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학교 교원 및 기관원에 뇌물 살포한 혐의가 결정적 이유
공훈배우 최웅철
최웅철은 1980년대와 1990년대 북한 영화계에서 활동한 배우 출신이다. 스무 편 넘는 영화에서 주·조연으로 활약한 최웅철은 출세작 ‘대홍단 책임비서’란 영화를 통해 북한 영화계 최고의 스타로 거듭났다. 미남형일 뿐만 아니라 실력 면에서도 다재다능한 최웅철은 당시 북한의 젊은 여성들로부터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후 그는 공훈배우 칭호를 받기까지 했으니, 북한의 자타공인 A급 배우라 할 만했다. 지금 음악 및 공연 분야에서 현송월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 이상으로 최웅철도 영화계에서 각광을 받았던 인물이었다.
그런 최웅철에게 또 다른 의미에서 ‘기회’가 찾아온 것은 1990년대 장성택 가문에 의해서였다. 장성택의 조카이자 장성우 전 대장(장성택의 친형, 1988년까지 군 총참모부 정찰국장으로 재직)의 딸이 바로 자신의 남편감으로 최웅철을 지목한 것이다. 당시 최웅철은 동료 여배우였던 ‘광옥’과 약혼한 사이였고, 광옥은 임신상태(이후 광옥은 최웅철의 아들을 출산했으며, 최웅철은 죽기 전까지 비공식적으로 이 아이를 보살폈다)였다. 하지만 최웅철은 결국 장성택의 조카와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 특히 두 사람의 결혼을 적극 주선한 사람은 김정일의 친동생이자 장성택의 부인이었던 김경희였다고 한다.
최웅철의 삶은 그 이후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장인이 군에서 상당한 위치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처숙부 장성택은 북한 권부의 최고 실세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해 1월, 본지 ‘제1288호’를 통해 최웅철에 대해 간접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최웅철은 결혼 이후 별도의 학업을 이수한 뒤 당과 군을 비롯한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해 왔다. 특히 김정은 집권 초기까지 평양시내 택시사업체인 당시 인민보안부의 지주회사격인 ‘록산무역총회사’의 록산택시사업소 사장으로 큰 권력을 과시했다. 당시 연재를 통해 언급했듯이 최웅철은 2014년 2월 처형됐고, 그의 회사는 리설주의 장인에게 넘어갔다.
최웅철은 약혼녀였던 광옥 사이에서 아들을 두었고, 장성택의 조카인 부인 사이에서 또 다른 아들을 낳게 된다. 최웅철이 처형된 배경에는 당연히 장성택과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를 통한 당 사업의 이권 개입 탓이었지만 최웅철 본인의 책임도 분명 있었다.
필자가 최근 북한 내부 관계자들로부터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최웅철의 중대한 혐의는 ‘비리’였고, 그 비리는 자신의 아들(본부인의 아들) 문제에서 비롯됐다. 그를 검열하는 당 조직지도부 입장에서도 ‘명분’과 ‘죄목’이 필요했고, 그 레이더 망에 ‘아들 문제’가 걸려든 것이다.
최웅철의 아들은 2013년 기준으로 고위급 관리 자제들이 다수 재학하고, 북한의 최고 영재들이 모인 명문 ‘평양1고등교’에 다니고 있었다. 보통 북한의 학교들은 관련 상급 기관의 예산 집행과 별개로 재학생 부모들로부터 상당 금액의 운영비와 물품을 ‘사회적 동원’이라는 명분으로 상납 받아 운영된다. 최고 명문인 ‘평양1고등학교’ 역시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여기서 최웅철은 해당 학교의 ‘큰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오히려 ‘로열패밀리’라 할 수 있는 김일성 가문의 직계 자제들은 외부에 힘을 과시하지 않고 조용히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한번은 학교에서 일선 학생들에게 소금 상납을 요구했다고 한다. 장마철에 운동장 배수시설에 문제가 생겼고, 물 빠짐이 원활치 않아 운동장은 진흙탕이 됐다. 학교 측에서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염화나트륨 및 염화칼슘 살포를 계획했고,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소금 상납을 학생들에게 요구한 것이다. 북한에서 소금은 단순한 식재료일 뿐만 아니라 화학공단의 핵심 재료로 통용된다. 더군다나 북한의 염전은 남한에 비해 환경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더 귀한 가치로 쓰인다.
이 과정에서 최웅철은 자신의 아들 학교에 소금 10톤을 차에 실어 운동장에 살포했다고 한다. 그 가격만 해도 당시 수천 달러 이상을 호가했다. 누가 봐도 자신의 권력을 외부에 과시하는 행위였고, 이러한 정보는 하나하나 당에 수집됐다.
결정적인 사건은 아들의 생일파티 문제였다고 한다. 최웅철은 아들의 생일을 맞아 가까운 친구들은 물론 담임교사와 학교의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사로청-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북한의 당 외곽조직) 및 소년단 담당 지도원들을 초청했다고 한다. 또한 아들의 생일상을 마련하면서 해외에서 고급 재료를 공수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아들과 관련한 기관 인사들을 사적으로 불러 모으는 것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최웅철이 아들을 잘 봐달라는 명목으로 자리에 참석한 담임 교원 및 청년동맹 담당 지도원에게 수백 달러 규모의 현금 다발을 선물로 전달했다는 것이었다.
이 당시 장성택 측근들에 대한 각종 검열을 꾀했던 조직지도부 8과는 최웅철의 이 같은 비리 행위를 적발했다. 이와 관련한 정보는 곧바로 김설송과 김정은에게 보고됐고, 그의 처형 명목으로서 충분했다는 것이다.
물론 최웅철의 앞서 행위들은 북한 권부에서 흔히 행해지는 일들이다. 하지만 조직지도부는 장성택 측근들의 제거를 위해 명목이 필요했고, 앞서 최웅철의 행위들은 이를 위해 이용된 측면이 다분하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