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문제 ‘제자리’ 동성애자 권리 ‘공수표’ 오바마케어 폐지 ‘난항’…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비용 미국이 전액 떠안아
또한 최소 열 번 넘게 범죄 문제, 교육 문제, 빈곤 문제, 경제 문제, 무역 불균형 문제, 건강보험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내가 바로잡겠다!”라고 큰소리를 쳤는가 하면, 전쟁, 실업률, 마약 남용, 테러리즘 문제에 관해서도 “내가 근절하겠다!”라고 약속했었다.
트럼프는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비용을 멕시코 측에서 댈 것이라고 호언했지만, 현재 건설비용은 전액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 장벽’ 시제품. AP/연합뉴스
그렇다면 1년이 지난 현재 과연 트럼프는 이런 ‘트위터 공약’들을 얼마나 실천에 옮겼을까. 이와 관련, <USA투데이>는 “트럼프는 트위터로 쉽게 떠들었지만, 지켜진 것은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어떤 약속은 까많게 잊혔다고도 말했다.
마약 밀매와 관련해서는 선거 운동 당시 트위터를 통해 “뉴햄프셔주의 마약 밀매는 근절되어야 한다. 내가 만일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 그러면 미국으로 마약이 밀반입되는 것이 중단될 것이다”라고 장담했었다. 하지만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기 시작하고, 국경 경비를 강화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 내 마약 남용으로 인한 사망률과 마약류 밀반입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는 대선 운동 당시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그 비용을 멕시코 측에서 댈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었다. 하지만 현재 건설 비용은 전액 미국이 떠맡고 있다. 멕시코는 미국 측의 이런 요구를 한사코 거부해왔으며, 이에 따라 트럼프는 “그럼 우리가 비용을 댈 것”이라고 말하면서 장벽을 건설하고 있다. 미 국토안전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장벽 건설에 소요되는 비용은 215억 달러(약 2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당초 트럼프가 예상했던 120억 달러(약 13조 4000억 원)를 훨씬 웃도는 액수다.
‘석탄 및 철강 산업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약속은 어떨까. 부분적으로는 공약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는 이에 따라 석탄 사용에 대한 환경 규제를 완화하겠노라고 밝힌 상태다. 그 결과 석탄 산업 분야의 일자리는 2016년 10월 이후 매달 소폭씩 증가하고 있으며, 철강업 일자리는 2015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호황기 수준에까지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동성애자 권리를 위해 싸우겠다’는 발언은 결국은 공수표가 된 모양새다. 트럼프는 동성애자들의 군복무 금지 법안과 함께 동성애자인 학생들이 화장실과 탈의실을 원하는 대로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오바마 정부의 지침을 파기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 적자는 어떨까. 무역 적자의 폭을 줄여 나가겠다는 트럼프의 약속과 달리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미국의 무역 적자 폭은 2017년 8개월 동안 8.8% 상승했다. 다만 이는 지난 11개월 만에 최저 수치이긴 하다.
‘나프타(NAFTA)’를 ‘재앙’으로 묘사했던 트럼프는 캐나다와 멕시코 정부와 재협상할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나프타’에 대해서는 거듭 탈퇴 의사를 밝히면서 압박하고 있는가 하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는 ‘옳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하면서 이미 탈퇴를 한 상태다.
‘미국 내 테러를 근절하겠다’는 약속 역시 지켜지지 않고 있긴 마찬가지다. 시리아, 리비아, 이란, 예멘, 차드, 소말리아 등 주요 6개국 무슬림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명령을 시행하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테러범들의 만행은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당선 전부터 가장 논란이 됐던 ‘오바마 케어’의 폐지 문제에 대해서도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오바마 케어를 개정 혹은 폐지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던 트럼프는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폐기 법안을 상원 표결에 부쳤지만 번번히 무산됐다. 이는 무엇보다도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한 공화당 내부에서의 이탈표 때문이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