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일요신문] 장효남 기자 = 지난 2016년 1월 A씨가 서울시교육청 민원봉사실에 방문해 자신이 다니고 있는 교회 찬양대를 지휘하는 서울 소재 고등학교 교사가 본인과 마찰을 빚자 “교사가 막말을 하고 자기과시를 한다며 “교사자질 부족,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해당 민원에 대해 담당공무원이 “교사가 공무원의 지위가 아닌 사적인 영역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법률위반이 아닌 이상 감사나, 징계를 할 수 없다”고 충분히 설명을 드렸지만 민원인은 전혀 이해를 하려고 하지 않고 “무조건 해당 교사를 징계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막무가내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A씨는 2017년 3월까지 수시로 교육청에 찾아서 담당 장학사, 감사관실 직원들에게 해당 교사의 징계를 요구하였고, 민원실 직원들에게는 폭언도 가했다. 여성공무원에게는 “언니! 내가 지켜보니까 언니는 인생 그렇게 살면 안 돼! 똑바로 살아” 라며 폭언을 했고, 남성공무원에게도 “업무를 해태한다”고 삿대질을 하고 노골적으로 비난을 했다.
이에 직원들이 “여기서 계속 소란을 피우시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자 오히려 본인이 경찰에 전화해 교육청 담당자가 본인을 윽박지르고 업무를 제대로 안하고 있으니 출동해달라고 요청해 경찰이 온 적도 있었다.
이렇게 공직자를 상대로 민원인들의 폭언, 욕설, 성희롱 등 언어폭력이 빈발하자 업무담당자들의 육체적·정신적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이 이런 ‘악성민원’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책으로 일환으로 ‘악성민원 대응매뉴얼’을 마련, 초․중등 전체학교 및 산하기관 등에 배포했다 22일 전했다.
이번에 배포된 매뉴얼은 방문민원과 전화민원으로 나누어 대응 프로세스를 제시했다.
‘대응 프로세스’를 보면, 욕설․고성․협박 등 ‘폭언’의 경우 방문민원과 전화민원을 막론하고 일단은 ‘경청 및 공감표시’(“죄송합니다. 많이 힘드셨겠습니다.”)를 해, 정상적인 방식으로 민원 제기를 하도록 유도할 것을 강조했다.
폭언이 지속되는 경우, 폭언 자제 요청, 팀장의 적극 개입으로 진정 유도, 녹화․녹음 고지, 법적조치 구두 경고 등의 과정을 밟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방문민원인의 성희롱 발언, 폭력과 기물파손, 위험물 소지, 자해 등 민원인과 담당공무원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을 때에는 즉시 경고․녹화․신속제지에 이어 상담 종료와 경찰 신고 등으로 신속하게 대응하도록 했다.
매뉴얼은 그 밖에도 “욕설을 듣고 기분 좋은 사람은 없다”또는 “모욕감을 숨기지 말고 인정”하라고 권한 뒤, “잠시 자리를 이탈하여 기분 전환을 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며 담당 공무원들의 감정노동 사후처리 팁도 제공했다.
특히 폭력에 노출된 뒤의 심리적 충격은 극심하므로 “스스로 휴식과 치유의 시간을 갖고, 동료들도 피해 직원이 회복할 수 있도록 배려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악성민원 대응매뉴얼을 활용하여 악성민원으로 인한 일선 기관의 행정력 낭비를 방지하고 민원담당 공무원의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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