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부산경남 더 추워질 날씨 대비 겨울나기 준비에 본격 돌입
첫눈을 맞은 말들의 겨울나기 모습
[부산=일요신문] 송희숙 기자 = 22일은 24절기 중 스무 번째 절기인 ‘소설(小雪, 첫눈 내리는 날)’ 이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지고 찬바람이 매섭게 부는 등 진짜 겨울이 시작됐다. 강원도에는 벌써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수도권에도 지난 20일 오후에 잠깐 첫눈이 내리기도 했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올해 겨울은 때에 따라 강한 한파가 찾아올 거라고 한다.
일찌감치 각 지자체에서는 수목보호 도로변 녹지 바람막이 설치, 수목보온 볏짚싸기 등 올 겨울을 무사히 나기 위한 월동채비가 한창이다.
1200여마리의 경주마가 살고 있는 한국마사회 부산경남 역시 더 추워질 날씨에 대비해 겨울나기 준비에 본격 돌입했다.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경의 새벽은 유독 일찍 시작된다. 경주마 컨디션이 최고조에 달하는 새벽시간에 집중적으로 훈련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겨울철에 차가운 새벽바람을 견디기는 것은 말관계자, 경주마 등 모두에게 힘든 일이다.
특히 렛츠런파크에서 귀하기로 따지면 여느 직원에도 뒤지지 않을 경주마들에게는 따뜻한 겨울나기가 매우 중요하다.
경주마와 동고동락하는 부경 동물병원 수의사, 조교사, 말관리사 등 경마 관계자 누구 한 명 할 것 없이 겨울이 되면 혹여 ‘찬바람에 감기라도 걸릴까’, ‘추위에 몸이 허해지지는 않을까’ 경주마 몸상태에 온 신경을 쓰게 된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말 잘 보살펴서 돈 벌려고 한다지만 어디 살아있는 동물을 대하는데 사랑 없이 되겠어요? 내 자식이라 생각하니까 하는 거에요” 렛츠런파크 부경 30조(울즐리 조교사)에 소속된 말관리사의 말이다. 이처럼 경주마들이 겨울을 나는데 신경 써야 할 부분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부산경남경마를 이끌어가는 경주마들의 월동준비 현장을 살펴본다.
사람도 추워지면 겨울점퍼를 입듯 경주마도 전용 옷을 입는다
경주마의 겨울철 옷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운동 직후 쉬 땀이 마르지 않게 말 등에 덮어주는 자켓이다. 이 자켓은 폴리에스테르 재질로 만들어졌으며 사람으로 말하자면 ‘바람막이’정도로 볼 수 있다. 또한 겨울철 방한을 위해 만들어진 자켓도 있다. 바로 체온을 유지시켜주기 위해 모직으로 만들어진 안감에 솜을 덫대어 만들어진 방한용 마의(馬衣)다. 한겨울 말들이 각자 마방에서 쉴 때는 이 마의를 입혀 겨울철 질환예방을 한다.
두툼한 깔짚으로 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한기(寒氣) 예방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마방(말이 생활하는 곳)에서 생활하는 경주마는 날씨가 추워지면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견디기 힘들다. 콘크리트바닥에 두꺼운 고무매트를 깔아두기는 하지만 한겨울 동장군을 매트 하나로 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양의 깔짚을 깔아 경주마를 한기로부터 보호한다. 또한 습기가 머물 틈이 없도록 깔짚의 교환주기도 평소에 비해 앞당겨 갈아줘 항상 뽀송뽀송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온수샤워는 기본, 원적외선에 헤어드라이기로 건조까지
엄동설한이라고 경주마가 운동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렛츠런파크 부경의 한 조교사는 “한겨울에는 경주마 보호차원에서 가급적 샤워를 자제하며, 꼭 샤워를 해야 한다면 온수로 목욕 시키고 말이 감기에 걸리지 않게 원적외선으로 건조하는데 신경을 많이 쓴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리에 민감한 말만 아니면 헤어드라이기를 동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주마는 다리가 생명, 겨울철 다리를 보호하라
평균 500kg에 육박하는 경주마는 그 몸무게를 지탱하기 힘들어 보일만큼 얇은 다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리보호에 심혈을 기울인다. 운동이 끝난 경주마를 위해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핫팩을 대기도 하며 보온을 위해 붕대를 감아두기도 한다. 또한 다리는 저자극성 비누를 사용하며 최대한 자극을 주지 않도록 씻기며 바세린이나 오일 등을 발라 발목부위의 수분침투를 방지하기도 한다.
따뜻한 물과 영양제로 겨울철 질병에 대비해야
겨울에 흔하게 발생하는 경주마 질병은 호흡기 질환과 산통이다. 호흡기 질환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감기로 생각하면 된다. 산통은 ‘배앓이’라고 불리는 말 복강장기의 이상과 통증을 이르는 말이다. 산통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추운 겨울로 넘어가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수분 섭취의 감소와 더불어 말이 추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주로 발생한다.
렛츠런파크 부경 동물병원 이민현 수의사(남, 35)는 “말에게 온수를 충분히 제공하고 마방의 급격한 기온변화를 최소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겨울철 면역력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발굽영양제, 관절강화제, 비타민 등 종합 영양제를 정기적으로 먹이는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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