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청와대 비서관 ‘번번이 이례적 승진’…남부지검장 시절 “금융민원 해결사” 풍문 돌아
김백준 전 대통령실 총무기획관(왼쪽), 김진모 전 서울남부지검장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가 김진모 전 검사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뇌물수수다. 이 전 대통령 40년 지기이기도 한 김백준 전 기획관은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각각 2억 원씩, 김진모 전 검사장은 청와대 민정2비서관 시절 5000만 원의 특활비를 받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진모 전 검사장은 서울중앙지법 영장실질심사에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안가에서 돈을 받았다”며 검찰의 주장을 일부 인정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그는 2011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재판 중이던 장진수 전 주무관과 진경락 전 과장의 생활고를 돕기 위해 제3자에게 이 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검사장의 혐의 인정에도 법원은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김 전 검사장의 구속을 결정했다.
사실 김 전 검사장을 바라보는 검찰 내 시각은 곱지 않았다. 김 전 검사장의 경력이 지나치게 정치적이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원래 김진모 검사장이 실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동기 사이에서 1~2등을 다툴, 검사장을 달 수 있는 능력은 아니다’라는 말이 검찰 내에서 무성했죠. 오죽하면 검사장 된 게 ‘청와대를 잘 다녀온 덕분’이라는 말까지 나왔겠습니까.” (A 부장검사)
김 전 검사장을 잘 아는 검사들에 따르면 김 전 검사장은 원래 검사장을 다툴 만한 역량은 아니었다고 한다. ‘어디에서 일하는지’에 따라 성적을 알 수 있는 검찰 내 인사 구조를 봐도 이 같은 평이 근거가 없지 않다.
사법연수원 19기인 김진모 전 검사장은 서울지검에서 검사 경력을 시작했다. 그 뒤 무난하게 보직을 이어 나갔다. 법무부와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를 했고, 2005년에는 대검 마약과장, 2006년에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검사를 역임했다. 원래 대검에서 근무했으면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로 들어가야 하는데 들어가지 못한 것. 그 다음 해 2007년 대구고검 검사로 임명되며, 좌천됐다는 평까지 나왔다.
이때 김 전 검사장이 그만둘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그 다음해인 2008년, 공안 수사를 한 경험이 없음에도 국정원에 파견을 가게 된다. 통상 공안 수사 전문가들이 가는 자리에 김 전 검사장이 가게 된 것을 놓고 검찰 내에서는 ‘김 전 검사장이 정치적 인맥을 동원해 힘을 썼다’는 설이 무성했다. 그럼에도 그는 국정원 경력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했다.
다음해 청와대 민정2비서관으로 임명됐고, 그 뒤 부산지검 1차장검사를 거쳐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를 해봐야 검사장을 노릴 수 있다’는 검찰 내 불문율 같은 인사 조건을 지키지 않고도, 검사장이 됐다. MB정부 시절 ‘김진모에 의한, 김진모를 위한, 김진모의 검찰 인사’가 이뤄졌다는 말이 돌았을 정도다.
문제는 김 전 검사장이 서울남부지검장 등 요직을 역임할 때 맡았던 사건들에 관한 잡음이 적지 않다는 것. 김 전 검사장은 ‘일요신문’이 한 차례 보도한 ‘홈캐스트 법조 로비 사건’과 관련해 ‘대형 로펌의 뒤를 봐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정점에 서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당시 홈캐스트 관련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던 원영식 W홀딩컴퍼니 회장이 소환에 불응하고 잠적했음에도, 불구속 기소된 과정에 김 전 검사장이 특정 대형 로펌의 부적절한 요청을 받아줬다는 얘기가 나온다. 해당 로펌이 원영식 회장을 변호한다는 선임계를 내지 않았기 때문. 이에 대해 구속되기 전 김 전 검사장은 ‘일요신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대검 감찰에 물어보시라, 나는 대형 로펌과 관련해서 (불법적으로) 뒤를 봐준 적이 없다,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김 전 검사장을 둘러싼 풍문이 너무 많다’는 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김 전 검사장이 금융 사건을 주관하는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김 전 검사장한테 전화를 하면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며 “그냥 풍문일 수도 있지만, 뭔가 수상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김 전 검사장이 구속된 탓에, 특활비 관련 혐의를 1차적으로 수사하고, 앞선 홈캐스트 사건 당시 불법적인 수사 지시 정황이 있었는지로 수사를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 전 검사장을 향한 검찰의 칼날이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앞선 A 부장검사는 “결국 김 전 검사장 개인의 잘못이 먼저이지만 MB를 수사하기에 앞서, MB 정부 부역자를 먼저 잡는 구조에 김 전 검사장이 걸려든 것 아니냐”며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검사가 없을 텐데, 언제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 내 부역자를 잡아 처벌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
MB 시절 엘리트 검사들의 수난 공안라인 수장이 법무연수원으로 이명박 정권 시절 잘나갔던 검사들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인사 조치’ 역시 계속되고 있다. 지난 15일, 법무부는 직무대리체제를 해소하고 탈검찰화 조치의 일환으로 일부 검사장급 전보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외부적인 설명’일 뿐, 실질적으로는 ‘MB-박근혜 정부 시절 실세들 손보기 인사’라는 게 검찰 내 중론이다. 우선 법무부는 고기영 현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을 대검찰청 강력부장으로 전보 인사 조치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그동안 검사들이 맡았던 범죄예방정책국장직을 외부전문가들에게 맡기기 위한 조치로 탈검찰화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외 인사는 좌천과 일부 공백 난 자리를 메우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이동열 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은 청주지검 검사장, 김영대 현 창원지검 검사장은 부산지검 검사장, 배성범 현 대검찰청 강력부장은 창원지검 검사장, 오인서 현 광주고검 차장검사는 대검찰청 공안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이번 인사의 진짜 ‘핵심’은 따로 있다. 이상호 현 대전지검 검사장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권익환 현 대검찰청 공안부장을 대전지검 검사장으로, 그리고 이석환 현 청주지검 검사장을 광주고검 차장검사으로 보낸 ‘좌천성’ 발령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관계자는 “이상호 대전지검장은 정말 실력적으로나 인품적으로 뛰어난 인재인데, 법무연수원으로 가라는 것은 그만두라는 사인“이라고 풀이했다. 이상호 지검장은 MB 정부 시절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박근혜 정부 시절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를 역임하며 왕재산 사건 등 굵직한 공안 사건을 두루 지휘한 바 있다. 현재 남아있는 검찰 내 공안 라인의 ‘수장’ 격에 해당한다. 때문에 이상호 검사장에 대한 이번 인사가 검찰 내에 남아 있는 공안 라인을 뿌리 뽑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라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함께 좌천성 인사를 받은 이석환 청주지검장은 제주지검장 재직 당시 ‘영장 회수 사건’으로 담당 검사가 공개항의하는 등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한 책임성 인사라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일각에서는 과거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과 격론을 벌였던 것이 발목을 잡았다는 설이 분분하다. 앞선 둘에 비해서는 가볍지만 대전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권익환 현 대검찰청 공안부장 역시 과거 MB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이력이 ‘좌천성 인사의 배경이 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결국 실력으로나 인품으로나 뛰어났던 인재들에 대해 ‘정치적인 줄을 잘못 섰다’는 이유로 좌천시킨 것“이라며 ”주어진 일을 잘 처리해도 결국 줄이 전부인 것은 이번 정부에서도 똑같다“고 비판했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