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2년이 임시 맞냐” 부글부글
조선대 정문 표지판.
조선대 법인 이사회는 임시이사-정이사-임시이사 체제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기존 제2기 이사회는 지난 2월 25일 임기가 만료돼 9개월 동안 이사회 부존재 상태가 이어졌다. 이에 2기 이사회는 정관에 규정된 ‘긴급사무처리권’을 활용해 그동안 의결권을 행사해 왔다. 그나마 애초 정원에서 1명 모자란 8명으로 출발한 2기 이사회는 지난 10월 25일까지 5명의 이사가 줄줄이 사퇴함에 따라 정족수 미달로 이사회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었다.
조선대 구성원들은 2기 이사회가 옛 경영진 측에 편중돼 있어 3기 이사회에서 이들을 배제해야 한다며 임시이사 파견을 교육부에 요구해왔다. 조선대 구성원들은 구 경영진 측을 배제하고 설립 당시 민립대 정신에 부합하는 진보성향의 임시이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교육부는 이날 제3기 이사회를 구성하지 못한 조선대에 파견할 임시이사 9명 중 6명을 선임했다. 나머지 3명은 오는 12월 18일 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후보의 다양성 부족 등을 이유로 이날 3명을 선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같은 날 회의가 열리기 전에 복수후보 6명을 재추천할 계획이다.
이날 선임된 6명의 임시이사는 황인창 전 조선대 교수, 이용복 전 전남대 부총장, 이정선 전 광주교육대 총장, 강신중 전 광주가정법원장, 강영필 범대위 추천 인사, 박병호 광주시 행정부시장 등이다.
이로써 지난 2월 제2기 이사진 임기가 만료된 이후 이사회 공백 사태가 9개월 이상 지속됐던 조선대는 임시이사 체제를 맞게 됐다. 1988년 사학비리로 옛 경영진이 물러난 뒤 22년간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다 2010년 정이사 체제로 전환된 지 7년 만이다. 조선대 법인은 7년 만에 다시 운영권을 외부에 맡기게 된 셈이다. 겉으로 보면 구성원들의 요구가 모두 수용된 모양새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 사분위가 임시이사 임기를 2년으로 정함으로써 논란이 일고 있다. 임시 이사회의 경우 보통 정이사 체제로 가기 위한 ‘임시 진용’인데 그 활동기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임시이사들이 전향적으로 6개월이나 1년 내 활동을 종료하고 교육부에 정이사 체제 도입을 건의, 사분위에서 받아들이면 정이사 체제가 도입된다. 조선대 구성원들은 ‘그렇지 않을 경우’를 염려하고 있다.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 내부에서는 사분위가 임시이사의 임기를 2년으로 정한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이사로 가는 과도 체제인 임시이사의 임기가 너무 길어 법인 정상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범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임시이사들이 임기 2년 동안 허송세월을 하면 그만큼 법인 정상화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며 “사분위가 법인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이사들의 활동기간을 단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법인 정상화를 위해 처음으로 임시이사를 구성할 경우 통상 2년 임기로 해왔다”며 “법인 정상화 여부 판단은 전적으로 임시 이사회에 있지 않고 관계 당국에도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사분위가 임시이사 6명만을 선임하고 나머지 정원 3명을 선임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범대위는 “제2기 이사회의 임기가 종료된 이후 9개월간이나 이사부존재 상태에서 파행적으로 운영돼온 학교법인 조선대학교가 정상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임시이사 선정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을 거의 반영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다음 달 추가로 파견될 3명의 이사를 선임할 때 반드시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인사들을 반영해 파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는 사분위가 여성 후보 등 후보의 다양성을 이유로 나머지 정원 3명을 선임하지 않은 것이 또 다른 배경이 있지 않으냐는 의구심을 반영한 것이다.
조선대 전경.
지난 7월 20일 제2기 이사진 퇴진과 국민공익형이사회 실현을 목표로 출범한 범대위에는 조선대 대학자치운영협의회와 교수평의회, 총학생회, 총동창회, 민주동우회 등 대학 내 단체와 광주진보연대, 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 등 총 21개 단체가 참여했다.
또 다른 갈등 요인도 고개를 쳐들고 있다. 최근 조선대를 졸업한 동문 60여 명이 발족한 ‘조선대 적폐청산 위원회’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들은 사분위와 범대위를 싸잡아 비판하고 나서면서 사태가 더욱 복잡한 난국에 접어드는 형국이다. 적폐청산위원회는 발기 취지문에서 “사분위가 발표한 임시이사 면면을 보면 전직 관료와 전직 교육계 인사 등 보수적인 인사 일색으로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지역 최고의 등록금을 내는 학생·학부모의 일방적인 희생 속에서 호의호식한 기득권 세력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임시이사 면면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득권을 영원히 놓지 않으려는 세력들은 정이사 체제를 무너뜨리고 보호막으로 임시이사가 필요했던 것”이라며 “결국 범대위도 조선대학의 기득권 세력에 놀아났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나치게 높은 교직원의 급여를 20∼30% 줄여 반값 등록금으로 전환하고 조선대 출신 교수 비율이 최소한 30%에 도달할 때까지 획기적인 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현재 범대위의 주축인 대학자치운영협의회(대자협)를 기득권 세력의 온상으로 지목하고 해체를 주장하는가 하면 범대위의 국민공익형 이사 제안을 기득권 세력의 보호막을 하는 적폐로 규정하는 등 범대위와 갈등을 예고했다. 공익형 이사제란 광주시장·광주시교육감·전남도지사나 이들이 추천하는 공직자로 4명의 공공부문 추천 이사를 구성하고 대학 구성원 대표 이사 2명, 지역과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개방이사 3명 등 9명을 이사로 선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사분위의 임시이사 추가 선임을 앞두고 대학 내부의 반발과 함께 구성원 사이의 의견도 엇갈리는 등 조선대 이사회를 둘러싼 갈등은 한동안 지속할 전망이다.
박은선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