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누가 나와도 야당보다 셀 것”
부산시장에 출마할 것으로 거론되는 주요 인사들. 왼쪽 맨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서병수 현 시장, 김세연 의원, 이호철 전 수석,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 서병수 시장의 재도전 성사되나
“끝까지 함께할 줄 알았던 동지들이 당을 뛰쳐나가고 국회에서 탄핵이 의결되던 날, 저는 우리 잔인함의 끝이 거기까지 일 줄 알았다. 사법부에서 탄핵이 인용되던 날. 원망과 회한의 감정이 뒤섞여 온종일 멍했던 그날. 떠올리려고 해도 머리를 도려낸 듯 기억조차 흐릿한 그날. 우리의 잔인함이 제발 거기까지이길 빌고 또 빌었다.”
위 내용은 서병수 시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제명된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남긴 말이다. 의심할 여지 없이 이는 홍준표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홍 대표와 서 시장의 갈등이 재현된 사실을 고스란히 나타낸 것이기도 했다.
현직 광역자치단체장에게 커다란 과오가 없다면 공천을 주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는 그저 통념일 뿐이다. 특히 작금의 자유한국당 분위기를 보면 서 시장이 공천을 받을지 여부는 장담하기 힘들다. 홍 대표와 서 시장의 첨예한 갈등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는 가정 하에서는 더욱 그렇다.
서 시장이 홍 대표에게 잠시 화해의 손짓을 보내다가 다시 강공으로 돌아선 것은 정면 돌파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당에 잔존한 친박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자처해 최소한 내년 부산시장 공천을 넋 놓고 뺏기지는 않겠다는 의지의 발로란 분석이다.
서 시장의 당내 경쟁자로는 박민식 전 의원, 이종혁 최고위원 등이 거론된다. 박 전 의원은 공개적으로 경쟁에 나설 뜻을 이미 밝힌 상태이며, 이 최고위원은 조심스레 타이밍을 엿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중량감이 떨어져 만약 경선을 치른다면 서 시장을 누르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다.
서 시장이 당내의 모든 걸림돌을 제거하고 재선에 도전한다고 하더라도 그의 앞에 놓인 건 첩첩산중이다. 현재의 저조한 지지도를 갖고서는 당선을 장담하기가 어렵다. 스윙보터들을 대부분 자신의 표로 흡수한다고 해도 승리를 낙관하기가 힘든 형국이기 때문이다.
# 보수진영의 분열 혹은 통합
현재 시점에서 가장 주목되는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보수진영이 단일 후보를 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다. 이 부분은 우선 바른정당 김세연 의원이 키를 쥐고 있다. 김세연 의원은 이른바 ‘자강파’에 합류하며 아직 당에 그대로 남아있다.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에 완전히 흡수될 여지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바른정당에 그대로 남은 김세연 의원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김 의원의 자유한국당으로의 복당과 관련해선 현재 많은 추측이 오가고 있다. 자유한국당으로의 복당 시점을 놓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지만 상황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김세연 의원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게 되면 자연스레 보수진영이 통합한 가운데 선거를 치르게 된다. 보수진영으로서는 바라던 시나리오다. 서 시장의 입장에서도 진영이 분열되는 것보다는 통합되는 게 훨씬 낫다. 물론 이는 오로지 자신이 공천권을 따낸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김세연 의원의 복당은 서 시장 개인으로 봐서는 일단 악재임이 분명하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당내에서 생기는 게 그로서는 결코 달가울 리가 없다. 특히 서병수 시장에게 비우호적인 김무성 전 대표마저 김세연 의원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여, 김 의원의 자유한국당 복당 여부는 이래저래 뜨거운 뇌관이 될 전망이다.
김세연 의원이 바른정당에 남아 부산시장에 도전하거나, 바른정당이 또 다른 독자후보를 내는 것은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끔찍한 일이다. 가뜩이나 쪼그라든 보수 지지세마저 서로 나눠야 하는 상황은 생각조차하기 싫을 게 분명하다.
# 더불어민주당 후보 누가 나오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랴. 최근 들어 부산시장 출마와 관련해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이호철 전 수석의 이름을 보면 떠올리게 되는 속담이다. 일각에서는 이 전 수석이 부산시장 출마를 기정사실로 정해놓고 사전 정지작업으로 언론플레이를 펼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전 수석의 등판론은 현재 지역에서 계속 확산되고 있다. 지지자들을 중심으로는 조직도 갖춰지고 있다. 친노와 친문세력이 이 전 수석을 중심으로 빠르게 집결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전 수석이 부산시장 후보로 결정되면 당 조직이 원활하게 움직일지 여부는 장담하기 힘들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는 여권을 웃도록 만든다. 오거돈 전 장관, 조국 민정수석,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이호철 전 수석 등 여당의 후보군 중에 누가 나오더라도 야당후보들보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가운데에서는 부산시민들에게 많이 알려진 오 전 장관이 상대적으로 지지도가 높았다.
주지하다시피 오거돈 전 장관은 지난 대선 당시 부산에서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고 있다. 오 전 장관의 향후 행보에 대해선 민주당 내에서도 관측이 엇갈린다. 그간의 행적으로 봐선 시장 출마 쪽에 보다 무게가 실린다는 분석이다. 조용우 민주당 기장군위원장은 이와 관련 “오 전 장관이 출마 의사가 있다면, 먼저 적극적으로 당에 구애를 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후보군 중에 조국 민정수석과 김영춘 장관은 부산시장 출마에 선을 그은 상태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김영춘 장관의 경우에는 상황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출사표를 던질 수 있을 것으로 지역정가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출마 여부
조금 가혹한 얘기이지만 부산에서 국민의당은 원내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하는 바른정당, 정의당보다 존재감이 없는 정당이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는 소속정당의 미미한 지지도와는 별개다. 당선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이 많지만 판을 뒤흔들 변수가 되기에는 이미 충분하다.
안 대표의 부산시장 출마 여부에 따라 여권과 보수진영 모두가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보수진영의 표를 상대적으로 더욱 많이 잠식할 것이란 관측이 우선 나오지만, 여권이 경계해야할 부분의 총량도 결코 작지 않다.
여당이 가장 우려해야 할 대목은 선거 막판에 급격히 이뤄질 수도 있는 중도사퇴와 지지발언 등이다. 그게 누구든지 ‘범야권 단일후보’란 수식어를 달고 분위기를 몰아간다면 여당후보에게 쉽사리 밀리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런 점은 안 대표 본인이 출마하지 않고 외부인사를 영입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초기 파괴력은 안 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할지는 몰라도 막판 단일화에서는 비슷한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