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원 영부인은 ‘볼수록 매력덩어리’
▲ 한국을 방문한 미유키 여사가 영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김치를 담그며 즐거워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
미유키 여사는 “금성에 다녀왔다”, “전생에서 톰 크루즈와 만났다”는 황당한 발언으로 ‘4차원 영부인’이라는 다소 비호감적인 닉네임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애처가 하토야마 총리 이외에도 그녀의 매력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듯하다.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나이가 들어서도 매력 있는 여성’이라는 이미지로 인기를 얻고 있을 뿐만 아니라 총리와 함께했던 외교활동을 통해 해외언론으로부터 적극적이고 매력적인 일본의 퍼스트레이디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녀는 미국 방문 둘째 날에 뉴욕대학의 음악치료센터에서 치료 중인 학생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녀와 함께 노래했던 마크 폴링(11)은 일본 주간지 <주간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즉흥적으로 만든 노래였는데 갑자기 그녀가 함께 따라 불러주었다. 감격스러웠다! 천사 같은 분”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폴링과 동석했던 그의 조모 역시 “영어도 유창하고, 무척 사랑스러운 분이었다. 심리치료사 같은 카리스마도 느낄 수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유키 여사의 내조는 성공적인 외교 데뷔뿐만 아니라 남편의 정신적 안정에도 빛을 발하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가 평소 불안해 할 때면 “당신은 신으로부터 보호받고 있으니 걱정 말아요”라며 격려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총리가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아내의 영적인 파워에 대한 그의 돈독한 믿음 때문이다.
그녀가 다카라즈카 극단에서 활동할 당시 동료배우였던 A 씨는 “미유키는 예전부터 강한 염력이 있었다. 지방공연을 가면 숙박업소에서 ‘여기에는 악령이 살고 있으니 방을 바꿔달라’고 하거나, 지인의 죽음을 예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남편이 차기 총리가 될 것이라는 점도 미리 예지했던 것일까. 지난 3월 6일에 있었던 TV대담에서 그녀는 조만간 총리 부인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하늘의 뜻이다”고 답했다. 당시 진행을 맡았던 나시모토 가쓰는 “그때는 아직 정권교체가 확실치 않은 상황이었다. 농담조로 건넨 질문에 당당히 대답하는 의외의 모습에 적잖게 놀랐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 김윤옥 여사로부터 김치를 받아먹고 있는 미유키 여사. | ||
사실 하토야마 총리가 어느 때부턴가 갑자기 넥타이를 금색으로 통일한 것도 미유키 여사 때문이었다. 그녀가 이번에는 지남력을 신봉하기 시작했던 것. 지남력에 능통한 한 여성으로부터 “하토야마는 우선 옷의 색상을 바꿔야 한다. 금색은 개운을 가능하게 한다”는 충고를 들은 그녀는 총리의 넥타이나 포켓치프를 금색으로 할 것을 권했다. 선거 직전 미유키 여사가 자신의 머리 앞부분 백발 포인트를 검게 염색하고, 의상 스타일에 변화를 준 것도 지남력 때문이었다. 그녀는 좋아하던 빨간 옷 대신 검정이나 베이지색 옷을 입거나 지금은 총리부부의 행운의 색상이 된 샴페인 골드의 의상을 즐겨 입고 있다.
한편 그녀의 영향력은 민주당 의원 부인들 사이에서도 상당하다. 고바야시 씨는 “민주당 의원 부인들이 주최하는 모임에서 미유키 여사가 사람을 다루는 솜씨는 대단할 정도” 라고 말하며 에피소드 한 가지를 전해주었다. 부인들의 모임에서는 보통 남편의 서열이 곧 부인의 서열이 된다. 즉 의원의 서열에 따라, 그 부인이 상석부터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미유키 여사가 ‘우리 제비뽑기로 자리를 정해요’라고 말을 꺼냈다. 모두가 평등하게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자는 의미에서였다. 그녀의 독특한 제안 덕분에 엄숙했던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음은 물론, 그 후 모임의 부인들에게 미유키 여사는 롤모델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미유키 여사의 모습에 대해 하토야마의 모친 야스코는 내심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이다. 하토야마 가문은 대대로 여자의 파워가 강했다. 조부인 하토야마 이치로의 모친인 하루코는 공립여자대학을 설립해 여성교육에 주력했다. 브리짓스톤의 창업자인 이시바시 가문의 장녀인 야스코는 정계의 실력자들인 하토야마 유키오·구니오 두 아들의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그녀는 “하토야마 가문이 여자들의 힘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집안에서의 이야기다. 밖에서 부인은 언제나 남편보다 한걸음 물러서서 남편을 지원한다. 이것이 하토야마의 가훈이다”고 말했다. 야스코는 미유키 식 내조가 하토야마 가문을 망칠 가능성이 있다며 미유키 여사에 대한 언론의 관심에 걱정을 표했다.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