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울타리 넘어 4차 산업 홀로서기 시동
현대가 3세이자 노현정 전 아나운서의 남편으로 더 유명한 정대선 현대BS&C(비에스앤씨) 사장이 ‘HDAC’(현대DAC)을 통해 가상화폐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진은 현대페이 홈페이지 캡처.
2016년 12월 IT 벤처회사인 더블체인과 핀테크 업무협약을 맺은 현대BS&C는 2017년 6월 현대페이를 공식 출범하고 블록체인 기술 확보에 공을 들였다. 현대페이는 P2P 금융기업인 시소플랫폼, 코스닥 상장사인 한글과컴퓨터 등을 사업 파트너로 두고, 현대DAC을 거래할 창구로 한국디지털거래소를 점찍었다. 앞서 정대선 사장은 “블록체인 기술의 안정성을 더해 (현대페이가) 핀테크 시장에 성공적인 자리매김을 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시장에선 이미 현대DAC이 거래되고 있다. 기존 시장 지배자인 비트코인, 이더리움만큼은 아니지만 현대DAC은 국내 몇 안 되는 ‘토종화폐’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현대DAC을 일컬어 비트코인과 유사한 ‘현대코인’이란 별명을 붙였지만 현대BS&C 측은 “현대코인이라는 것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IT업계에 따르면 현대DAC은 정대선 사장이 설립한 스위스 현지법인 ‘HDAC 테크놀로지’가 만들고, 암호화를 거쳐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되고 있다. 결제 수단은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다. 즉 가상화폐로 가상화폐를 교환하는 셈인데 이 같은 거래 방식을 일명 ICO(Initial Coin Offerings)라고 한다. 기본 개념은 기업 IPO와 같지만 투자자에게 지분 대신 코인을 배분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또 주식 거래는 각 국가의 법령에 따르지만 코인은 마땅한 규제 수단이 없다. 이미 우리 정부는 “가상화폐 신규 ICO를 전면 금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외적으로 현대페이는 ‘가상화폐는 수단에 불과하고, 본질적인 목표는 핀테크 플랫폼 개발’이라고 주장한다. 가상화폐의 기술적 토대인 블록체인(비대면 분산 장부)을 IoT(사물인터넷)와 접목해 신규 플랫폼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가정임을 전제로 현대페이의 블록체인이 정부로부터 기술력을 공인받으면 자연스레 전자상거래 시 현대DAC의 사용 범위가 넓어진다. 현대DAC의 사용 범위가 늘어나면 현대DAC 유저를 중심으로 사물인터넷의 근간인 빅데이터가 축적된다. 나아가 이 자체로 하나의 산업생태계(플랫폼)가 구축된다. 이는 세계 대부분 IT업체가 그리는 청사진이다.
문제는 기술 경쟁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누가 가장 안전하고, 수준 높은 블록체인 기술을 선보이느냐가 관건이다. 금융권 한 인사는 “국내에선 인터넷 보급 초기 여러 포털 사이트가 난립했지만 결국 살아남은 사업자는 네이버와 다음 등 소수에 불과하고, 해외를 보면 수많은 전자상거래 사이트 중 결국 아마존이 살아남아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다”며 “블록체인은 미래에 꼭 필요한 기술이고, 비트코인을 사는 것은 결국 블록체인에 투자하는 것이다. 어떤 화폐라도 블록체인 기술이 뛰어나면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적으로 현대페이는 ‘가상화폐는 수단에 불과하고, 본질적인 목표는 핀테크 플랫폼 개발’이라고 주장한다. 가상화폐의 기술적 토대인 블록체인(비대면 분산 장부)을 IoT(사물인터넷)과 접목해 신규 플랫폼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사진은 현대페이 홈페이지 캡처.
현대페이의 메인 파트너사는 블록체인 기술을 지닌 더블체인이다. 양사간 업무협약에 따라 더블체인은 지난해 현대BS&C 사옥에 입주했다. 현대DAC을 사고팔 가상화폐 거래소인 한국디지털거래소도 같은 해 현대BS&C 사옥에 입주했다. 더블체인은 2016년 말 기준 직원 수 5명으로 유의미한 매출은 나오지 않았다. 한국디지털거래소도 현재까진 가상화폐 거래소를 정식 운영하지 않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선 현대DAC의 성패를 논하기엔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가상화폐 투자는 본질적으로 도박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실제 가상화폐의 대명사인 비트코인은 지난 크리스마스 전후 시세가 40% 이상 급락하며 투자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최근 현대DAC ICO로 비트코인을 취득한 HDAC 테크놀로지 역시 적잖은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 이름을 사용한 최초의 가상화폐지만 현대DAC에는 현대가(家) 차원의 지원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사장은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처럼 계열분리 후 ‘큰형님’인 현대차그룹과 사실상 거리를 두고 있다. 정 사장이 지분 100%를 가진 현대BS&C는 2016년 기준 매출 1747억 원, 자산 1264억 원의 ‘중견기업’이다. 자산 중에선 부채가 1000억 원에 가까워 유동성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현대BS&C가 저축은행들로부터 빌린 차입금의 이자율은 7.5%에 달한다.
재계 일각에선 다른 재벌 3세에 비해 ‘윗선’의 지원이 부족했던 정 사장의 핀테크 사업 진출은 불가피했다는 말도 나온다. 경영자로선 투자에 일부 리스크가 있더라도 앞으로 유망한 사업에 돈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현대BS&C의 주력 사업은 건설업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은 사양산업”이라 했고, 재계 관계자는 “정 사장에 대해 현대 차원의 지원은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페이 측은 “현대BS&C와 현대DAC은 전혀 무관하다”며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비트코인 관련 ‘반기문 일가’ 거론 왜? 시대 앞선 선견지명 빛 못봐 최근 비트코인이 뜨면서 투자업계 안팎에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이름이 새삼 거론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반 전 총장의 동생 반기상 씨는 국내 최초 가상화폐 전문 매체인 ‘비트허브’의 고문으로 재직했다. 때문에 지난 대선을 앞두고 비트코인 관련주들은 상당수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됐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이 대선 레이스를 포기하면서 비트코인 열풍은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재미있는 점은 비트허브가 비트코인이란 개념조차 생소하던 2014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했고, 당시에도 반 씨는 고문으로 있었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비트허브는 2016년 ‘빛’도 못보고 서비스를 종료했다. 투자업계에선 “반 씨 일가가 시대를 너무 앞서 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