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출점으로 오히려 인근 전통시장 매출액 상승 / 대형마트 규제 전통시장 활성화 안돼… 자구노력 우선돼야
건축허가를 신청한지 5년만인 최근 완공한 양평 롯데마트 건물. 시장상인회가 군수와의 간담회에서 ‘상생협의’를 하겠다는 약속을 져버리면서 개점이 기약없다.
[양평=일요신문] 김현술 기자 = 본지가 4회에 걸쳐 보도한 롯데마트 양평점 입점에 관한 기사에 대한 반향이 예상 외로 뜨겁다.
본지는 롯데마트가 건물을 완공해 놓고도 시장상인회가 상생협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 준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상세하게 다뤘다.
기사가 나간 뒤, 만나 본 대다수의 주민들은 조속한 입점을 바랬으며, 이중 일부는 상생협의조차 거부하고 있는 시장상인회를 강하게 비난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주민들은 하나같이 “롯데마트가 안 들어온다고 식료품 가게 하나 없는 양평시장에 장을 보러갈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인근 하나로마트나 메가마트, 남한강마트, 경기할인마트 등을 이용하지, 먹거리 식당이나 옷가게, 이불가게만 있는 양평시장에 가진 않는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말고도 이미 양평읍 여기저기 대형마트들이 들어와 있는데 롯데마트와 재래상권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주장이다.
물론 정식여론조사는 아니지만 주민 대부분이 하루속히 롯데마트가 들어오기를 원하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앞서 2015년 1월 모 지역신문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0% 정도가 롯데마트 입점을 찬성한 것으로 나타난 적이 있다. 특히 양평읍내 상인들 64.9%가 입점을 찬성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여기에다 대규모점포 규제 강화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규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전통시장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1997년 제정한 유통산업발전법을 2010년 개정하여 전통상업보존구역의 500m 거리 이내에 대규모 점포 등의 출점을 3년 간 제한했다. 이어 2013년 1km로 조정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지만 대규모점포 개설 이후 지역 소상공인들은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평 롯데마트 역시 시장상인회의 반대로 5년간 입점이 지연되고 있지만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에 대한 성과는 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시장활성화를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며 롯데마트 입점을 5년째 반대하고 양평물맑은시장.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미 전통시장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대형마트 주변 소상공인 80% “매출 하락 없었다”
대형마트 규제로 편의점과 온라인 매출만 늘어
중소기업연구원의 ‘대규모점포 확장에 따른 소상공인 경영실태 및 지역경제 영향 분석 연구’에 따르면 국내 4개 복합몰 주변 소상공인 80%가 “복합쇼핑몰 오픈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규제 역시 전통시장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못했다. 의무휴업 이후 대형마트의 카드 결제액은 줄었지만, 주변 전통시장과 개인슈퍼마켓 소비도 같이 감소했다. 오히려 편의점이나 온라인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과학기술대 경영과 조춘한 교수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유통 규제 효과 분석 및 대중소 유통상생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규제를 받은 대형마트 소비가 줄었고 2016년부터는 전통시장과 개인슈퍼마켓 소비도 줄었다. 같은 기간 편의점 소비액은 4배, 온라인 소비액은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대형마트로 향하던 소비자 발길이 전통시장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오히려 둘 다 매출을 하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스스로 소비자를 이끌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대규모점포 규제만으로 활성화되기는 어렵다.
인천대 문상일 법학부 교수는 유통 규제 관련 토론회에서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지 못한 유통기업은 결코 시장에서 생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경쟁 상대가 아닌 상호보완관계라는 주장도 있다.
조춘한 교수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출점이후 반경 3km이내에 있는 전통시장의 매출액이 오히려 상승했다. 결국 대형마트와 전통시장·골목상권이 함께 고객을 유치해야 지역 쇼핑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상생사례로 ‘주목’
전통시장과 손잡아 집객 효과 및 추가 매출 올려
이런 가운데 인근 여주시와 시장상인회가 이마트와 함께 진행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4호)’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마트는 시장 상인회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신선식품’과 ‘로컬푸드’를 파는 새로운 콘셉트의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추진했다.
이마트 상생스토어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한 곳에서 공존하는 형태의 판매점이다. 전통시장의 주력 제품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없는 부분을 채워줘 고객들이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여주한글시장상생스토어는 매장면적의 10%를 할애해 노브랜드 PL 상품 형태로, 규격화 된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신 이마트는 시장의 주력 품목인 패션·잡화 등 관련 상품을 판매 품목에서 제외했다.
여주 한글시장은 공산품이 주력이기 때문에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시장 내에 전혀 없어 신선식품을 구매하기 힘들고 구색이 부족한 ‘반쪽’짜리 시장이었다. 양평물맑은 시장과 판박이다.
상품 구색의 부족에 따른 소비자 불편이 고객 감소로 이어지면서 시장의 영업환경이 어려워지자, 여주 한글시장 상인회는 언론을 통해 당진 상생스토어 사례를 접하고, 올해 3월 이마트에 상생스토어 먼저 입점을 제안했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1∼3호점이 입점한 전통시장의 매출이 입점 전 대비 최대 50%가량 증가한 것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롯데마트 양평점과 양평시장상인회가 상생방안을 도출하는 모습이 간절하다. 반대일변도로만 가다 보면 재래상권, 대형마트 할 것 없이 전부 침체의 늪에 빠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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