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본 평창…사실상 강릉동계올림픽이라 부르는 게 어울렸다
1. 완전 개방형 개폐회식장 추위에 ‘덜덜’
개폐회식이 열리는 평창올림픽스타디움. 경기장 전체에 눈이 내려 앉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세계에서 평창의 첫인상은 어떻게 기억될까? 아마 ‘칼바람’이 될 걸로 보인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평창올림픽스타디움은 지붕이 없는 개방형이다. 관객석에 있으면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피할 길이 없는 구조다.
개회식에 참가할 걸로 예상되는 4만 4000여 명은 식이 진행되는 5시간여 동안 추위와 싸워야 한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는 경기장 전체를 천으로 둘러 바람을 막고 관중에게 무릎 담요와 핫팩을 제공할 계획이지만 어림없어 보인다.
개막식 예정 날짜는 2018년 2월 9일이다. 2017년의 같은 날 평창군 대관령면 기온은 평균 -9.1℃였다. 최저 -12.2℃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개막식은 해가 저문 오후 8시에 시작할 예정이다.
기자가 평창올림픽스타디움을 방문한 시각은 12월 27일 오후 3시경이었다. 당시 기온은 -7℃쯤이었지만 바람이 한번 불면 겨드랑이에서 팔짱을 꺼내지 못할 정도로 추웠고 귀는 깨질 듯했다. 지역 택시 기사도 “여기는 산간지방이라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체감 기온이 더 낮아요”라고 귀띔했다.
‘뚜껑 없는 경기장’ 탄생의 이유는 예산부족이었다. 평창올림픽스타디움의 사용 목적은 오직 개폐회식뿐이다. 애초에 경기가 이뤄지지 않고 올림픽 직후에 사라질 예정이었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기 어려웠던 탓에 경기장이 ‘간소’해졌다.
2. 생각만 해도 머리 아픈 교통난 극복 가능할까?
조직위는 올림픽 기간 중 평창·강릉·정선에서 발생할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셔틀버스 환승시스템을 내놨다. 임시 대형 주차장, KTX역, 시외버스터미널을 주요 거점으로 셔틀버스를 운행해 자가용을 시외에 머물게 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함으로써 도심 교통난을 해결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조직위는 설 명절인 2월 16일에 32만 2794명이 개최지를 찾을 걸로 내다봤다. 강원도 방문객의 약 74%가 일반 승용차를 이용해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설 당일 차량 24만여 대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조직위가 마련한 8개소 환승주차장의 수용력은 1만 580대에 불과하다. 올림픽 기간엔 대중교통 이용자 비율이 늘 거라는 점을 감안해도 주차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조직위는 하루평균 17만여 명을 이동시킬 셔틀버스로 45인승, 52인승(입석포함), 53인승(입석포함) 25개 노선에서 432대를 운행한다. 조직위 측은 “셔틀버스 운행 수나 경로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관객을 실어나르기에 충분한 개정안을 내놓을지 미지수다.
평창 대관령주차장. 셔틀버스 운행 알림판이 덩그러니 설치돼 있었다. 사진=박현광 인턴기자
환승 시 번거로움과 추위도 방문객들의 몫이다. 평창올림픽스타디움과 가장 가까운 KTX 진부역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진부수송몰까지 약 2.5km로 택시를 타면 3500원 정도 나오는 거리를 알아서 찾아 가야 한다. 셔틀버스 배차 간격은 5~10분이고, 노선에 따라 20~30분인 곳도 있다. 사람들이 몰린다면 그 이상 시간 동안 버스를 기다려야 할 지도 모르지만 버스환승장에는 바람막이조차 없었다.
3. 평창이 아니라 강릉동계올림픽이라 불러야 할 판
“평창에 유명한 곳이 어디죠?”
“월정사도 있고…음…제일 유명한 게 월정사죠.”
KTX 진부역에 내려서 평창올림픽스타디움까지 택시를 탔다. 질문을 받은 택시기사 이 아무개 씨는 멋쩍게 웃어 보였다.
“평창에 사람들이 많이 와야 할 텐데 아무래도 사람들이 강릉에 모이겠죠.”
대한민국 동계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금을 획득한 쇼트트랙 경기를 비롯해 메달 획득이 예상되는 인기종목인 빙상 경기는 모두 강릉에서 펼쳐진다. 평창에서는 봅슬레이와 알파인 스키 등 스키 종목이 주로 치러진다.
강릉은 경포대를 낀 바다를 접하고 오죽헌, 순두부마을 등 관광 명소가 많고 숙박 시설도 평창에 비해 충분하다. 올림픽 관람객 유치에 유리해 보인다. 올림픽 경기장 간 거리도 짧아 도보 이동이 가능한 점도 매력적이다. 여러모로 올림픽을 찾는 관람객이 강릉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진부역에서 평창올림픽스타디움까지는 택시로 15분, 요금은 2만 1600원이 나왔다. 올림픽스타디움에서 경기장 4곳(스키점프센터, 바이애슬론센터, 크로스컨트리센터, 올림픽슬라이딩센터)이 몰려 있는 알펜시아올림픽파크까지 택시로 6분, 요금은 4200원이었다. 경기장은 모두 산능성이에 있어 알펜시아올림픽파크에서 도보로 이동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알펜시아올림픽파크(앞)에서 스키점프센터(뒤)까지 깎아진 경사를 1.5km 올라가야 한다. 사진=박현광 인턴기자
반면, KTX 강릉역에서 강릉 올림픽파크까지는 택시로 5분, 요금 3900원 거리였다. 일단 올림픽파크에 도착하면 걸어서 경기장 4곳(강릉아이스아레나, 강릉하키센터,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강릉컬링센터)을 둘러볼 수 있었다. 도보 10분 반경 내 모두 위치해 있었다. 관동하키센터만 유일하게 강릉 올림픽파크에서 떨어져 있었는데, 강릉역에서 차로 15분 거리였다.
강릉아이스아레나 입구(왼)에서,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입구(뒤)까지는 도보로 3분 거리로 이동하기 편했다. 사진=박현광 인턴기자
실제로 조직위는 설 당일 강릉에 19만 5637명의 방문객이, 평창에 11만 5963명이 몰릴 걸로 내다봤다.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4. 멀고도 어려운 평창행 “우째 가라는 기고”
지난 22일 서울과 강원도를 잇는 경강선 KTX가 운행을 시작하면서 서울에서 평창까지 이동이 한결 쉬워졌다. 실제로 서울역에서 강릉역까지 125분, 강릉역에서 진부역까지 20분 걸렸다. 아침 9시에 서울역에서 출발해 강릉과 평창을 둘러보고 서울역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6시 30분이었다. 하루 생활권이라는 말이 와 닿았다.
이에 반해, 경상·전라도에서 평창까지 직통 대중교통이 없다. 충청도에선 평창까지 직행은 3곳 버스터미널(진부, 횡계, 장평) 통틀어 제천행 왕복 8회 운행이 전부다. 제주도는 말할 것도 없다.
강릉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경상·전라·충청도 직행버스를 운행하고 있지만 그 횟수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강릉을 통해 평창으로 오는 길을 택해도 문제다. 강릉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 관람객은 직선거리 6.3km 정도 떨어진 북강릉수송몰로 가서 평창으로 가는 셔틀버스로 갈아 타야 한다. 부산에서 평창까지 족히 한나절은 걸린다는 이야기다.
조직위는 영·호남 올림픽 관람객을 위해 선산·정안 환승휴게소~개최지 간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버스 운행은 하루 단 4회뿐이다. 이마저도 ‘GO평창’ 모바일 어플을 통해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5. ‘평창 특수’ 바가지 숙박 요금 잡힐까?
숙박 공유업 에어비앤비를 통해 하루 20만 원에 내놓던 방을 올림픽 기간엔 1박에 550만원에 내놓는 경우도 있다. 에어비앤비 갈무리
평창·강릉 지역 A 모텔과 B 모텔을 방문한 결과 평소 5만 원 하던 방이 올림픽 기간에는 각각 15만 원과 30만 원이었다. 기자가 11월 15일 확인했던 가격과 다르지 않았다. A 모텔 주인은 “그래도 다른 곳에 비해서 양심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 기간 중 숙박시설 가격이 치솟는 건 당연한 얘기다. 세계 최대 숙박예약 업체인 ‘에어비앤비’를 통해 평소 20만 원 하던 방을 올림픽 기간에 550만 원에 내놓는 사례도 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2인용 침대가 달랑 놓인 방 한 칸에 15만 원에서 30만 원을 받는 건 바가지요금이라는 여론이 비등하다. 강원도가 12월 6일 파악한 평창·강릉 지역 숙박업소 동향에 이러한 여론은 그대로 드러났다. 평창·강릉·정선 지역 숙박업소 예약률은 11%에 그친 걸로 나타났다. 2152개 업소 중 234개 업소만이 예약 손님을 받았다.
‘차라리 집에서 보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12월 20일에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직접 경기장을 찾아 관람하겠다고 대답한 사람은 5.1%에 불과했다. 문체부는 “바가지요금 논란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당 지자체와 숙박 업체 단체까지 발 벗고 나섰다. “개인 사업장의 가격을 통제할 순 없다”는 입장이던 강릉시는 숙박 요금을 잡기 위해 특별단속팀을 꾸렸다. 과도한 요금을 요구하는 업소를 대상으로 건축법과 주차장법, 공중위생법, 소방시설 등 관련 법령으로 집중 단속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한숙박업중앙회 평창군지부와 평창군 펜션민박협회는 12월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2인 1박에 16만 원 이상 받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했다. 과연 올림픽 개최지 바가지 숙박 요금은 잡힐 수 있을지, 나아가 돌아선 국민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언더커버] 2018평창 특집 3탄-평창의 경제올림픽 전망 이어짐
강원 평창·강릉=박현광 인턴기자 mua12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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