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기업사냥꾼, 거래소 모회사·지분 소유 회사 등에 투자해 거액 벌기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빗썸 거래소 매장 앞 시세표가 요동치고 있다.
전세계 거래량 점유율 15~25%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대표적이다. 빗썸은 거래소 업계에서 거래 수수료 등으로 올 한 해에만 3000억 원 이상의 수익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거래액 기준으로 하루에만 수수료 수익이 45억 원 이상 발생할 정도다. 실적 전망에 대해 빗썸 측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 내년이 되면 알 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거래소가 급성장하면서, 빗썸의 지분을 가진 회사에 투자한 ‘전문 투자꾼’들이 적지 않은 수익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흐름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가상화폐 시장이 처음 성장할 때 가상화폐 시장 특유의 ‘투기성’을 주목한 사채업자들이 거래소의 모회사 격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냈다”고 귀띔했다.
사실 빗썸 등 초창기부터 참여했던 거래소들은 지난 2~3년 동안은 ‘수익’을 보지 못했다. 수억, 많게는 수십억 원의 손해를 봐야 했다. 하지만 올해 가상화폐 광풍이 불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거래 서버가 수차례 다운될 정도로 가상화폐 거래량이 폭증한 것. 거래소는 거래액의 0.04~0.1% 정도를 수수료로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챙기는 구조다. 직원이 20명 수준이었던 빗썸은 올해에만 200여 명 규모로 급성장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투자자들도 큰 수익을 올렸다. 빗썸의 상당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A 회사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을 때, 우회 투자 방식(전환사채를 통해 주식을 받는 방법)으로 10억 원이 넘는 규모의 지분을 가지게 된 B 씨는 가상화폐 시장이 급성장하자 사들였던 것보다 2배 가까운 가격에 A 회사의 주식을 처분해 거액을 벌었다.
B 씨는 적자 기업을 사들여 큰 차익을 남기고 팔기로 유명한 M&A(인수합병) 전문가로 사채업계에서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기도 하다. 취재가 시작되자 B 씨는 “나는 사채업자가 아니다”라며 “빗썸 거래소 대표와 형동생 하는 관계인데, 전환사채 때 들어와 달라고 해서 들어갔던 것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특히 “지금 다 처분한 상황이고, 사업 내용도 정확히 모른다, 지금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투자자들 간의 갈등을 놓고 수사 가능성도 거론된다. B 씨와 C 씨는 현재 금전 거래 관계 등을 놓고 갈등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가운데 일부가 검찰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사정당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C 씨 역시 사채업계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관련 흐름을 잘 아는 사정당국 관계자 역시 “C 씨가 직접 한 것은 아니지만 C 씨 측에서 B 씨 측을 직접 고소하고, B 씨 측도 C 씨 측을 맞고발하는 사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 부분에서 얼마만큼 거래소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 가상화폐와 이를 취급하는 거래소를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확실하게 가이드라인이 나온 게 없어, 수사를 당장 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거래소 소유주의 횡령이나 배임과 같은 사건이 아니고서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수사를 하려면 거래소와 관련된 부분도 확인해야 할 텐데 그런 부분의 ‘적용 혐의’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곧바로 들어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빗썸 측은 “현재 회사와 전혀 상관이 없는 영역이고, 실제 기업 운영에 참가하지 않은 이들이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하지만 거래소 수익 배분 문제만큼이나, 운영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거래소나 채굴업계에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투기’를 조장, 시장 안정화와 가상화폐 관련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이다.
거래소 흐름을 잘 아는 채굴업계 관계자는 “과거 불법 토토 사이트를 운영하던 사람들 중 일부가 몇몇 거래소에 개발진으로 참여해 기본적인 작업들을 세팅했다”며 “‘투기 유도’라는 측면에서는 거래소나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나 똑같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보안 수준이 훨씬 업그레이드 된 것은 맞지만 결국 투기 분위기로 몰고 가야 수익이 많이 나는 것은 거래소나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나 매한가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거래소가 거래자들이 입금한 돈을 받아서 어떻게 운영하는지도 ‘깜깜이’다. 빗썸 등 거래소 측은 “가상화폐 매입 명목으로 받은 예치금을 모두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업계에서는 일부 거래소가 ‘입금된 돈’을 가상화폐에 투자해 손실을 봤다는 얘기도 파다하다.
앞선 채굴업계 관계자는 “결국 가상화폐라는 게 눈에 보이지 않는 ‘코인’을 약속으로 준다고 보증하는 것 아니냐. 그렇게 거래소에 모인 돈을 은행 수준으로 관리했을 리 없다”고 지적했했다. 그는 특히 “거래소를 그만두고 나온 사람들로부터 ‘예치금’을 가지고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코인 가격을 올리거나 내린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손실이 발생해 “‘거래소’에 모든 거래자들이 돈을 찾으러 가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상태)’이 발생하면 거래소가 거래자들이 맡긴 돈을 다 주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도 돌 정도“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거래소가 손실을 봐 거래자들의 돈을 지켜내지 못해도 법적으로 처벌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법적으로 정해진 일정 지급 비율을 항상 유지하면서 가면 되는데, 가상화폐 거래소는 그런 규정도 없고 이를 가상화폐 등 다른 곳에 투자하면 안 된다는 규정도 없다”며 “해도 된다, 하면 안 된다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만일 뱅크런이 발생해도 법적 처벌이 애매하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정부도 거래소가 문제라는 점을 유의깊게 살피고 있다. 정부도 투명하게 운영되지 않는 ‘거래소’들을 손보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가닥잡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첫 제재도 나왔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인정보 3만 6000여 건이 유출된 빗썸 거래소에 대해 과징금 4350만 원과 과태료 1500만 원을 부과했다. 법무부는 이밖에도 거래소의 운영 실태와 약관 등을 살펴 높은 수준의 ‘기준’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 채굴업계 관계자는 “‘엉망’으로 운영됐던 거래소가 한둘이 아닐텐데, ‘피해 보상’을 하지 않겠다는 정부가 어떻게 깊숙이 관여하겠느냐”며 “차라리 거래소를 1~2개로 줄이고, 투자자들이 남아있는 거래소로 코인을 송금하는 형식으로 자산을 보전해주는 것이 과세나 관리 측면에서 정부 입장도 더 편리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
일본 가상화폐 광풍 주범 지목된 까닭? 결제수단 인정…가격 상승 부채질 일본은 한국과 가상화폐를 대하는 태도가 사뭇 다르다. 정부가 나서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자연스레 일본이 ‘비트코인 광풍’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일본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거래소 관리’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지난 4월 금융청 주도 하에 자금결제법을 개정했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법적 결제수단으로 인정한 것인데, 이를 취급하는 거래소도 등록제 형식으로 공식 승인했다. 정부가 요구하는 ‘기준’을 갖춘 거래소들을 공식 승인한 것. 덕분에 일본 내에는 11개 가상화폐 거래소가 공식 금융권으로 편입됐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디지털 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하면서 앞으로 가격이 더 뛸 것이라는 기대감이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도 가상화폐의 투기화 우려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들이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는 부분을 ‘홍보’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 정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에서도 ‘등록’을 해 준 것을 정부가 ‘승인’했다고 홍보하는 바람에 정부 측에서 우려를 한다고 들었다”며 “실패한 케이스로 보고 접근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가상화폐의 근간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향후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며 “싹을 자르기보다는 높은 수준의 기준을 제시해 가상화폐 거래를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
정우성 이정재 하정우 가상화폐로 대박 소문 도는 까닭 가상화폐 시장을 눈여겨 본 것은 사채업자뿐이 아닌 것 같다. 사채업자들 외에도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빗썸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A 회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A 사에 투자한 배우 정우성과 이정재, 하정우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투자한 직후, 7000~8000원대이던 A 사의 주가는 1만 6000원까지 올랐는데, 이들이 지분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2배 넘는 수익을 본 셈이다. A 사가 ‘적극적으로 가상화폐 관련 사업을 진행하겠다’며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 것은 지난 10월 초. 114억 원 규모 규모였는데, 당시 배우 정우성과 이정재가 각각 10억 원, 하정우가 5억 원을 투자했다. 가수이자 배우인 성유리의 배우자인 안성현 씨 역시 6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사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정우성 이정재 등이 소속된 아티스트컴퍼니 대표가 빗썸 거래소 대표이자, A 사 대표 격인 김재욱 씨”라며 “소속사 연예인들에게 투자를 권유해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아티스트컴퍼니 등기에 따르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던 김재욱 빗썸 대표는, 기존 대표였던 이정재가 지난해 4월 물러남과 동시에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1990년대 초반 ‘오늘 같은 밤이면’ 등의 노래로 인기를 끈 가수 박정운은 ‘불명예’스럽게 가상화폐 관련 연예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2000억 원대 가상화폐 투자사기 사건에 연루된 것. 검찰(인천지검 외사부)에 따르면, 박정운은 지난해 3월부터 가상화폐 ‘이더리움’ 채굴 사업에 투자하면 수익금으로 가상화폐를 주겠다고 속여 투자자 수만 명으로부터 2000억 원을 받아 가로챈 마이닝맥스 회장 D 씨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D 씨 등 3명을 구속한 데 이어, 박정운이 얼마만큼 관여했는지를 수사 중이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