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보다 ‘안정’ 택할 땐 빨간불 켜질수도
현대차는 아직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사진)을 중심으로 한 경영권 승계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신호탄은 삼성이 쏘아 올렸다. 지난 10월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현 삼성종합기술원 회장)은 경영 일선 퇴진을 선언했다. 미래전략실 해체로 ‘이건희 체제’와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은 삼성은 지난 인사를 통해 50대 CEO(최고경영자)를 대거 발탁하며 인적 쇄신에 방점을 찍었다.
다음 시선은 재계 2위 현대차그룹에 쏠린다. 이르면 이달 중순 정기인사를 매듭지을 현대차는 인사 규모와 임원 거취 등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세대교체 흐름이 재계 전반에 퍼져 있는 것이 사실인데 흐름을 따라갈 수도, 안 따라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아직까진 다른 그룹 인사를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 1일 기준 국내 4대 그룹 가운데 연말 정기인사가 확정된 곳은 삼성과 LG다. 두 그룹 모두 인사 폭과 규모 면에서 괄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 재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LG는 삼성처럼 총수 공백 등의 돌발변수가 없음에도 그룹 핵심 임원을 사실상 좌천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구본무 LG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조준호 전 LG전자 사장(MC사업본부장)은 이번 인사에서 LG인화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LG인화원은 그룹 ‘인사통’ 출신이 경력을 마무리하는 곳으로 경영·전략통인 조 사장에게 ‘맞지 않는 옷’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모바일 사업 부문의 부진한 실적이 이번 인사에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구본준 LG 부회장의 ‘오른팔’로 꼽히는 하현회 ㈜LG 대표이사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총수 일가인 구광모 LG 상무는 LG전자 ID(정보디스플레이)사업부장에 내정됐다. ID사업부는 LG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사이니지’ 사업을 총괄하는 부서다. LG 내부에선 이번 인사로 경영권 승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지주회사 전환으로 지배구조가 공고해진 LG와 달리 현대차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정부의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현대차를 상대로 올 연말까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시그널(신호)을 달라고 공개 발언한 상태다.
하지만 그룹 내부적으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권 승계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는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이 고령인 데다 자사주 의결권 제한 등 경영권 승계 제약이 갈수록 더해지는 상황에서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의 고민이 클 것”이라며 “이번 인사에서 정 부회장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실어주지 못하면 향후 경영 승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과 가까운 특정 CEO의 힘이 너무 세다는 말이 파다하다”며 “힘의 균형을 맞춰줄 사람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에는 계열사 포함, 모두 9명의 부회장이 있다. 이 가운데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카드 등 계열사를 제외하고 현대차 내에서 부회장 직함을 쓰는 임원은 모두 5명이다. 오너 일가인 정의선 부회장은 1970년생으로 최연소, 1952년생인 윤여철 부회장(노무 담당)은 최고령이다.
현대차그룹 김용환 부회장(좌측)과 권문식 부회장(우측).
재계 안팎의 시선을 끄는 두 임원은 김용환 부회장(전략기획 및 법무 담당)과 권문식 부회장(연구개발 담당)이다. 김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 비서실과 감사실, 법무실 등을 총괄하는 핵심 임원이다. 앞의 재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의 영향력을 삼성 내 2인자였던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에 비유했다. 한국전력 부지 인수 등 굵직한 현안은 모두 김 부회장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김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의 보수단체 지원에 연루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권문식 부회장은 현대차 부회장단 가운데 가장 최근인 2015년 승진했지만 나이는 63세로 김 부회장보다 2살 더 많다. 연구개발(R&D) 업무를 총괄하면서 정의선 부회장과 가까워진 것으로 전해진다. 정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 신사업 발굴에 전념하고 있는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미래 먹을거리 창출에서도 권 부회장의 조언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권 부회장은 그룹 내 인사 업무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안팎에선 사드 배치 여파 등으로 현대차 영업실적이 기대치를 하회했음에도 두 부회장이 직접 불이익을 받진 않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현대차 사정에 밝은 또 다른 인사는 “‘적폐 청산’ 등 그룹이 안팎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급작스런 변화를 주진 못할 것”이라며 “어디 쪽 인사가 약진하는지 관심”이라고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연말 정기인사에 CEO 인사가 포함되진 않을 것”이라며 “나머지 인사상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재계 안팎에선 현대차가 이번 정기인사에서 ‘변화’보다 ‘안정’을 택할 경우 그에 따른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변화를 택한 삼성과 LG는 물론 SK도 이미 지난해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SK는 12월 중순으로 예정된 그룹 인사를 이달 초로 앞당겨 실시한다. 현대차는 사장단의 인사 적체가 3년 이상 누적돼 온 것으로 전해지는데 오너가 직접 결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다른 그룹과 우리 그룹은 상황이 다르다”며 “CEO 인사는 내부 상황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압수수색 없인 실소유주 규명 어려워”…검찰 연내 다스 실소유주 재수사 착수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연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은 현재 BBK 피해자인 장 아무개 옵셔널캐피탈 대표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자료를 검토하고 있으며, 연내 강제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에 배당돼 있다. 앞서 다스는 검찰 강제 수사에 대비해 일부 내부 자료를 파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스 전직 핵심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통해 자료를 확보하지 않으면 실소유주 규명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요신문> 취재에 응한 전직 다스 핵심 관계자들은 “검찰이 소환할 경우 조사에 응하겠다”고 했다. 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다스 관련 여러 첩보에 대해 진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