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위해 대학생들이 직접 기획한 이색이벤트
[대구=일요신문] 남경원 기자 = 올해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의 여파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역사상 처음으로 연기됐다.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수험생들은 메르스·신종인플루엔자에 이어 지진까지 겪은 가장 불쌍한 수험생이라고 자평했다. 시험은 끝났다. 이달 말까지 수험생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전국적으로 붐인 가운데 대구·경북권 내 주요 5개 대학교의 동아리연합이 수험생들을 위한 이색적인 이벤트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 ‘토닥토닥’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대구·경북권내 대학생들이 고3 수험생들을 위한 ‘토닥토닥,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행사를 열었다. ‘청춘등대’가 주최·주관하고 대구시체육회가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수험생 500여 명이 참석해 선·후배간 소통과 화합의 장이 됐다.
주목할 점은 경북대학교, 영남대, 계명대, 대구대, 대가대 등 대학생들이 18학번이 될 후배들을 위해 자체적으로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는 것이다. ▲현 대학교 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동아리를 엄선해 소개하는 ‘동아리 부스’ ▲대학교 타악팀과 댄스크루 등 ‘청춘동아리공연’ ▲선배들의 솔직한 대학생활을 들어보는 ‘오지랖&푼수’ ▲김진수 자기계발전문강사의 특별강연 ‘진짜! 대학생활에서 얻어야 하는 것’ 등은 일반적인 대학 체험프로그램과는 결이 달랐다.
수능이 끝난 이후 고3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성 행사가 연일 개최되고 있지만, 단순히 스트레스를 푸는 힐링의 장이 아닌 대학 선후배 간의 소통은 물론 현실적인 대학생활에 대한 배움의 장을 선배들이 직접 열었다는 점에서 여타 프로그램과 구별된다.
# 미리 알아보는 대학동아리 체험부스 ‘인기’
지난 4일 오후 대구 수성구 어린이회관 꾀꼬리극장에는 고3 수험생들로 북적였다. 본 행사에 앞서 극장 입구에는 현재 대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11개의 대학동아리 부스들이 들어섰다.
고3 학생들에겐 신선한 경험이었다. 영어·일본어 등 외국어부스는 물론 DSLR 카메라, 댄스, 연극 등의 부스도 학생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한창 꾸미는데 관심이 많은 수험생들에게 이미지메이킹과 네일, 화장 부스 등은 큰 인기를 끌었다.
원화여고에서 온 한 수험생은 “대학교 선배들이 직접 운영하는 동아리부스는 오늘 처음 체험해봤다. (대학교를 가는 것이) 설레임 반, 두려움 반이었는데 대학교에 어떤 것이 있는지 미리 알수 있어 좋았고 좋은 선배들과도 친해질 수 있어 앞으로 대학생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 청년들의 ‘화끈한 공연’과 대학선배들의 ‘솔직담백 썰전’
행사의 시작은 대학동아리 ‘비상퍼커션팀’의 열정적인 타악공연으로 시작됐다. 다이나믹한 비트파워 위에 일사불란한 퍼포먼스가 쏟아지자 수험생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함께 리듬을 탔다. 댄스크루 ‘리얼라이즈’가 최신곡에 맞춰 수준급의 댄스를 선보이자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대구고등학교의 한 학생은 “대학교에 가서 어떤 동아리에 들어갈까 고민했었는데 오늘 타악팀을 보고 마음을 정했다. 이미 타악선배님 번호도 땄다. 내년 대학생활이 너무 기대된다”고 전했다.
가장 인기있는 코너는 선배들의 솔직한 대학 생활을 들어보는 ‘오지랖&푼수’였다. ‘우리 대학교의 이야기’, ‘킹카·퀸카가 되는 법’, ‘전공과 교양의 차이, 학점 잘 받는 법’ 등 선배들이 말하는 현실적인 대학 생활은 수험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김진수(42) 자기계발전문 강사의 ‘진짜! 대학생활에서 얻어야 하는 것’ 특강을 통해 수험생들은 앞으로의 대학 생활에서 무엇을 얻어가야 할지 스스로 고민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대구보건고등학교에서 온 수험생은 “피부에 와 닿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라고 느꼈다. 대학교 입시설명회에서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오늘 대학선배를 통해 직접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했다.
# 다이나믹 청년동아리 ‘청춘등대’
‘청춘등대’의 시작은 2014년 7월이다. 대구·경북권 내의 청년들의 재능을 하나로 뭉쳐 창조적인 청년문화를 기획하자는 취지로 ‘청춘문화기획단’으로 출범했다가 이후 ‘청춘등대’로 명칭을 바꿨다. 대구·경북의 청년문화를 선도하는 빛이 되겠다는 의미이다.
현재 청춘등대는 경북대학교 등 주요 대학의 동아리 30팀과 더불어 일반부 동아리 16팀을 포함해 총 46팀 1600여 명의 청년들로 구성돼 있다. 청춘등대는 2016년 ‘청바지(청년이바라는지금) 강연’에 이어 2017년 ‘씨네수다 영화토론회’와 ‘토닥토닥,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등 청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주최하고 있다.
신종걸(33) 청춘등대 대표는 “청년 각자의 재능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단순한 결합과 산출이 아닌 다이나믹한 시너지를 창조하는 것이다. 단순히 여러 동아리 간의 협력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획과 섭외·홍보부터 연출, 촬영, 안내 등 다양한 분야의 동아리가 한 행사에 융합됨으로써 수준 높은 대구청년문화로 선도하는 것이 청춘등대의 주목적”이라며 “현재까지 청춘등대는 청년의 의식을 깨우기 위한 청년 강의와 포럼 등의 영역에만 그쳤지만, 앞으로는 전반적인 문화영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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