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올림픽’은 피해도 올림픽으로 돈 버는 시대 지났다…선수촌 아파트는 ‘웃음’, 경기장 시설은 ‘우울’
2011년 7월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23차 IOC 총회. 자크 로게 당시 IOC 위원장이 ‘평창’을 외치며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군이 결정됐다. 3수 끝에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사람들은 환호했다. 올림픽을 통한 지역 발전으로 강원도에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듯했다. 6년여가 흐른 현재,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우리가 꿈꾸던 경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빙상경기 개최도시인 강릉 경포 해변에 설치된 오륜마크. 연합뉴스
#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제 효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강원도와 평창군은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를 통해 동계스포츠의 중심지이자, 세계적인 관광지로 도약할 기회를 얻게 됐다며 큰 기대감에 부풀었다. 이번 올림픽으로 최대 65조 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적자 올림픽’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2016년 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국내 기업들의 후원과 기부마저 얼어붙으면서 불안감은 더욱 고조됐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도 이러한 재정 적자 문제에 대해 고심을 거듭했다. 실제 2017년 3월 확정된 4차 예산 조정에서는 세입 2조 5000억 원, 세출 2조 8000억 원으로 3000억 원 적자가 예상됐다. 올림픽 이후 시설들의 사후 관리 문제까지 더해지면 적자는 더욱 불어날 수 있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평창 올림픽 후원이 조금 부족하다고 하는데 공기업들이 마음을 조금 더 열어주길 바란다”며 공기업의 적극적인 후원을 공개 요청했다. 이에 한국전력공사를 시작으로 한국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동참했고 국내 후원과 기부도 활성화되면서 ‘경제 올림픽’ 청신호가 켜졌다.
이희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최근 “성공적인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한 국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등의 후원금과 기부금으로 당초 목표액 9400억 원을 넘어 1조 493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조만간 발표될 5차 재정계획에서는 ‘균형 재정’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직위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SK, KT 등 재계 20위 이내 기업이 대부분 참여하는 등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전까지 후원사가 총 80개에 달할 것으로 봤다. 이는 2006년 토리노(34개)와 2010년 밴쿠버(56개), 2014년 소치(44개) 등 역대 동계올림픽 중 가장 많은 수치다.
그럼에도 평창 동계올림픽이 막대한 경제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는 갖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과거 다른 국제대회 조직위에 몸담았던 스포츠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인들이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잘 모르던 1988년 서울 올림픽 시절도 아니고, 어떻게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수십조 원의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겠느냐”며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이나 2016 리우 올림픽 등에서 보듯이 더 이상 대형 스포츠 이벤트 개최로 돈 버는 시절은 지났다. 최근에는 개최 준비로 적자를 보지 않으면 다행이다”라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투자비용 대비 가성비가 문제겠지만, 그래도 올림픽을 열지 않는 것보다는 특수를 누리지 않겠느냐. 최근 관광수지 적자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국가적 차원에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며 “그럼에도 올림픽 특수가 서울이 아니라 강원도에 국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 입장권 판매
평창 동계올림픽에 얼마나 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찾아오느냐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는 입장권 판매 현황이다.
조직위는 “목표치인 107만 장 가운데 지난 12월 21일 기준 65만 5000여 장을 판매, 61%의 판매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중 해외에서 판매된 입장권이 약 18만 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중국 등 해외 관광객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또한 22만 매 판매가 목표인 패럴림픽 역시 37%인 8만 1000매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월드컵이나 아시안게임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앞두고 입장권 판매율이 저조한 성적을 보이면 정권이 나서 지자체와 공공기관, 기업 등에 입장권 구매를 요구하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 동안은 정권 차원에서 기업들에 국내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입장권 구매를 강요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며 “이번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는 정부나 조직위에서 입장권 강매를 요구 받은 적은 없다. 생각보다 입장권이 잘 팔리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 선수촌 아파트
12월 15일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전 세계에서 온 설상 종목 선수들이 머물 선수촌이 준공식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앞서 지난 9월에는 빙상 종목 선수단이 묵을 강릉 올림픽 선수촌이 공개됐다.
두 곳에 위치한 선수촌은 대회가 끝나면 보수작업을 거쳐 일반 아파트로 쓰일 예정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선수단이 머물 평창 선수촌 전경.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선수촌 아파트를 두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올림픽 기간 선수들을 위해 아파트를 짓긴 지었지만,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인구수가 많지 않은 강원도에서 분양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것이다.
평창 선수촌은 15층짜리 8개동 600세대, 강릉 선수촌은 25층짜리 9개동 922세대 규모로 구성됐다. 역대 올림픽 선수촌 중 최고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군의 올해 말 기준 인구수는 4만 3000여 명으로, 4인 가구 기준으로 보면 평창 선수촌의 600세대는 평창 가구수의 약 6% 수준이다.
하지만 선수촌 아파트 건설에는 민간 자본이 유치돼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재정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평창 선수촌은 시행사 용평리조트가 1800억 원을, 강릉 선수촌에는 LH공사가 2146억 원을 각각 투자했다.
특히 실수요가 충분치 않다는 우려와 달리 강릉 선수촌과 평창 선수촌은 분양과 동시에 100%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시공사 용평리조트 관계자는 “분양가가 평당 900만~1000만 원선으로 높은 편이었는데도, 프리미엄까지 붙어 이미 100% 분양이 완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평창과 강릉 선수촌을 분양받은 이들의 성격은 각각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강릉 선수촌은 LH공사가 지은 만큼 서민 주택 내지는 보금자리 주택으로 활용된다.
반면 평창 선수촌의 구매자 대부분은 평창군민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대관령과 용평리조트 등이 가까운 지리적 입지 조건에 일종의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별장 개념으로 분양을 받았다는 것이다. 앞서 관계자는 “수도권 등지의 부유한 사람들이 세컨드 하우스 개념으로 구매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동계올림픽 특수뿐 아니라 제2영동고속도로, 서울 양양간 고속도로, 경강 KTX 개통 등에 강원도가 전체적으로 집값이 많이 올랐다”며 “선수촌 아파트 분양이 인기가 없을 리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역대 선수촌 아파트가 미분양 우려와 달리 인기가 좋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은 대회 자체에서는 여러 문제점이 노출됐지만, 선수촌 분양은 경쟁이 치열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또한 이듬해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선수촌 역시 대규모 세대에 공급 과잉이라는 비판이 많았지만 분양에 문제가 없었다”며 “대회의 성패 여부와 상관없이 부동산은 불패였다”고 귀띔했다.
# 경기장 시설 사후관리
반면 올림픽 이후 경기장의 사후 관리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천억 원의 혈세를 들여 건설한 경기장이 ‘적자 유산’이 될 수 있다는 것.
강원도가 지난 11월 12일 한국산업전략연구원 용역결과를 토대로 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를 보면 정선 알파인경기장과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강릉하키센터 등 강원도가 관리주체인 7개 시설에서 연간 100억여 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2017년 12월 19일 ‘경강선 열차 시승식’에서 간담회를 갖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19일 가진 ‘경강선 열차 간담회’에서 “올림픽 시설의 사후활용은 중요하다. 강원도의 도세가 약하기 때문에 강원도만의 힘으로 사후 활용을 잘할 수 있다고 믿기는 어렵다. 정부 차원에서 지자체, 시민사회와 긴밀히 협의해 올림픽 시설 사후 활용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원도청 관계자는 “문체부에서 시설 사후 활용 방안에 대해 초안을 작성해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연말에 나올 줄 알았는데 아직 안 나왔다”며 “기재부 등 관련 부서별 협의 사안이 있어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조만간 나오면 강원도청에서도 초안을 보고 다시 문체부와 조정에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언더커버] 2018평창 특집 4탄-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가능성은 이어짐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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