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만에 ‘블레이드 러너’ 속편에 출연한 해리슨 포드. ‘블레이드 러너 2049’ 스틸컷. 사진=소니 픽처스
해리슨 포드가 이렇게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스타워즈> <인디아나 존스> 등 헐리우드 대표 프랜차이즈 영화 시리즈의 도움이 컸다. 그리고 그는 최근까지도 그 영화들의 덕을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해리슨 포드가 최근 10년간 출연한 영화는 모두 13편이다. 그런데 이 영화들 중 과거 그가 출연했던 프랜차이즈 영화의 속편이 3편이다. 2008년작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털 해골의 왕국>과 2015년작 <스타워즈 7-깨어난 포스>, 그리고 최근 개봉한 <블레이드 러너 2049>가 그것이다. 비중이 약 20%를 차지한다. 특히나 이들 영화를 제외하고는 흥행에 성공하거나, 해리슨 포드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영화가 없었다.
앞서 3편의 영화에서 해리슨 포드는 배역 역시 과거 자신이 연기했던 캐릭터 인디아나 존스(<인디아나 존스>)와 한 솔로(<스타워즈>), 릭 데커드(<블레이드 러너>)를 그대로 잇고 있다. 과거의 영화 캐릭터로 현재 마치 ‘연금을 받듯’ 출연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워즈 7- 깨어난 포스’에 한 솔로로 출연한 해리슨 포드. ‘스타워즈 7’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다만 해리슨 포드도 액션을 소화하기에는 점점 나이를 먹은 것일까. 영화 속 그의 움직임이나 비중은 달라졌다.
2008년으로 비교적 가장 먼저 찍은 <인디아나존스: 크리스털 해골의 왕국>에서 해리슨 포드는 주연으로 영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전면에 나섰다. 과거의 날렵함은 다소 줄었지만, 뛰고 구르고 치고받으며 나름 녹슬지 않은 액션 연기를 보여줬다.
이어 <스타워즈 7-깨어난 포스>에서 해리슨 포드는 새로운 3부작의 새로운 캐릭터들의 시작과 과거 스토리를 연결하는 조연 역할을 수행하며 영화 중반부터 등장했다. 심지어 영화 말미 아들 카일로 렌(아담 드라이버 분)의 광선검에 맞아 사라지고 만다.
최근작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는 스토리의 키를 쥔 인물로 영화 말미에 잠깐 등장한다. 해리슨 포드의 이번 영화 속 모습을 보면 메이크업은 한 건지, 코디는 있었는지 싶을 정도로 초췌하게 등장한다. 심지어 액션 장면마저 거의 없고, 화려하지도 않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K(라이언 고슬링 분)와 러브(실비아 획스 분)가 바다에서 치열한 격투를 벌이고 있을 때 침수하는 스피너(비행자동차) 좌석에 손이 묶여 익사할까봐 버둥대는 해리슨 포드의 모습은 처량해 보일 정도다.
이처럼 영화가 거듭될수록 나이듦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해리슨 포드지만 스크린에 등장할 때마다 올드팬들에게는 향수를 자극하고, 영화에 무게감을 더해준다. (앞서 세 편의 영화들의 예고편에서 해리슨 포드의 영화 첫 등장 장면을 가져다 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해리슨 포드가 왜 한 시대를 주름잡은 배우였는지, 그가 어떻게 과거 프랜차이즈 영화의 새 시리즈에 ‘연금을 받듯’ 다시 출연할 수 있는지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다.
한편 <인디아나 존스> 5편이 오는 2020년 개봉 예정이라고 한다. 해리슨 포드는 이 영화에도 출연을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3년 후 해리슨 포드는 자신의 대표 프랜차이즈 영화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