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회장, 두 아들 회사에 지주사 지분 매각…경영권 승계 포석 ‘입방아’
지난 17일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이 지주사 지분을 대량 매각했다. 코스맥스 홈페이지 캡처.
이경수 회장은 지난 7월 14일에도 믹스앤매치와 레시피주식회사에 지주사 지분 15만 6700주를 시간외매매를 통해 매각했다. 지난 두 차례 지주사 지분 매입으로 믹스앤매치와 레시피주식회사의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은 각각 3.05%, 2.94%로 늘어났다. 이경수 회장(28.13%)과 부인 서성석 코스맥스비티아이 회장(20.61%)에 이어 코스맥스비티아이 3, 4대 주주에 올랐다.
코스맥스는 이경수 회장의 지주사 지분 매각은 개인적으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입장을 나타낸다. 코스맥스 한 관계자는 “코스맥스가 지난 13일 5000만 달러 규모의 미국 화장품 제조사 ‘누월드’의 지분 전량 매입을 결정했다”며 “이 가운데 이 회장이 14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기 때문에 자금 확보가 필요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2007년 5월 설립된 레시피주식회사는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회사다. 그동안 고객사의 주문에 따라 제품을 생산해온 코스맥스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제품을 선보인 브랜드로도 알려져 있다. 레시피주식회사는 원래 화장품 브랜드 ‘레시피’와 ‘미스에이지’를 운영했지만 현재는 레시피 제품만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다.
2001년 11월 설립된 믹스앤매치는 코스맥스와 같은 OEM·ODM 업체로 주로 네일 제품과 펜슬류 화장품을 생산한다. 레시피주식회사와 믹스앤매치의 경영은 2014년에 선임된 이윤식 대표가 모두 맡고 있다. 코스맥스 다른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코스맥스의 계열사는 아니다”라며 “레시피는 중국 수출을 목적으로 만든 브랜드로 현재 생산 공장이 없기 때문에 코스맥스의 제품을 납품받아 판매할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분구조, 거래내용 등을 보면 믹스앤매치와 레시피주식회사가 코스맥스와 관계가 없다고 하기 힘들다. 레시피주식회사는 이경수 회장의 차남 이병주 전무가 80%, 장남 이병만 코스맥스비티아이 전무가 2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2015년까지는 서성석 코스맥스비티아이 회장도 레시피주식회사 지분 23%를 보유하고 있었다.
믹스앤매치 역시 이병만 전무와 이병주 전무가 각각 지분을 50%씩 소유한 개인회사다. 두 회사 모두 현재 코스맥스 경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오너 2세들이 지분을 전부 나눠 갖고 있음에도 “계열사나 관계사가 아니다”라는 코스맥스 측 설명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번 거래로 이병만·이병주 전무가 간접적으로 그룹 전체에 대한 영향력을 높였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병만·이병주 전무의 지주사 지분율은 각각 2.77%씩으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아버지인 이경수 회장의 지분 매각으로 자신들의 개인회사들의 지주사 지분이 늘어남으로써 영향력이 늘어났다. 1946년 생으로 올해 71세인 이경수 회장이 후계 승계 작업에 시동을 건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병만 전무와 이병주 전무는 지난해 각각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현재 이병만 전무는 지주사인 코스맥스비티아이 기획조정실총괄을, 이병주 전무는 코스맥스 경영지원본부 총괄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
레시피·믹스앤매치 사세확장 비결은?…관계사 아니라지만 코스맥스 지원 ‘듬뿍’ 레시피주식회사와 믹스앤매치, 두 회사는 코스맥스의 지원과 상호 거래로 사세를 확장해오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믹스앤매치는 코스맥스로부터 2013년 5억 1700만 원, 2014년 23억 원, 2015년 20억 원의 자금을 차입했다. 믹스앤매치와 레시피주식회사는 특수관계인 관계로 거래액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믹스앤매치의 매출은 2013년 49억 원에서 2015년 73억 원으로 증가했다. 레시피의 매출도 2015년 165억 원에서 지난해 200억 원으로 증가했다. 레시피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 중인 제품은 시트마스크, 클렌징오일 각각 한 제품을 제외하고 모두 코스맥스와 코스맥스바이오에서 제조했다. 특이한 점은 또 하나의 오너 가족회사인 믹스앤매치의 네일 제품과 펜슬류 화장품은 단 한 개도 없다는 점이다. 믹스앤매치 한 관계자는 “레시피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지는 않으며 더페이스샵을 포함해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와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시피의 감사보고서에는 분명 ‘㈜믹스앤매치등’이라는 특수관계자와 매출·매입 거래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판매하는 제품이 없는데 매출·매입 거래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레시피와 믹스앤매치 관계자들은 설명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OEM(주문자위탁생산)으로 성공한 업체가 특별한 목적 없이 브랜드를 론칭할 유인이 크지 않다고 말한다. 한 화장품 OEM업체 관계자는 “생산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는 OEM업체에서 화장품 브랜드를 직접 론칭하면 확실히 가격적인 면에서 우위에 있는 건 맞다”며 “하지만 브랜드 사업은 제조업과 달리 마케팅이 핵심적이라는 점에서 전혀 다른 성격의 사업이기 때문에 위험요소가 크다”고 말했다. [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