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기간에 벼룩시장 열어 번 돈으로 구급함 등 5가구에 전달
경상대학교 약학대학 학생들이 대동제 기간 중 벼룩시장 행사를 열어 마련한 돈으로 구급약 상자를 구입하여 진주시 관내 어려운 노인 가구에 전달하고 있다.
[경남=일요신문] 송희숙 기자 = 모든 학생들이 긴장을 풀고 재미있게 즐기는 대학 축제 기간에 벼룩시장(플리마켓) 행사를 열어 번 돈으로 이웃에게 꼭 필요한 선물을 전달하는 학생들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국립 경상대학교(GNUㆍ총장 이상경)는 약학대학(학장 배은영) 알약학생회(회장 박상욱 4학년)에서 경상대학교 개척대동제 기간이던 지난 달 19일 2~3시간 동안 벼룩시장을 열었다고 밝혔다.
벼룩시장에 나온 물건은 옷, 생필품, 가전제품, 책, 인형, 모자, 신발, 화장품 등 매우 다양했다. LED 스탠드, 전동칫솔, 에어 프라이기, 블루투스 스피커처럼 좀 비싼 물건도 있었다. 벼룩시장에 나온 물건들은 약학대학 교수ㆍ직원ㆍ학생뿐만 아니라 경상대학교 교직원들이 소문 듣고 자발적으로 아끼던 물건, 지금은 소용 없는 물건을 내놓아 모인 것이다. 120점이 넘게 모였다.
박상욱 학생회장은 “개척대동제 전부터 약학대학 재학생, 교수님, 행정실 직원, 조교선생님께 행사 취지를 말씀드리고 물품을 기부받았습니다. 학생들은 인형이나 안입는 옷 등 저렴한 물건을 기부하였고, 교수님께서는 값이 좀 나가고 좋은 물건을 기부해 주셨습니다. 행정실 선생님께서 다른 단과대학 행정실에 홍보하여 더 많은 물건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고 물건 또한 많이 기부해 주셨습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학생들은 일방적으로 물건을 기부받은 것은 아니다. 물건을 기부받는 과정에서 원한다면 판매금액의 50%를 받아갈 수 있다고 공지하였다. 실제 50%를 받아간 사람은 거의 없었다. 벼룩시장에서 팔기 애매한 물건은 대동제 기간에 운영한 약학대학 식당에서 경매 이벤트를 벌여 처분했다. 학생다운 발상이고, 역시 반응도 좋았다.
그렇게 번 돈은 54만여 원이다. 학생들은, 금액은 비록 많지 않지만 의미있는 일에 쓰고 싶었다. 행사를 처음 기획할 때부터 약속한 게 있었다. 박 회장은 “경상대학교에 약학대학이 개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잘 모르는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좋은 일도 하고 경상대학교에 약학대학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수익금으로 노인정 같은 곳에 구급함과 일반의약품을 기부할 생각이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들은 진주시청에 문의하여 시내 중심부로부터 거리가 떨어져 있고 주변에 약국이 없는 지역의 장애인, 독거노인, 조손가정 등에 구급함과 일반의약품을 전달하기로 했다. 11월 23일 오전 약학과 조교와 박상욱 회장을 비롯한 학생회 간부들, 약학대학 관계자들은 진주시 관내 진안마을, 장곡마을, 모곡마을, 내팔미마을, 정수마을 등 5개 마을을 찾아가 작은 선물을 전달했다.
“구급함은 노인분들이 농사를 짓거나 집안일을 할 때 작은 상처가 생기거나 응급 상황이 생겼을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록 작은 약 상자에 불과하지만 미래의 약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몇 달 동안 기획하고 준비하여 마련한 것인 만큼 기쁘게 받아주었으면 한다.”고 말하는 박상욱 회장. 그러나 구급함과 일반의약품을 받아든 마을 어른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어린아이와 같이 환하게 웃었다.
그는 말한다. “올해 처음으로 기획한 행사라서 많이 부족하지만 내년, 내후년에는 더 탄탄한 기획으로 행사를 진행하여 경상대학교 약학대학을 알리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많은 도움을 주도록 하겠다.”고 말하는 약학대학 학생들에게서 국민 건강의 한 부분을 책임진 든든한 약사들의 해맑은 얼굴을 마주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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