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용섭 당원명부 유출 의혹부터 호남신당 창당 움직임까지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대책 부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나주 한국전력에서 ‘일자리 해법, 전라남도에서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열린 전남 일자리 토론회 토크 콘서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전남도
민주당에선 윤장현 현 시장을 비롯해 민형배·최영호 구청장, 이병훈·양향자 지역위원장, 강기정 전 의원 등이 일찌감치 광주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용섭 대통령직속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여론조사에서 거침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초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광주시장 주자 지지도 1위를 차지했다. 적게는 20%대 후반부터 많게는 35%대 초반까지의 지지도를 기록하며 2위까지 한 자릿수를 넘어서지 못한 다른 주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가장 최근 여론조사인 KBS광주방송총국 조사결과 이 부위원장은 22.3%로 2위 그룹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이 부위원장의 뒤를 이어 윤장현 광주시장(10.3%), 강기정 전 의원(6.2%), 민형배 광산구청장(5.4%) 등의 순이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용섭 부위원장이 출마할 경우 선거 판도는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경우에 따라 물밑에 잠재한 후보자 간 합종연횡, 단일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함구’로 일관해왔던 이 부위원장의 지방선거 광주시장 출마는 그가 사실상 뜻을 굳히고 공식 선언 시기만을 남겨 놓은 상태라는 게 지역정가의 중론이다. 이 부위원장은 지난 1월 3일 광주 호남대학교에서 4차 산업혁명과 지역 일자리 창출을 주제로 특강에 앞서 지역 기자들과 만나 “시민들의 뜻을 받들어 ‘결초보은(結草報恩)’하는 길을 찾겠다”고 밝혀 사실상 출마로 무게가 기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부위원장은 광주시장 출마 여부를 빠르면 1월 말, 늦어도 2월 초순까지 결정한 뒤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일인 2월 13일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간 지역정가 안팎에선 그가 염원하는 광주시장직에 등극하기 위해선 내외의 돌출 변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충고를 꾸준히 내놓았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역대 광주시장 선거에서 유달리 많은 불운을 겪은 이 부위원장은 또다시 당원명부 유출 의혹이라는 ‘돌부리’를 만났다. 지방선거를 5개월 남짓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소속 당원명부 유출 의혹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시장에 출마예정자 측으로부터 이달 초 민주당 신규 당원들에까지 출마 예정자의 이름이 적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대량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세간의 평을 빌리자면 ‘부자 몸조심’해야 할 시기에 그로선 내상이 불가피한 돌발 악재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진실여부를 떠나 이 부위원장이 논란의 중심인 탓이다. 중앙당 차원의 자체 조사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으로, 결과에 따라서는 판세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부위원장 측은 매년 연말연시에 보냈던 통상적인 신년 문자메시지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돌아가는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민주당 중앙당과 광주시당이 진상조사단을 구성한 데 이어 경찰의 수사까지 시작되면서 이용섭 부위원장이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모양새다.
일부 당원의 항의가 시당과 각 지역위원회에 쏟아졌으며 이에 중앙당은 특별감사를 위해 사무부총장인 김민기 국회의원, 박규섭 중앙당 조직국장 등을 광주에 파견했다. 또 광주시당도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려 당원명부 유출 의혹을 조사 중이다. 민주당 광주시당 당원 3명은 당원명부 유출로 사생활이 침해됐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이들은 이용섭 부위원장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광주지방경찰청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 전경.
이처럼 민주당 내부에 돌발변수가 발생한 가운데 국민의당 후보군에 대한 관심도 크다. 이번 지방선거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대결 구도로 치러진 2006년 5·31 지방선거 이후 12년 만에 양당 간의 숙명적 ‘텃밭’ 쟁탈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호남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텃밭 사수’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정치적 의미도 상당하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현재까지 광주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는 한 명도 없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등을 두고 빚어진 당내 갈등 영향이 크다.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광주 8석을 모두 석권했고 이후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자천타천 광주시장 후보군이 형성됐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을 거치면서 호남의 정치주도권은 민주당에게 완전히 넘어갔고 광주시장 출마 후보군은 눈 녹듯 사라진 상태다.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김동철·박주선·장병완 의원 등 광주 현역 국회의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후보군에 비해서는 눈에 띄는 활동은 없는 상태다. 광주시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던 장병완 의원은 아예 ”광주시장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지역 정가에서는 안철수 대표가 밀어붙이고 있는 바른정당과의 합당이 초읽기에 들어가며 안 대표가 광주시장 후보를 낼 수 있을지 의문부호를 보내고 있다.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될 경우 광주지역 8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이른바 ‘통합파’로 분류되는 권은희, 송기석 의원 등은 안철수 대표와 한 배를 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에 대한 호남민심이 곱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광주시장 선거에 출마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력 인사가 광주시장에 나설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오히려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개혁신당’이 탄생하면 정치적 상징성이 큰 광주시장 선거에 총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반(反) 통합파’인 천정배 전 대표의 광주시장 출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신당이 만들어지면 국민의당 소속 지방의원들도 가세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의당의 호남 정치세가 급속하게 약해지면서 지방선거 구도도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칠석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