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특검 무혐의’만 처리한 후 수사 물줄기 다시 하나로 합칠 듯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논란에 대해 ‘특별 수사팀’을 꾸리는 결정을 내렸다. 서울동부지검 문찬석 차장검사(사법연수원 24기)를 팀장으로 하는 다스 횡령 의혹 고발 사건 수사팀을 출범시킨 것. 수사팀은 부팀장 노만석 인천지검 특수부장(사법연수원 29기)과 평검사 2명, 수사관 등 모두 10여 명으로 구성됐다. 기업 수사 성격이 강한 점을 감안, 회계 분석 전문요원 등도 참여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인 것으로 의심을 받는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수사팀이 서울동부지검에 사무실을 차리고 정식 수사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번에 꾸려진 전담팀은 제한적인 영역만 수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12월 22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문찬석 차장검사는 “팀명은 ‘다스 횡령 의혹 등 고발 사건 수사팀’”이라며 고발이 들어온 영역에 대해서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고발 내용부터 살펴보자. 앞서 참여연대는 다스 실소유주를 확인해 달라는 취지의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참여연대는 다스가 누구의 것인지 불분명하다며 신원 미상의 다스 실소유주를 고발 대상으로 명시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 2008년 이 전 대통령의 ‘BBK 의혹’을 수사했던 정호영 전 특검을 수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정 전 특검의 경우 당시 BBK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관련 정황을 파악하고도 수사 결과에 포함시키지 않았다(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특수직무유기 혐의)는 게 참여연대 측의 주장이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왔지만, 대검은 전담 수사팀을 꾸리는 방법을 선택, 고발 사건 영역만 서울동부지검으로 떠넘겼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정호영 특검 때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면, 당시 윤석열 지검장이 특검 파견검사였기 때문에 논란이 될 수 있다”며 “이런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서 계속 맡아서 했다가 정호영 특검 부분에 대해 ‘무혐의’ 결과가 나오면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서 정치적인 공세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BBK 주가 조작 사건의 피해자들이 고발했다는 사건이 배당된 첨단범죄 수사1부 역시 부장검사(신봉수)가 정호영 특검팀에 파견 나갔던 검사였을 정도로 정호영 특검팀 소속 검사들이 서울중앙지검에 다수 포진해 있는 것도 이유였다.
그는 “지금 다스 실소유주가 누군지에 대한 국민적 의문이 상당하지 않냐”며 “투 트랙으로 수사를 한다는 것은 윤석열 지검장 등 당시 특검 소속 파견 검사 논란 외에도 ‘과부하’에 걸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배려한다는 명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공소시효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빠른 수사 결과’를 내기 위한 검찰의 전격적인 결정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다스’의 관계를 꾸준히 취재해 온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고 서울중앙지검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동부지검이 가지고 간 ‘고발’ 영역 외 기존 수사는 계속 진행한다. 이를 위해 검찰은 12월 26일, 참고인 신분으로 주진우 기자를 소환했다. 2011년 다스가 BBK에 투자한 140억 원을 회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보자기에 싼 자료를 들고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나타난 주진우 기자는 “140억 원을 돌려받기 위해 청와대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그 자료를 가지고 왔다”고 밝히며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사무실 준비로 정신이 없었던 동부지검 역시 28일 고발인 조사를 시작했다. 아직 사무실도 제대로 다 꾸려지지 않았음에도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본격적인 ‘투 트랙’ 수사가 가동되기 시작한 것.
하지만 이미 결론을 내놓고 하는 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동부지검이 ‘정호영 특검 수사 과정 의혹’에 대해 무혐의로 털고, 다스 120억 원 부분에 대해서는 회계 분석 결과와 수사 결과를 정리해 다시 서울중앙지검으로 수사 물줄기를 합치는 그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대검찰청 관계자는 “결국 ‘명분’을 위한 투 트랙일 뿐, MB 소환까지 해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에서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며 “동부지검은 ‘정호영 특검 수사 과정 무혐의 처분을 위한 디딤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공소시효 부분을 보면 동부지검이 확인해야 할 내용들의 결과가 ‘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여연대 측이 고발한 내용 중 핵심 혐의인 성명 불상의 실소유주가 120억 원을 횡령했다는 것은 사실상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게 검찰의 판단. 검찰 관계자는 “앞선 세 혐의는 공소시효가 모두 5~10년이라 공소시효가 만료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러나 정 전 특검의 특수직무유기 혐의는 수사 결과 발표일이 2008년 2월 21일이지 않았냐, 2018년 2월 21일이 공소시효 만료(10년)로 아직 50여 일의 시간이 남아있다, 그 부분을 확인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다가오는 2월 검사 인사가 있는데, 공소시효 등을 감안할 때 수사팀도 그 전에 해산하지 않겠냐”며 “서울중앙지검에 몰려 있는 언론의 관심이 조금은 덜 한 곳(동부지검)에서 편하게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한 포석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
이명박근혜 ‘적폐’ 수사 언제까지? 지방선거 전까지 ‘털 건 많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안에 적폐 수사 가능한 끝내겠다’던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면박을 줬잖아요? 적폐 수사에는 기한이 없다고. 결국 2018년 6월 지방선거까지 ‘야당’ 압박 카드로 쓰지 않겠습니까?” (청와대 정보에 능통한 법조인) 투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는 다스 수사 구조와 일정을 감안할 때 2018년 봄 MB 소환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검찰 안팎에서는 ‘상반기까지는 전(前) 정권 털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활비 수사 등이 아직 진행되고 있어, 일각에서는 ‘2018년 초 전직 대통령들의 기소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2018년 초 법조계 키워드는 단연 다스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현재 국세청 등 사정기관들이 모두 다스를 향해 달려들고 있다”며 “2017년이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적폐였다면, 2018년은 MB 시절 적폐를 찾아가는 수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청와대 내에서는 ‘계속 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정보에 정통한 한 법조인은 “청와대 내에서는 지금 6월 지방선거 예측에 대한 얘기뿐”이라며 “이미 검찰에 수사할 영역들을 다 내려 보냈으니, 알아서 잘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지검장도 이를 위한 준비에 나섰다. 인력 수급을 요청하고 나서 것. 윤석열 지검장은 12월 초, 원래 성적 좋은 초임검사가 오는 서울중앙지검 검사 자리에 ’경력 검사‘를 보내달라는 공문을 법무부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씩 가르쳐야 하는 검사보다 당장 쓸 수 있는 인력을 달라고 요청한 것. 하지만 전례에 없던 일이라서 법무부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위로 끝났지만, 윤 지검장이 2018년에도 강력한 수사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는 이유다. 실제 검찰 안팎에서는 6월 지방선거 전까지 검찰의 ‘적폐 수사’가 야당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앞선 법조인은 “지금 보수 세력이 하나로 합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적폐 수사는 이들을 흔들 수 있는 좋은 공세 카드”라며 “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 가운데 범죄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사건들은 한동안 지속적으로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