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시장으로 석림으로…‘봄의 도시’가 부른다
보이차 상점. 뒤편에 진열된 보이차의 등급을 설명하며 직접 차를 따른다.
[일요신문] 쿤밍의 보이차 시장을 걷습니다. 이 도시는 미얀마 만달레이와 가장 가까운 중국의 큰 도시입니다. 비행기로 1시간 반 거리로 한국에 갈 때 경유하는 곳입니다. 2박3일은 중국비자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쿤밍에서 하루를 머물며 차시장을 둘러봅니다. 내일은 한국으로 갑니다. 윈난성의 쿤밍은 ‘봄의 도시’로 곧잘 부릅니다. 날씨가 좋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꽃을 많이 키웁니다. 특히 명품 보이차의 고향입니다. 요즘은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들이 이 지역에서 커피를 재배합니다. 보이차, 홍차, 커피의 루트가 되었습니다.
쿤밍 북부의 차시장 거리. 오른쪽은 갓 생산된 홍차잎.
차시장에는 수백 개의 상점들이 모여 있습니다. 거의 보이차 전문상점입니다. 납작하고 동그란 원반모양의 보이차들입니다. 갓 생산한 홍차잎도 보입니다. 상점 곳곳에서 고객들이 보이차를 마십니다. 주인들이 각 보이차 브랜드들의 맛을 서비스합니다. 브랜드는 마을이름이 보통입니다. 보이차는 이곳에서 중국 전역으로 판매됩니다. 최근 2년 사이에는 한국, 일본으로의 수출이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쿤밍을 찾는 이들이 꼭 가보는 석림. 돌이 숲을 이루었다.
쿤밍은 중국 남서부 윈난성 관광의 기점입니다. 북서쪽으로 가는 ‘트레킹 도시’ 리장으로 가는 길목에 있습니다. 리장은 차마고도, 샹그릴라, 호도협으로 유명한 고장입니다. 리장까지는 국내선 항공으로 갑니다. 리장에서 호도협까지는 1시간 반. 샹그릴라까지는 4시간 반이 걸립니다. 차마고도는 호도협 트레킹과 일부 겹칩니다. 차와 말을 교환하기 위해 먼 티베트까지 험난한 길을 떠났던 루트가 차마고도입니다. 차의 역사가 담긴 길입니다. 최근 커피 재배지로 부상한 지역은 바오산 부근입니다.
쿤밍에도 볼만한 관광지가 여럿 있습니다. 석림풍경구, 구향동굴, 서산풍경구 등. 말 그대로 돌의 숲, 석림입니다. 지각변동으로 만들어진 돌들의 웅장한 숲이 기묘하기만 합니다. 구향동굴은 길이 13km의 중국 최대 종유동굴입니다. 서산풍경구에는 넓디넓은 호수가 있습니다. 호숫가 산위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건너편 민속촌으로 가는 여행지입니다.
서산 호숫가의 풍경. 옛 상해에서 인기 있던 사진관과 상해 여인을 재현해놓고 기념사진을 찍도록 관광객을 유도한다.
서산의 호수를 보러 가기 위해 안내를 받습니다. 국립 운남대학교에서 국제경영학을 공부하는 정동준 군입니다. 초등학교 때 엄마와 함께 이 도시로 왔습니다. 엄마는 김치공장과 마마손 한식당을 합니다. 진열된 김치가 아주 맛있게 보입니다. 사실 김치를 먹어본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서산 호숫가에서 시장을 구경합니다. 만두가게와 야채를 파는 길거리 상인들. 그 인파속에서 중국인들의 정이 묻어나옵니다.
보이차 시장을 걷다 차를 마시는 한 상점에 들어갑니다. 빙 둘러앉아 남녀노소가 차를 나눕니다. 중국인들은 차를 마실 때는 분위기가 좀 무거워집니다. 말수도 적어집니다. 차의 예법을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몇 차례 씻고 달군 찻잔의 최상급 보이차가 제 앞에 놓여집니다. 보이차는 모차인 생차를 먼저 만듭니다. 덧치고 비비고 말린 이 생차가 오랜 시간 발효가 되어야 숙성이 잘 된 차, 즉 숙차가 됩니다. 차를 입에 대니 숙차의 향기가 은은합니다. 맛은 부드럽고 입안은 편안해집니다. 맛과 향기의 기억이 아련하게 느껴집니다. 언제였던가, 이런 향기가 묻어나는 사람이 있지 않았나. 애써 기억을 되살려봅니다. 옛 촉나라의 땅이었던 쿤밍에서 차의 맛과 향기에 취해봅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