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겉으론 친여성 행보 뒤로는 수십 명 성추행
그의 스캔들이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그동안 그가 보여줘왔던 친여성적인 행보 때문이다. 페미니즘 운동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밝혀왔던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장녀인 말리아를 ‘와인스타인 컴퍼니’에 인턴으로 고용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스캔들 직후 여론은 싸늘하게 식은 상태다.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등 정치인들이 그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할리우드 배우들 역시 그의 파렴치한 행각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미국와 영국의 아카데미상 단체의 회원 자격은 박탈됐는가 하면, 자신이 설립한 ‘와인스타인 컴퍼니’에서도 즉각 해고됐다.
전문가들은 만일 기소만 된다면 최고 징역 25년형까지 가능하긴 하지만, 증거가 확실하지 않을 경우에는 기소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게 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한다. 다만 할리우드에서 영원히 퇴출될 것이라는 사실 하나만큼은 명확할 뿐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30년 간 와인스타인이 성추행 및 성폭행을 저지른 여성들은 수십 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최소 여덟 명에게는 합의금을 주고 입막음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 보도 후 하나둘 폭로되고 있는 피해 여성들의 생생한 증언들은 다음과 같다.
귀네스 팰트로는 22세 때 하비 와인스타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귀네스 팰트로
“와인스타인이 영화 <엠마>를 제작하면서 나를 주연으로 캐스팅했었다. 영화 촬영이 시작되기 전 그가 미팅을 하자는 명목으로 나를 베벌리힐스의 한 호텔로 불러냈다. 그 곳에서 와인스타인은 내 손을 잡고 침실로 가서는 마사지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팰트로의 나이는 22세였다. 팰트로는 “출연 계약을 맺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겁이 났었다”고 말하면서 “나는 당시 그의 요구를 거절한 채 호텔방을 나왔고, 당시 남친이었던 브래드 피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이 사실을 전해 들었던 피트는 얼마 후 시사회장에서 만난 와인스타인에게 “다시는 팰트로에게 손대지 말라”고 경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팰트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엠마> 배역을 맡았으며, 그후 와인스타인이 제작한 또 다른 영화인 <셰익스피어 인 러브>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앤젤리나 졸리
<뉴욕타임스>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졸리는 신인 시절이던 1990년대 후반, 와인스타인이 호텔방으로 불러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을 요구했던 적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당시 이런 제안을 거절했던 졸리는 그후 다시는 와인스타인과 일하지 않았으며, 다른 여성들에게도 그를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헤더 그레이엄
그레이엄은 2000년대 초반, 와인스타인으로부터 성접대 요구를 받은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다음과 같이 폭로했다. “그의 전화를 받고 사무실로 갔더니 책상 위에 대본 여러 개가 놓여 있었다. 그는 내게 ‘너를 이 영화 가운데 하나에 캐스팅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작품을 고르라고 했다. 그는 집 밖에서는 누구와도 잠자리를 가져도 된다고 아내와 합의했다고도 말했다. 나는 불편한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캐스팅 조건으로 그와 잠을 자야한다는 조항은 없었다. 하지만 숨겨진 조건은 분명히 있었다.”
#카라 델레바인
영국 출신의 모델 겸 배우인 델레바인은 이제 막 할리우드에 입성한 신인 배우다. 레즈비언인 그녀는 할리우드에서 일하기 시작할 무렵 와인스타인으로부터 ‘불편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와인스타인은 만나는 친구들 가운데 누구누구와 잠자리를 했는지 캐물으면서 “만일 네가 정말 동성애자라면 절대 할리우드에서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그로부터 1~2년 후 당시 출연 계약을 맺은 영화와 관계된 일로 와인스타인을 다시 만났던 델레바인은 “그가 호텔방으로 나를 불러 강제로 입술에 키스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역은 맡을 수 있었지만 영화를 촬영하는 내내 불쾌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애슐리 주드
와인스타인이 제작한 영화 <키스 더 걸>을 촬영하던 당시, 그가 묵고 있던 호텔방에서 끔찍한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조찬 미팅인 줄로만 알고 호텔방을 방문했었던 주드는 하지만 방 안에서 목욕 가운을 입고 있는 그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와인스타인은 주드에게 마사지를 해줄 것을 요구했고, 이를 거절당하자 이번에는 샤워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도록 요구했다. 그 후에도 와인스타인은 비슷한 요구를 반복적으로 해왔고, 주드는 그때마다 이런 요구를 완곡하게 거절해야 했었다.
#미라 소르비노
1995년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참석했을 당시 호텔방에서 와인스타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와인스타인은 그녀에게 어깨 마사지를 강요했고, 이어 더 적극적인 육체적 접촉을 시도해 그녀를 불쾌하게 했다.
그의 요구를 거부하자 그후 캐스팅에서 제외되는 등 불이익을 당했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 지난 10일 트위터를 통해 소르비노는 “침묵을 깬 자매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나는 그렇게 하기가 어려웠다. 다른 사람들도 그랬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힘을 되찾았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로즈 맥고완
와인스타인이 제작했던 1996년 영화 <스크림>에 출연했을 때 그녀의 나이는 23세였다. 이듬해 선댄스영화제에 참석했을 때 호텔방에서 와인스타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당시 그녀는 소송하지 않는 대가로 와인스타인으로부터 10만 달러(약 1억 원)를 받았다.
#케이트 베킨세일
17세 때 호텔방에서 와인스타인을 만났던 그녀는 당시 와인스타인이 목욕가운을 입은 채 나타나자 당황했다. 베킨세일은 “당시 나는 순진하고 어렸다. 그리고 나이 많고 매력 없는 남자가 행여 내가 자신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그가 권하는 술을 마다하고 학교에 가야 한다는 핑계로 방을 빠져 나왔던 그녀는 그후에도 계속된 끈질긴 그의 요구를 거절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그녀는 “그는 어떤 때는 고함을 지르면서 욕을 퍼부었다. 그리고 협박도 했다”고 말했다.
#레아 세이두
프랑스 배우이자 <007 스펙터>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세이두는 패션쇼장에서 만났던 와인스타인이 호텔방에서 자신을 강제로 겁탈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소파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가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강제로 키스를 하려고 했다”고 말하면서 “덩치 큰 그 남자로부터 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온힘을 다해 저항해야 했다”고 말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