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 빠진 ‘더 유닛’ 밋밋하다 혹평…연출 탄탄한 ‘믹스나인’ YG에 의한 YG를 위한 잔치?
# ‘절박함’ 앞세웠지만 ‘리부트’는 부족했던 <더 유닛>
<더 유닛>은 ‘리부트’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과거 데뷔를 했던 이들에게 다시금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 최초의 기획의도였다. 이미 해체한 걸그룹 스피카의 멤버 양지원, 티아라와 에이프릴에서 각각 탈퇴한 한아름, 이현주 등의 등장은 <더 유닛>이 지향하는 바와 정확히 일치했다.
하지만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출연자도 적지 않았다. 빅스타는 멤버 필독의 활약으로 깊은 인상을 줬으나 이미 데뷔해 활동 중인 현역 아이돌 그룹이라 <더 유닛>의 기획의도에 맞지 않는 출연자라는 의견이 많았다. 유키스의 준 역시 마찬가지다.
나무엑터스 소속 신인 배우인 이정하는 <더 유닛>의 정체성에 의문부호를 붙인 출연자였다. 그는 기본기조차 갖춰지지 않은 춤과 노래를 선보였으나 심사위원 6명 중 4명에게 합격 판정을 받았다. 심사위원 스스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선택”이라고 했지만 그의 실력보다는 매력을 높이 샀다.
KBS 2TV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더 유닛’ 홍보 영상.
이는 절박한 출연진에게 다시 설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더 유닛>의 포부에 생채기를 냈다. 어떤 준비도 없이 무대에 오른 이정하에게서 가능성은 보였을지 몰라도 절박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비를 비롯해 현아, 황치열, 태민, 조현아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은 ‘선배’라 불린다. 따끔한 질타와 독설보다는 상처입고 절실한 출연자에게 선배로서 따뜻한 조언을 해달라는 의도일 수 있다. 하지만 촌철살인 조언과 정확한 진단이 아니라 격려와 감상평만 난무하다보니 <더 유닛>은 긴장감이 크게 떨어졌다.
출연진이 순차적으로 등장해 무대를 펼친 후 심사평을 듣는 1차원적인 편집 역시 도마에 올랐다. 이미 다양한 구성을 갖춘 숱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노출됐던 시청자들은 “밋밋하다”는 혹평을 쏟아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더 유닛>이 착한 예능을 표방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정글이라 불리는 연예계에서 부활할 멤버들을 꾸리는 것이라면 어설픈 격려보다 정확한 충고가 지도가 더 필요하다”며 “<더 유닛>은 첫 회를 통해 포맷, 심사평, 출연진 구성 등 보완해야 할 문제점을 확연히 드러냈다. 향후 이를 극복해가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 한동철의 연출 돋보였으나 ‘YG표 예능’ 뛰어넘어야 하는 <믹스나인>
<믹스나인>은 <프로듀스 101>을 비롯해 <쇼미더머니> 등의 산파 역할을 했던 한동철 PD의 신작이다. 그의 연출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는 것처럼 <믹스나인>은 다양한 화면 구성과 새로운 서바이벌 방식을 택해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
심사위원인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YG) 대표가 각지에 있는 연예기획사를 직접 방문해 원석을 발굴하는 ‘찾아가는 서비스’라는 역발상을 시도했다. 특히 강화도 산골에 있는 연예기획사를 방문한 것은 정말 신선했다. 그리고 선발된 이들을 데뷔조와 연습생조로 나누어 버스에 태웠다. 데뷔조의 정원인 9명이 모두 탑승한 후, 추가로 데뷔조에 합격한 출연자가 기존 합격자 중 한 명을 데뷔조 버스에서 밀어내는 구성 역시 긴장감이 흘렀다. 중소 기획사에 속해 탄탄한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전전긍긍하는 출연자들의 이야기도 밀도 있게 그려졌다.
JTBC ‘믹스나인’ 제작발표회. 사진=‘믹스나인’ 홈페이지
하지만 <믹스나인>은 태생부터 ‘YG 예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양현석 대표 외에 빅뱅의 멤버인 태양와 승리, 2NE1 출신인 씨엘, YG의 레이블에 몸담은 자이언티 등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YG 대표 프로듀서인 테디가 곡을 쓰고, 향후 지드래곤까지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것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물론 업계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의 조합이지만 YG에서 한솥밥을 먹는 이들로 구성돼 그들의 입맛에 따라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며 “한동철 PD 역시 YG 소속이기 때문에 결국은 YG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그룹을 꾸리는 데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고 불편한 시각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양현석 대표는 <믹스나인>의 제작발표회에서 오히려 “YG가 제작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차별성”이라며 “SM의 어떤 가수를 보며 ‘YG의 색을 입히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데, 지난 10년 동안 해왔던 이런 생각들이 ‘믹스나인’을 통해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견 수긍이 가는 설명이다. 하지만 <믹스나인>과 관련된 기사의 댓글에는 “아이콘, 위너 등 소속 그룹들 먼저 챙겨달라”는 내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YG를 향한 대중의 반감 역시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항상 논란과 화제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한동철 PD와 YG가 극복해가야 할 숙제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