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의 한 고위 관계자가 김종필 총재를 두고 한 말이다. 익명을 전제로 이 관계자는 JP의 당 장악력이 떨어졌음을 시인했다. 6·13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을 볼 때 JP의 정치생명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충청도에서 JP 인기가 없어도 너무 없더라”고 전했다.
6·13지방선거에서 JP는 충청권 사수에 실패했다. 충북도지사는 이원종 지사가 한나라당으로 전격 입당하면서 구천서 후보가 부랴부랴 나서긴 했지만 시간상 역부족이었다. 대전에선 2선의 홍선기 시장이 지역맹주를 자처하면서 자신있게 수성에 나섰다. 하지만 이 자리도 한나라당에 빼앗기고 말았다. JP로선 큰 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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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련 일부 의원들은 “홍 시장이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했다”며 “자신의 역량만 믿고 도움을 청하지 않은 게 패인”이라 지적한다.
그러나 다른 의견도 제기된다.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JP가 내려와서 지지 유세를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는 것이다. 충청권을 수성하려는 JP의 안간힘과는 대조적으로 지역 민심은 자민련에 대해 과거보다 회의적이었다.
자민련 소속 일부 유력후보들은 ‘JP의 후광’이나 ‘민주당과의 공조’의 수혜보다는 자신들의 조직과 지역에서의 후보 지명도 활용에 더욱 신경을 썼다. 일각에선 “자민련 당가만 틀면 안좋은 소리하는 유권자들도 많아졌다”고 지적한다.
자민련 일부 의원들은 “대선후보가 없는 당에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무리”라 밝힌다. 이회창이란 대선후보가 있는 한나라당에 비해 자민련은 상대적으로 너무 초라해 보였다는 지적이다. DJ정권 출범 초기 공동정권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건만 충청지역에 돌아간 수혜가 거의 없다는 것 역시 충청민심을 악화시켰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일부 의원들의 이탈설도 자민련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대변한다. 익명의 자민련 고위 관계자는 “전국구를 제외한 지역구 의원 9명이 모두 딴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힌다. 이 관계자는 “한번 누군가 탈당하면 경쟁적으로 탈당 도미노 사태가 뒤따를 것”이라 덧붙였다.
최근 자민련 소속 4명의 의원들은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한나라당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의원들은 현재 주요 당직을 맡고 있거나 6·13지방선거에서의 역할이 기대됐던 인사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JP의 지방선거 후보직 제의를 거절했음은 물론 선거전에서의 역할도 미흡했다. 장래에 대한 포석으로 해석하는 인사들이 많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민주당 역풍을 고려해 이들의 영입을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8·8재보선 등을 통해 과반수 의석 확보는 ‘무리수’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결국 자민련 내부에서 JP에 대한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 총재님을 일컬어 ‘노추(老醜)’라 지칭하는 사람도 있다”고 밝힌다. ‘늙고 추한’ 모습이란 다소 거친 표현이다. 이 관계자는 “외부는 물론 당내에서도 총재님의 ‘2선 후퇴론’이 꿈틀거리는 실정”이라 밝혔다.
그러나 JP 없는 자민련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자민련 의원들은 “아직은 JP가 당을 지켜줘야 한다”며 대안부재론을 내놓는다. JP가 2선으로 물러나면 다가오는 정계개편 등에 대해 대처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부 의원들은 “이인제 의원이나 박근혜 정몽준 의원 같은 사람들이 JP가 물러난 자민련과 손을 잡겠는가”라고 역설하기도 한다.
JP는 최근 문단속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자민련 관계자에 따르면 지방선거 이후 소속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움직이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분명 JP는 자민련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선 후퇴론’까지 제기되는 JP의 위상은 분명 예전과는 달라 보인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