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수출입은행 공기업 전환 시도…해당 은행들 반대로 1년 유보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르면 시장성이 강하고 자산 2조 원 이상이면서 자체 수입액이 총 수입액의 85% 이상인 공공기관은 시장형 공기업으로 분류한다. 지난해 11월 기재부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의뢰해 500여 개 기관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 법률 요건을 심사한 결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해당 조건을 충족한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산업은행 본점.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두 은행을 공기업으로 전환하면 이사회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운영법(공운법)이 한국산업은행법(산은법)과 한국수출입은행법(수은법)보다 우선이기 때문이다. 산은법과 수은법에 따르면 산업은행 회장과 수출입은행장이 각 은행의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하지만 공운법은 공기업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비상임이사를 임명케 하고 있다. 또 기타공공기관과 달리 공기업은 매년 ‘경영평가’를 받는다. 경영평가 결과는 임직원들의 성과급에 영향을 미친다. 자연스럽게 회장과 행장의 권한이 약해지고 정부의 입김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국내 여러 기업들을 지원하는 은행으로 다른 기관들과 성격이 다르다”라며 “기타공공기관인 상황에서는 기재부로부터 투자 총액을 승인받고 그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지만 공기업으로 전환하면 투자 건마다 정부의 승인이 필요해 신속한 진행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가 조선산업에 영향이 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계무역기구(WTO)는 특정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앞의 금융권 관계자는 “두 은행은 조선사 지원을 가장 많이 하는 은행이기에 공기업으로 지정하면 WTO에서 문제삼을 수 있다”며 “공기업이 되면 정부와 더 가까운 기관이 되는 것이기에 정부가 직접적으로 조선소를 지원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기재부는 두 국책은행의 공기업 전환을 강행하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김동연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조찬 회동 후 “공운위 일정에 맞춰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검토할 것이고 해당 기관들의 의견도 듣고 있다”며 “기재부가 관리하는 영역을 넓히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수출입은행 본점.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는 회사 다스와 관계도 주목된다. 국책은행들이 다스의 대출금을 빠르게 회수해 재정적으로 압박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수출입은행의 다스 대출액은 702억 원, 산업은행은 45억 원이다. 두 은행의 대출액은 다스의 총 차입금 2857억 원의 26.16%를 차지한다.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MB정부 시절 다스에 대한 국책은행의 지원금이 대폭 증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국책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확인한 결과 다스에 대한 지원은 문제될 게 없다”며 “은행은 기업 자체만 보고 대출 여부를 결정하며 다스의 실소유주가 논란이지 기업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기재부는 아직 확정된 건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1월 말 공운위를 개최해서 공기업 전환에 대해 논의할 것이고 구체적인 일정이나 전환 대상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검토 대상이 맞으며 해당 관계자들의 의견을 계속 받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고삐 풀린 금감원, 공공기관 전환되나 기획재정부(기재부)는 금융감독원(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금감원은 2007년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지만 독립성 보장을 이유로 2009년 해제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감사원이 금감원의 방만 경영을 지적했고 지난해 채용비리 논란까지 발생하면서 정부의 감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현행법상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사업으로 인한 수입액이 총 수입의 절반을 초과하면 공공기관 지정이 가능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7년 금감원의 총 수입 3666억 원 중 감독분담금(2921억 원)이 81.1%를 차지했다. 현재 금감원은 금융위가 관리하지만 기타공공기관이 되면 인사, 예산 등의 안건은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금감원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들의 채용비리 실태 점검 결과를 살펴보면 중앙정부 산하 275개 공공기관에서 2000건이 넘는 혐의가 발견됐다”며 “최근 불거진 금감원의 방만 경영은 깊이 반성하지만 강도 높은 내부 혁신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공공기관 지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국회도 제동을 걸었다.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금융감독원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 논의 관련 현안보고’를 실시하고 위원회 차원에서 의견서를 채택했다. 정무위원회는 “기재부의 통제로 인해 금감원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워질 소지가 있다”며 “공공기관 지정은 금감원에 대한 현재 통제 수준, 금융위 설치법 개정에 따른 통제장치 강화 등을 고려할 때 실익을 찾기 어려운 중복 규제”라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