뿐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세간의 의혹을 극구 부인했다.
군 고위직을 지낸 K씨는 “개인적으로 나가는 단체의 총회나 관련 모임이 있을 때 홍업씨를 만난 적은 있다”면서도 “개별적으로 만나 식사를 하거나 술자리를 한 적은 없으며 그럴 입장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군 요직에 있을 때 홍업씨를 만났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술자리에 대해 극구 부인했다.
검찰 고위직을 지냈던 S씨도 술자리에 대해 부인했다.
R호텔 L사장은 “홍업씨가 우리 호텔 중식당과 일식당을 자주 이용해 고마움을 표시하는 차원에서 한두 번 모신 적이 있다”며 술자리를 같이 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호텔과 관련해 무슨 부탁을 한 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C항공사측 D사장은 홍업씨와 만난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런 적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홍업씨의 술자리에 대해 검찰은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S건설 전 사장을 재소환해 술자리를 하게 된 경위와 청탁여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홍업씨는 지난 2월 아태재단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한창이었던 때에도 술집을 드나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DJ정권의 산실이자 자신이 부이사장으로 있는 아태재단에 대해 검찰이 목을 조여오자 이를 달래기 위해 술집을 찾았다는 게 홍업씨를 잘 아는 인사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당시 홍업씨로서는 근신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고급 술집을 들락거렸다는 것은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술자리에서 홍업씨를 자주 본 한 종업원은 “(홍업씨가) 술을 좋아했지만 술자리를 편하게 생각하지는 않아 보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홍업씨는 누군가에 의해 준비된 술자리에 어쩔 수 없이 나가게 된 걸까. 술자리가 로비의 장소였다는 결정적 증거는 없지만 불행의 씨앗이 술자리에서 싹텄다는 사실은 홍업씨 주변에서 여럿 확인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