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골집사’ 김희중 비롯 검날 앞에 선 키맨들 MB 등에 칼 꽂아
지난 1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테헤란로 자신의 사무실 기자회견에서 밝힌 입장의 핵심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보복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근 이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의 수사망이 죄어오고 있다. 최초는 다스였다. 지난해 말 ‘다스의 누구겁니까?’라는 열풍으로 시작된 다스 주인 찾아주기 캠페인이 화제가 됐다. 아직 실체가 없던 연기는 MB 측근들의 검찰 진술로 폭발했다. ‘키맨’으로 꼽히는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포함해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등 MB정부 인사들이 검찰에 소환 조사되면서 이 전 대통령에 관한 결정적 사실을 털어놨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박정훈 기자
이 전 대통령 수사망이 가장 좁혀진 사안은 MB 청와대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았다는 의혹이다.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2008년 5월 특활비를 상납할 때 이 전 대통령을 면담했다는 사실이 최근 검찰 진술을 통해 드러났다. 특히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 상납을 받을 때 이 돈을 직접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김희중 전 실장의 진술이 이 전 대통령을 기자회견장에 세웠다는 평가가 유력하다. 김 전 실장이 검찰에서 ‘국정원 특활비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알았을 뿐 아니라, 그 비용이 환전돼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전달됐으며 명품 구입에 사용됐다’는 진술을 하며 결정타를 날렸다.
익명을 요구한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김희중 전 부속실장이 돌아서면서 사실상 끝났다고 보고 있다”며 “정치적 차원에서는 MB를 방어하기 힘들어졌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들의 수사를 촉구하는 선에서 그칠 것으로 본다”고 귀띔했다.
김 전 실장, 김 전 총무기획관 등이 화제가 되면서 이 전 대통령 측근 그룹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17일 기자회견에서 이 전 대통령이 성명을 발표하는 동안 측근 그룹은 한 쪽으로 도열해 자리를 지켰다. 이 자리에는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정동기 전 민정수석, 김두우 전 홍보수석, 최금락 전 홍보수석,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 이동관 전 홍보수석, 김효재 전 정무수석, 김상협 전 녹색성장위 기획관 등이 참석했다.
이날 참여한 측근들은 핵심으로 분류된다. 먼저 김두우 전 홍보수석, 이동관 전 홍보수석은 모두 MB의 ‘입’으로 꼽힌다. 특히 김 전 수석은 ‘대통령의 시간’ 집필을 실질적으로 지휘했고 이번 기자회견 연설문도 김 전 수석이 준비했다는 이야기가 돈다. 김 전 수석은 지난 총선에서 대구에 출마했다 경선에서 탈락한 바 있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청와대 ‘핵관’(핵심관계자)으로 불린다. MB 정부 당시 언론에서 ‘청와대 핵심관계자’로 쓰는 워딩 대부분이 이 전 수석이었기 때문이다. 이 전 수석은 또 다른 회고록인 ‘도전의 날들-성공한 대통령 만들기 2007~2013’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 전 수석도 지난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에 공천 신청을 했지만 탈락한 바 있다.
김효재 정무수석은 최근 MB 방어 최일선에 있다. 그는 18대 총선에서 성북을에 출마해 당시 뉴타운 바람을 타고 당선됐다. 이후 2011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발탁되며 의원직을 사퇴했다. 당시 MB정부의 끝을 지키는 순장조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한나라당 돈봉투 사태에 연루되며 직을 사퇴했다.
MB정부에서는 유독 정치부 기자들이 중용 받았다. 김두우 전 홍보수석은 중앙일보 논설위원 출신이며, 이동관 전 홍보수석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다. 김효재 전 정무수석은 조선일보 편집부국장 출신으로 소위 ‘조중동’ 기자들이 청와대 수석을 역임했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 중에서는 형인 이상득 전 의원 계열도 있다.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은 MB 친형 이상득(SD) 전 의원의 복심으로 통한다. 이 전 의원이 한나라당 사무총장으로 재직할 때부터 인연을 맺어 이상득 국회부의장 비서실장을 거쳐 MB 정부 청와대에서 5년 내내 근무했다. 처음은 SD 계보로 청와대에서 근무를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MB 측근으로 굳어져갔다.
이날 참여는 안 했지만 박영준 전 기획조정비서관, 류우익 초대 대통령실장도 ‘SD의 남자’들이다. MB정권 인수위에서는 이들과 기존 MB를 지지했던 친이계 직계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때 MB는 SD계의 손을 들어줬고 기존 MB맨이었던 정두언 전 의원, 정태근 전 의원 등은 측근 그룹에서 이탈하게 된다.
감옥으로 가면서 이날 소집에 응하지 못한 측근 그룹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킹만수’라고 불린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다. 강 전 장관은 이 전 대통령의 대통령 경제 공약에서부터 임기 내내 MB의 경제 브레인으로 활약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에서 산업은행장까지 굵직한 보직도 역임했다.
하지만 강 전 장관은 산업은행장으로 재직하면서 2011, 2012년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에게 압력을 넣어 특정 회사에 투자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강 전 장관은 2심에서 징역 5년 2월과 벌금 5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MB가 서울시장부터 신임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수감된 상태다. 원 전 원장은 군과 국정원의 정치 개입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2013년 6월부터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아 왔던 원 전 원장은 지난 8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 외에도 사적 친분으로 유명한 천신일 세중그룹 회장도 있다. ‘막후 실력자’로 평가받는 천 회장은 MB와 고려대 61학번 동기다. 천 회장은 2007년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고려대 교우회장이 된 뒤 물심양면으로 이 전 대통령을 지원해 대통령 당선에 앞장 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때 측근 그룹이었지만 현재는 이 전 대통령을 저격하는 부류도 있다. 앞서의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이 대표적이다. MB의 갑작스런 기자회견도 이들의 검찰 진술로 인해 기획됐다는 의견이 파다하다. 특히 김 전 실장은 ‘MB의 집사’로 통했다는 점이 눈여겨볼 만하다. 이 전 대통령의 내밀한 사항을 모두 알고 있는 김 전 실장이 돌아서면서 이 전 대통령에게 큰 타격이 됐다는 평이다. 만약 17일 국정원 특활비 상납 혐의로 구속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마저 돌아서서 저격하는 진술이 나온다면 이 전 대통령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말도 나온다.
최근에는 김 전 실장이 이 전 대통령과 척을 지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게 된 이야기가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MB의 문고리 권력이자 ‘성골집사’로 꼽혔던 김 전 실장의 이탈에는 이 전 대통령의 홀대가 한몫했다고 것. 김 전 실장은 2012년 11월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징역 1년 3월이 확정됐고 다음해 2013년 1월 대통령 특별사면에서 사면받기를 기대했지만 탈락했다. 당시 사면에서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천신일 세중그룹 회장 등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포함돼 서운함을 더했다.
구속된 뒤에도, 출소 뒤에도 이 전 대통령의 홀대는 계속됐다. 김 전 실장이 감옥에 있을 때 부인과 아이들은 제대로 된 수입이 없어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지만 누구 하나 돌봐주는 이가 없었다. 지난 2013년 9월 김 전 실장이 만기 출소를 1개월 앞두고 부인이 자살하면서 충격을 받았다. 더군다나 김 전 실장 처상에 15년여를 모신 이 전 대통령은 조문도 가지 않았다. 정두언 전 의원은 “김 전 실장으로서는 너무나 철저하게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한이 맺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의 상황과 맞물려 기자회견에서 도열은 했지만 이 전 대통령의 측근 그룹이 실속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친이계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MB의 주변에서 MB 때문에 크게 덕 봤다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친이계라 공천에서 오히려 탈락하거나 쓴 맛을 본 사람은 많다. MB가 회의를 소집해도 측근들이 회의에서 쓴소리를 잘 안한다고 한다. 이날 도열한 측근들 중에서도 참여하라고 해서 참여는 했지만 별로 내키진 않았을 사람이 많아 보인다”면서 “MB의 측근을 세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먹고 사는 데 지장은 없어서 그저 그렇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부류, 김희중 부속실장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처럼 결정적인 순간 배신한 부류, 아니면 정두언 정태근 의원처럼 진작에 비판으로 돌아선 부류다. 열성적으로 MB를 위해 뛰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