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2375호 여파 가격 3배 폭등…일부 소매상들 생필품 사재기도
북-중 접경 해안에서 검열을 받고 있는 북한 선박의 모습. 연합뉴스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북한 주요 장마당에서 거래되고 있는 휘발유, 등유, 경유 등 정제유 거래가격이 한두 달 사이 대폭 상승했다고 한다. 대북 유류공급 제한 내용이 포함된 지난 9월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5’가 통과된 직후에도 북한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정제유 거래가격은 휘발유 기준 15kg(북한 장마당에서 주로 거래되는 일반 폴리에틸렌 플라스틱 통 1개의 용량)당 28달러 전후로 이전과 크게 변하지 않았다.
참고로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 9월까지 북한 내 장마당 정제유 거래가격은 25~28달러 사이였다. 그러던 것이 최근인 10월말~11월초 15kg당 70~90달러로 폭등했다는 것이다. 이는 9월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한다면 무려 2.5~3배가량 상승한 수치다. 심지어 유통 거리가 먼 일부 지역 장마당의 경우 100달러 이상에 팔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북한 암시장은 품목별 공급과 소비가 안정적인 일반 국가 시장들과 비교한다면 불안정안 측면이 많다. 그럼에도 불과 한두 달 사이에 정제유 가격이 이처럼 폭등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의 소식통에 따르면, 단순히 정제유의 거래가가 상승한 것뿐만 아니라 공급량 자체가 달려서 품귀현상 전조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렇게 북한 장마당의 ‘정제유’ 값이 폭등한 데에는 최근 UN대북제재안 이후 중국 당국의 후속 조치 탓이 크다. 일단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정제유’는 북한 무역당국이 공식적으로 들여오는 원유에서 나오는 것도 있지만 그동안 중국에서 밀거래 경로를 통해 시장으로 들여오는 물량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런데 앞서의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10월 27일 기준으로 북-중 해상국경의 밀수 검열을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유엔 2375조치가 발효되던 9월~10월 중순만 하더라도 밀거래가 위축되기는 했지만 일정한 수준에서 진행됐다. 그러던 것이 지난달 27일 조치 이후 평소 새벽 1시~4시 사이 진행되던 정제유 등 밀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랴오닝성 선양(瀋陽)에 주둔하고 있는 북부군구 산하 해군부대 중 해상 국경을 단속하는 전문 부대를 아예 동부군구의 해상경비부대로 전격 차출해 검열 작업을 꾀하고 있다는 후문이 들린다. 기존에도 해상 국경에서 검열 작업을 하던 다른 군구 소속 부대가 있었지만, 기존 부대는 아무리 중앙에서 지시를 내려도 뇌물과 사례비를 받고 밀거래 단속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은 아예 외부 부대를 차출하는 초강수를 뒀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중국은 10월 말 북부군구 산하 전투부대를 북중국경지대(북한 국경과 10~20km 거리)에 전진 배치하면서 접경 분위기를 더욱 살벌하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단둥(丹東)을 제외한 북-중 11개 접경세관(해관 포함)의 물물거래량은 이전보다 적게는 5분의 1에서 많게는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북한 내부에서 촬영한 공식 주유소(연유판매소)의 모습. 사진=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의 소식통에 따르면 해상 밀거래가 아닌 북한 당국과 군부가 정상적·비정상적으로 공급하던 정제유 가격도 폭등하거나 거래량이 대폭 축소됐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현재 유엔 2375조치 이후 원유 공급량이 줄면서 이른바 ‘관리’에 들어간 상황이다. 국가적 용무와 관련한 특수부문 외에 공급하는 기름은 이전보다 훨씬 까다로운 잣대와 과정으로 거래량을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도 공식적인 정제유 거래가 이뤄지는 주유소가 있다. 이 주유소는 특수기관이 발행하는 ‘기름전표(일종의 기름 교환권)’를 가져오는 기관 및 주민들에게 정제유를 공급한다. 그런데 바로 이 ‘기름전표’ 발매량이 급격히 제한되면서 전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암암리에 군부대에서 빠져나오는 정제유 역시 출구가 단단히 막혔다. 단속이 심해졌을 뿐만 아니라, 10월말부터 북한군은 각종 전시대비 훈련을 진행하면서 기름 여유분이 없기 때문이란다.
무엇보다 장마당의 정제유 가격이 폭등했다는 것은 곧 다른 품목 가격이 연달아 폭등하고 일선 주민들의 생활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 정제유 가격이 폭등한 것과 비슷하게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쌀 가격 역시 소폭 상승했다고 한다. 기존 장마당 쌀 거래가격은 kg당 0.4~0.5달러 수준으로 9월까지 큰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kg당 0.5~0.6달러 수준으로 소폭 상승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이와 관련해 “11월은 추수기이기 때문에 햅쌀 물량이 나와 오히려 10~20% 정도 쌀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그런데 최근 기름값 폭등으로 물류 유통 가격이 상승하면서 제때 떨어져야 할 쌀값이 오히려 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까지 장마당의 물가는 폭등한 정제유와 LPG가스(아직은 2배 정도)를 제외하곤 평시에 비해 20% 정도 상승한 수준이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일부 전주(여유 자본을 쥔 북한 내 상인)들은 쌀, 옥수수, 콩, 기름, 신발 등 일반 주민들의 필수 물자들을 중심으로 사재기에 나선 상황이라고 한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겸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