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핵심 연이어 3선 반대 목소리…추미애 시나리오 이번에도 적용?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17년 4월 10일 서울시청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시 측은 보도가 나온 당일인 지난 1월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박원순 3선 반대설’은 오보라고 주장했다. 선거에서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의 표심이 워낙 중요하다보니 박 시장 측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김종욱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기자회견에서 “박영선 의원 요청으로 임종석 실장이 박 의원과 만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임 실장은 개인적으로 박 시장이 3선을 하지 않고 대선으로 바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3선을 결심했으니 존중하기로 했다는 말을 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결과적으로 임 실장이 박 의원을 만나 ‘박 시장이 3선에 도전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 것은 사실인데 오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박영선 의원 측 관계자도 “의원님이 언론보도를 봤다. 오보라든지 사실과 다른 점이 있다든지 그런 말씀은 전혀 없었다”면서 박 시장 측과는 다른 의견을 밝혔다. 박 의원과 임 실장이 사적으로 만난 것이냐는 질문에는 “의원님과 임 실장이 원래부터 친분이 있었다. 사적으로 못 만날 사이는 아니다”라면서도 “정치인들끼리 만나는데 사적인 만남과 공적인 만남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겠느냐”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임종석 실장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박 시장을 만나 서울시장 불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박 시장에게 서울시장 대신 경남지사에 출마할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당시 김 의원은 “여론조사 결과 박 시장이 경남지사로 나오면 야당 경쟁자들을 10% 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면서 “박 시장이 경남지사로 출마하면 부산과 울산에도 영향을 미쳐 민주당이 PK를 석권할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박 시장 측은 김 의원 측의 권유를 거절했다.
김경수 의원 측 관계자는 “의원님이 지난해 추석 전쯤 박 시장을 만나 경남지사 출마를 권유한 것은 맞다”면서도 “청와대와 교감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의원님 지역구가 경남이다 보니까 경남에 경쟁력 있는 후보를 모시고 싶은 마음에서 그렇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좋은 인물을 찾는 와중에 박 시장에게도 그런 제안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청와대와 친문 인사들이 서울시장 경선에서 박영선 의원을 지지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지난 2016년 전당대회에서 친문 세력이 추미애 의원을 당 대표로 당선시킨 시나리오가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는 소문이다. 추 의원은 친문 인사는 아니었지만 친문의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박영선 의원 측 관계자는 “우리도 그런 소문은 들어봤다. 그런 분위기는 우리도 감지하고 있지만 아직 그쪽(친문)에서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친문 지지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박영선 의원 측이 임 실장과의 만남을 기획한 것 아니냐는 자가발전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박 의원 측은 “우리는 임 실장과 만났다는 이야기를 언론에 한 적이 없다. 그런 보도가 나갔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의원 보좌진은 “친문 진영에서 박 시장의 3선 도전을 반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반기지 않는 기류는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보좌진은 “사적 만남이고 사적 의견이라지만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친문 핵심 의원이 지방선거 출마자들을 만나고 다니면 누가 봐도 교통정리를 시도하고 있는 것 아닌가. 사적 의견이라는 주장을 누가 믿겠나. 청와대가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지난 정권에서나 하던 적폐다.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친문 인사들이 자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친문인사들이 박 시장의 3선 출마를 반기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한 민주당 의원 측근은 “박 시장의 행보를 복기해보면 당 지지율이 낮을 때는 무소속으로 있다가 나중에야 입당했다”면서 “또 당내에서는 선거 때 열심히 도와줬더니 논공행상은 시민단체 인사들과 했다는 비판이 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박 시장은 차기 대선 도전이 확실시된다. 대선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문 대통령과 각을 세워야 한다. 박 시장은 지난 대선 경선과정에서도 경선 룰에 반발하다 불출마를 선언하지 않았나. 친문에서는 대통령과 각을 세울 후보보다는 대통령을 서포터(지원)해줄 후보가 필요할 것”이라며 “재보궐 출마를 생각하고 있는 민주당 서울 구청장들이나, 차기 대선을 준비 중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줄줄이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는데 박 시장은 둘 다 하겠다는 것 아닌가. 유권자들이 그런 욕심을 이해 못한다. 큰 꿈을 가지고 있으면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당내에서는 박 시장이 당을 위해 희생은 하지 않고 꽃길만 걸으려 한다는 비판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의 민주당 의원 보좌진은 “이번 선거는 민주당에서 누가 나가도 이긴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박 시장은 3선 피로감이 생각보다 강하다. 상대 후보가 ‘박 시장이 그동안 한 일이 뭐가 있느냐’고 공격해오면 대응할 논리가 부족하다”면서 “서울시장은 지방선거의 꽃인데 이곳만큼은 절대로 지켜야 한다. 더 확실한 카드를 내보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당내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민주당 당직자는 “친문 진영에서 박 시장을 썩 좋아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박 시장이 민주당하고 거리를 둬왔다고 생각해서 서운한 점이 있는 것 같다”면서 “그렇다고 친문이 다른 특정 후보를 밀 것이라는 소문은 너무 나간 것 같다. 친문이 미는 후보는 아직 없고 청와대는 지방선거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