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예약 새치기’도…스타 자녀 왕대접
배우 박수진이 ‘삼성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박수진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해 말 삼성서울병원 니큐(NICU·신생아 중환자실)에 이른둥이(미숙아)를 입원시킨 A 씨는 병원 측의 미흡한 대처로 인해 결국 아기가 숨졌다고 밝혔다. 병원과 외로운 싸움을 지속해 가고 있다는 A 씨는 병원의 미흡했던 대처 사례를 하나씩 꼽으면서 한 연예인을 언급했다. 한 여자 연예인이 부모에게도 엄격하게 허락되는 신생아 중환자실 면회에 자신의 어머니를 대동했다는 것.
이 연예인에 박수진이 지목되면서 이른둥이를 둔 어머니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23일 첫 아들을 예정일보다 약 한 달 정도 일찍 출산한 박수진 역시 삼성병원 니큐에 아기를 입원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박수진과 함께 입원했던 산모들에 따르면 박수진의 아기는 가장 상태가 위급한 아기들이 입원하는 제1집중치료실 a, b, c셀에 2개월간 머문 뒤 그곳에서 퇴원했다.
보통 아기들은 a셀에 입원하더라도 이후 회복하면서 제2치료실인 d, e, f셀로 옮겨진 뒤에야 퇴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직접 수유가 가능할 정도로 회복한 박수진의 아기가 2개월 동안이나 a셀에 머무른 것은 삼성병원이 유명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진료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니큐에 이른둥이 아기를 입원시켜본 적 있다는 한 30대 여성은 “니큐에서 이른둥이 산모들의 절박함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내 아기 옆에 있던 아기도 다음 날 가면 퇴원이 아니라 사망 선고 받고 나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라며 “오늘 (아기를) 본다고 해도 내일 또 볼 수 있을까 가슴 졸이는 산모들 사이에서 스스로 모유를 빨아 먹을 수 있고 큰 소리로 울 정도로 상태가 좋은 아기를 데려다 놓고도 특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건 이른둥이 어머니들의 가슴을 찢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곧바로 박수진이 자필 편지로 사과문을 올렸지만 뿔난 대중들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사과라기보다는 구구절절 변명에 가까웠던 탓이다. 더욱이 가장 큰 문제가 됐던 ‘니큐 a셀 알박기’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루머로 덮어씌우는 듯한 모습을 보여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들은 박수진의 아기가 비교적 건강한 상태로 회복된 이후에도 제1치료실에 머문 것에 대해 “다른 산모들과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그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수진의 자필 사과문. 박수진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11월 20일에는 맘 커뮤니티를 넘어서 네이트판에까지 서울 청담동 소재의 한 소아과에서 겪은 연예인 특혜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조각 같은 얼굴로 유명한 배우 K 씨와 단아한 외모로 인기가 높은 여배우 L 씨의 소아과 예약 새치기가 문제가 된 것.
글쓴이는 “우리 아이 차례가 됐을 때 갑자기 간호사가 막더니 K 씨의 아이들을 먼저 들여보내줬다. 그날 이후 또 다시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예약했는데 예약을 한 나보다 먼저 예약하지 않은 L 씨가 들어갔다”며 “의사에게 따지니 자기가 애들 셋을 다 봐줘서 친해서 그랬다며 미안하다고 그러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후 글이 큰 반향을 일으키자 K 씨가 병원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해 왔다고도 전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 어디가?> 등 가족 예능을 통해 자상한 아빠, 엄마로 얼굴을 알렸던 연예인들도 병원 특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또 다른 방송인 J 씨의 경우도 소아과 진료 특혜 문제로 거주 지역 맘 커뮤니티 내에서 ‘요주의 인물’로 찍혔다.
한 회원은 “예약부터 ‘박 터진다’는 유명 소아과에 연예인이라고 프리패스로 들어간다. 아예 오자마자 대기실이 아니라 원장실로 먼저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라며 “예약 명단을 보자며 엄마들이 따져 물어도 병원이 얼버무리는 판에 대놓고 불만을 털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연예인 홍보 효과로 그럴듯한 특수를 누릴 수 있는 에스테나 성형외과, 산후조리원 등이라면 이해하겠지만 소아과나 산부인과까지 연예인 특혜가 이뤄져선 안 된다는 게 뿔난 ‘일반 고객’들의 입장이다. ‘연예인 DC’ ‘협찬’이라는 이름 아래 이뤄졌던 일들이 결국 또 하나의 적폐로 자리 잡았다는 것.
한편 박수진의 사건으로 더욱 거세게 불붙고 있는 연예인 진료 특혜는 결국 청와대 청원으로까지 이어졌다. 삼성병원의 박수진에 대한 특혜 사실을 조사해달라는 이 청원에는 6일 기준 4만 6566명이 동의했다. 박수진이라는 한 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지긴 했어도 선례를 통해 이후에 있을 또 다른 연예인 특혜 문제를 방지하겠다는 게 청원의 목적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