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당 한 달 평균 이더리움 0.9개, 비트코인 0.1개 캐내…각각 42만·108만 원 버는 셈
가상화폐 가격이 치솟으면서 가상화폐 채굴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고성준 기자
지난 11월 30일 인천광역시 서구 검단지식산업센터. 이곳에는 가상화폐 공동위탁 채굴기업이 여럿 입주해 있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도 A 업체 가상화폐 채굴장 내 온도는 23℃가 넘는다. 60~70℃에 달하는 가상화폐 채굴기 수백 대가 내뿜는 열 때문이다. 그나마 겨울인 데다 환풍 시설과 대형 선풍기,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운영해 이 정도의 온도가 유지된다.
채굴기는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간다. 그만큼 전기요금이 상당한 수준이다. A 업체 대표가 보여준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니 350여 대의 기기가 운영되는 채굴장 한 곳의 한 달 전기요금이 무려 3000만 원이 넘는다. A 업체 대표는 “가정에서 채굴하면 누진세까지 적용되니 전기요금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유망 가상화폐를 채굴하지 않으면 관리비를 견뎌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공동위탁 채굴기업의 수익구조는 대개 비슷하다. 일차적으로 채굴기 구매를 원하는 사람에게 채굴기를 판매해 수익을 얻고 이차적으로 고객이 구매한 채굴기를 채굴공장에서 관리해주면서 관리비를 받는다. 세부적인 면에서는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임대료, 전기요금, 보험비 등이 포함된 관리비는 대략 10만~20만 원이다.
채굴기 구매자는 채굴공장에 맡긴 채굴기의 지분만큼 가상화폐를 정기적으로 전달받는다. 채굴기업이 여러 대의 채굴기를 공동으로 운영해 얻은 총량을 위탁자의 지분만큼 분배하는 것이다. 방문한 채굴공장의 채굴기에는 위탁자의 이름이 적힌 라벨이 붙어 있었다.
가상화폐 ‘이더리움’ 채굴기. 고성준 기자
채굴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채굴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가상화폐는 단연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이라고 말한다. 가장 유명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정해져 있는데 올해 이미 1600여만 개가 채굴됐다. 게다가 최근 1비트코인이 1000만 원을 돌파하자 채굴경쟁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A 업체 관계자는 “비트코인 채굴이 힘들어진 부분도 있지만 이더리움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사물인터넷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망이 좋다”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외의 가상화폐 채굴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당장의 큰 수익을 기대하지 않고 미래가치를 높이 산 경우”라고 말했다.
채굴장에서는 크게 두 가지 형태의 가상화폐 채굴기를 볼 수 있다. 가장 많은 채굴기가 그래픽카드 6~8개가 장착돼 있는 ‘GPU(그래픽처리장치)’다. 그래픽카드 개수가 많을수록 생산성이 올라간다. 다른 하나는 흔히 비트코인 채굴기로 알려진 ‘ASIC(주문형반도체)’이다. ASIC은 2013년 말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며 수요가 크게 증가하자 비트코인을 효율적으로 채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GPU에서 가상화폐 채굴에 필요한 부품을 집약한 기기로 최근에는 비트코인을 거의 ASIC으로 채굴한다.
A 업체 대표는 “업체마다 가격이 상이하지만 우리는 이더리움 채굴기 기준 한 대당 330만 원부터 판매한다”며 “ASIC으로는 비트코인, 대시, 라이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고 GPU로 이더리움을 포함한 나머지 가상화폐를 채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른 가상화폐 채굴기업 관계자는 “이더리움 채굴기는 250만 원부터 구매할 수 있지만 ASIC은 450만 원 정도다”라며 “ASIC은 세계 최대 채굴기업인 중국의 ‘비트메인’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사고 싶어도 물량이 없어 채굴기를 수령하기까지 상당 기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비트코인’ 채굴기. 고성준 기자
가상화폐 채굴기에 투자해 거둘 수 있는 수입은 어느 정도일까. A 업체 관계자는 “채굴기 1대가 한 달 동안 생산해내는 평균 가상화폐 수는 이더리움 0.9개, 비트코인 0.1개”라고 말했다. 지난 11월 30일 마감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한 달간 이더리움 채굴기로는 42만 4980원, 비트코인 채굴기로는 108만 9800원을 버는 것이다. 하지만 이 수입이 계속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채굴이 진행될수록 채굴의 난이도가 올라가 채굴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공동위탁 채굴기업에 투자할 때는 반드시 채굴장을 직접 방문하기를 권한다. A 업체 관계자는 “공동위탁 채굴이 사기라는 인식이 많은 것은 실제 일부 업체들이 채굴기조차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를 받기 때문”이라며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대형 업체를 선택하거나 직접 채굴공장을 방문해 상황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