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왕 부활’ 코웨이 되찾기가 관건
윤석금 회장은 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7년, 윤 회장은 정수기 렌털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코웨이를 핵심 계열사로 성장시켰다. 2012년 코웨이의 매출액은 1조 7099억 원, 당기순이익은 1771억 원으로 웅진그룹 계열사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방문판매 사원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윤 회장에게 각별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웅진은 렌털사업에서 손을 뗀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웅진 관계자는 “웅진은 대규모 콜센터를 갖고 있고 IT, 물류 시스템 등 렌털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며 “여전히 렌털 시장에서의 인지도가 높고 사업 노하우도 있어 웅진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웅진이 ‘자신 있는 업종’에 집중하려는 건 과거 아픔에서 교훈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웅진은 2007년 6월 극동건설 인수를 시작으로 2008년 1월 웅진케미칼의 전신인 새한(현 도레이케미칼)을, 2010년 8월에는 서울저축은행(현재 파산)과 늘푸른저축은행(현 페퍼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등 대대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섰다. 하지만 웅진의 M&A는 대부분 실패로 끝났고 법정관리로 이어졌다. 재계 관계자는 “경업금지 기간이 끝난 현재 웅진의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렌털사업에 진출했을 것”이라며 “아무리 신사업에 욕심이 있어도 성공 확률이 가장 높아 보이는 사업을 그냥 지나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렌털사업 재진출을 선언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웅진그룹 지주회사 웅진홀딩스(현 ㈜웅진)는 2012년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가 2014년 2월 졸업했다. 비교적 빠르게 졸업했지만 핵심 계열사인 코웨이를 MBK에 매각해야만 했다. 이후 윤 회장은 화장품 등 신사업을 통해 그룹 재건에 힘을 쏟고 있다. 윤 회장의 두 아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장남 윤형덕 씨는 웅진의 화장품 판매 계열사 웅진투투럽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차남 윤새봄 씨도 2016년 1월~2017년 9월 다른 화장품 판매 계열사 웅진릴리에뜨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밖에 웅진에너지도 2016년 8월 SKC솔믹스의 태양광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사업 확장에 나섰다.
그러나 신사업이 눈에 띄는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법정관리 졸업 직후인 2014년 1~3분기 연결기준 ㈜웅진의 매출액은 3798억 원, 영업이익은 72억 원이었다. ㈜웅진의 2017년 1~3분기 매출액은 2110억 원, 영업이익은 81억 원이다. 3년이 지나면서 영업이익은 조금 늘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대폭 줄어들었다. ㈜웅진의 부채비율은 2014년 9월 269.1%에서 2017년 9월 143.2%로 크게 줄었지만 같은 기간 유동자산도 6988억 원에서 3388억 원으로 줄었다.
윤 회장은 신사업 추진 대신 ‘자신 있는’ 렌털사업에 집중해 실적 상승을 기대하는 듯하다. 웅진이 3조 원 수준으로 평가받는 코웨이를 인수하면 당분간은 다른 곳에 자본을 투자하기 어렵다. 인수 대신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렌털사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높은 편이다. 웅진 관계자는 “지금은 사업 다각화를 진행할 여유가 없어 렌털에 집중하려 한다”며 “신사업은 렌털사업을 안정적으로 성공시킨 다음에 생각할 일”이라고 밝혔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코웨이 본사. 연합뉴스
코웨이는 2017년 1~3분기 매출 1조 8631억 원, 영업이익 3657억 원이라는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여기에 웅진의 인프라와 노하우가 더해지면 단기간에 렌털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렌털 시장 전망이 좋은 것도 웅진으로서는 호재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16년 가정용품 렌털 시장 규모를 5조 5000억 원으로 추산, 2020년 10조 7000억 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코웨이 인수에 실패하는 경우다. 웅진이 자체적으로 렌털사업에 나섰을 때 업계 1위인 코웨이와 경쟁에서 이긴다고 장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2000년대 중반과 달리 SK매직, LG전자, 현대렌탈케어 등 대기업 계열 렌털 업체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시장 장악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코웨이의 매각가를 3조 원 수준으로 평가한다. 웅진의 주력 계열사인 웅진씽크빅과 빅센을 끌어들여도 동원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은 1000억 원 수준이다. 웅진 관계자는 “적정한 수준의 가격이면 인수하고 그렇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렌털사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M&A는 업체가 보유한 현금만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며 “아직 웅진이나 MBK가 가진 패를 공개하고 있지 않아 M&A 성사 여부를 논하기는 이르다”라고 전했다.
MBK도 코웨이 매각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인다. MBK는 “지분매각을 추진하거나 검토한 바 없다”며 “지속적으로 다양한 전략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되거나 확정된 사실은 없다”고 공시했다.
그럼에도 웅진은 올해 상반기 내 시장 진출을 목표로 렌털사업에서 근무할 지국장과 지점장 채용 공고를 내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윤 회장의 나이가 72세임을 감안하면 렌털사업이 그룹 재건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일지 모른다. 2018년이 윤 회장과 웅진에 재기의 해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