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백신 각국 시끄러운 사연
▲ 최근 신종플루 백신의 안전성 논란이 일면서 일부 국가의 국민들은 접종 자체를 꺼려하고 있다. 사진은 신종플루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캐나다의 어린이. AP/연합 | ||
지난 10월 27일을 기준으로 2만 6000여 명이 감염되고, 총 3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독일에서는 요즘 ‘2등급 백신’ 논란이 한창이다. 말하자면 선택 받은 소수인 정치인, 정부관료, 군인들이 접종받는 백신과 일반 국민들이 접종받는 백신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이와 같은 주장을 제기한 독일 일간지 <빌트>에 따르면 ‘2등급 백신’ 논란의 핵심은 백신에 함유되어 있는 ‘항원보강제’에 있다. 항원보강제란 신종플루 백신뿐만 아니라 독감 백신 등 기타 백신에도 사용되는 보조제로 백신 접종 후 면역력을 지속적으로 강하게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인 백신을 만들기 위해 종종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항원보강제로 인해 드물긴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발열, 근육통, 두통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임신부나 어린이의 경우에는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독일의 경우 현재 일반인들에게 제공되는 백신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사의 ‘팬덤릭스’이고, 정치인들에게 제공되는 백신은 ‘벡스터’사의 ‘셀바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팬덤릭스’에는 항원보강제가 함유되어 있는 반면 ‘셀바팬’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독일 할레대학의 바이러스학자인 알렉산더 케쿨레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팬덤릭스의 경우 부작용에 대한 임상시험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셀바팬이라고 꼭 안전한 건 아니지만 팬덤릭스보다는 부작용도 적고 안전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녹색당의 건강전문가인 비기 벤더는 “이처럼 차등화된 백신을 제공한다는 것은 민주주의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하고 있는가 하면, 본 대학의 공중보건 및 위생학센터의 소장인 마르틴 엑스너는 “정치인들은 본인들 스스로 국민들에게 추천한 백신을 접종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백신 등급 논란이 거세지자 독일 정부는 서둘러 해명을 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울라 슈미트 보건장관은 이런 보도가 근거 없는 것이라고 일축하면서 자신들도 국민들과 똑같이 ‘팬덤릭스’ 백신을 접종 받겠노라고 약속했다. 또한 울리히 빌헬름 총리 대변인은 “셀바팬은 1년 전에 작성된 계약서에 따라 4개월 전에 이미 주문을 신청해 놓은 것이며, 따라서 최근 불거진 등급 논란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또한 독일 정부는 ‘팬덤릭스’나 ‘셀바팬’ 둘 모두 유럽연합의 승인을 받은 안전한 백신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영국이나 스웨덴 정부도 팬덤릭스를 선택했다며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3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독일 국민 가운데 백신 접종을 받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13%에 불과했던 반면 받지 않겠다는 사람은 무려 66%에 달했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백신이 너무 단기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제대로 된 테스트를 거치지 못했을 것이며, 따라서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접종을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말 이미 사망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섰고 감염자 수도 수백만 명에 달하고 있는 미국은 어떨까. 현재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신종플루를 둘러싼 상황이 다른 나라보다 더 심각한 상태다. 게다가 “충분한 양의 백신을 준비해뒀다”는 캐슬린 시벨리우스 보건장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백신 부족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인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독일과 마찬가지로 백신에 항원보강제가 사용됐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 미 식품의약국(FDA)에 의해 승인받은 항원보강제 성분은 알루미늄염 하나뿐이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몇몇 의학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직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스쿠알렌이 항원보강제로 비밀리에 사용되고 있다는 의심이 증폭되어 왔다. 가령 대체건강위원회의 진저 밀스는 “백신에 사용되는 스쿠알렌은 올리브나 기타 식물에서 추출하는 기름 성분이다. 음식물로 섭취할 경우에는 건강식품으로써 별 문제가 없지만 혈관에 주입할 경우에는 반대의 결과(부작용)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조셉 머콜라 박사는 제약회사들이 스쿠알렌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 “백신 제조시 기름 성분인 스쿠알렌을 첨가하면 항원을 적게 사용해도 되므로 적은 비용으로 단기간에 더 많은 백신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제는 제약회사에게는 효자와 다름없는 이 스쿠알렌이 환자들에겐 때때로 치명적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스쿠알렌이 함유된 백신을 접종받을 경우 체내의 자가 면역이 약화될 수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이를테면 스쿠알렌은 뇌나 관절 등 체내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기름 성분이지만 만일 백신 접종으로 체내에 주입될 경우에는 이를 침입자로 인식한 신체가 이에 대한 항체를 생성하면서 부작용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스쿠알렌을 주입한 생쥐에서 류머티즘 관절염 증상이 나타났다는 실험 결과도 있었다.
스쿠알렌으로 인한 부작용이란 의심을 받고 있는 질환 가운데에는 ‘걸프전 증후군’도 있다. 1991년 걸프전에 참전했던 많은 수의 미군 병사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 질환은 건망증, 기억상실증, 만성피로감, 근육통, 관절염, 우울증, 불면증, 두통 등 그 증상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이 ‘걸프전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병사들의 수는 약 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바 없지만 보통 화학무기와 방독 코팅제에 대한 부작용, 그리고 병사들에게 접종한 백신에 의한 부작용 등이 그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바로 스쿠알렌을 사용한 항원보강제인 MF59가 포함된 탄저병 백신이 그것이다. 검사 결과 95%가량의 참전 병사들의 체내에서 스쿠알렌에 대한 항체가 검출되었으며, 많은 전문가들이 스쿠알렌을 ‘걸프전 증후군’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한편 다른 부작용을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는 급성 마비성 질환의 일종인 ‘길랭 바레 증후군’이 그것이다.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보건당국이 “신종플루 접종이 치명적인 신경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의 비밀 서신을 한 저명한 신경학자에게 보냈다고 폭로하면서 영국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이 신문은 또한 ‘길랭 바레 증후군’은 드물긴 하지만 독감 백신뿐만 아니라 독감 바이러스 자체만으로도 나타날 수 있으며, 신종플루 백신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런 모든 염려가 과장된 것이라고 말한다. 신종플루 백신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백신에는 두통, 발열, 홍조 현상 등과 같은 부작용이 따를 수 있으며, 대부분은 단기간에 사라지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의 대대적인 백신 접종 프로그램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고 있는 사람들은 “꼭 모든 국민이 접종을 받아야만 되나”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볼프-디터 루드비히 독일 약품위원회 회장은 각국 정부의 주도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백신 접종을 ‘소동’이라고 치부하면서 “보건부 관리들이 돈벌이가 목적인 제약회사들의 캠페인에 홀린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사실은 신종플루 유행이 생각보다 그리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일부에서는 정부의 지침에 따라 무조건적으로 접종을 받을 것이 아니라 국민들 스스로 백신과 신종플루의 위험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진 후 접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국립백신정보센터의 바바라 로 피셔는 “정부는 국민들에게 백신 접종을 권고하기 전에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접종과 인플루엔자, 백신의 위험성 그리고 공중보건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미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건강하고 별다른 증상이 없는 성인들의 경우, 백신 접종 대신 비타민 C를 충분히 섭취하거나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방법으로 면역력을 증대해 신종플루를 예방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