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중 사망한 동생 대신에 나서려던 올림픽 좌절, 안타까움 자아내
사진=노선영 인스타그램
[일요신문] 빙상연맹의 실책으로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노선영의 올림픽 참가 좌절이 알려진 가운데 노선영이 직접 심경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노선영은 지난 24일 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는 더 이상 국가대표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지도 않고 국가를 위해 뛰고 싶지도 않다”며 “빙상연맹은 우리 가족의 마지막 희망마저 빼앗았다”라는 글을 남겼다.
노선영은 오는 2월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 스케이팅 팀 추월 종목 출전을 노리고 있었다. 같은 팀이 손발을 맞춰 진행되는 단체종목인 팀 추월은 개최국에게 자동 출전권이 주어진다. 하지만 선수가 팀 추월에 나서려면 개인 종목에서 올림픽 출전권이 있어야 한다. 빙상연맹은 이같은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고 노선영은 팀 추월에만 초점을 맞춰 대회를 준비해왔다.
노선영은 지난 동계 체전 스피드 스케이팅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창 올림픽 메달 기대주로 집중 조명받은 김보름을 제치고 따낸 금메달이다. 스피드 스케이팅 월드컵에서 개인종목 포인트 관리가 꾸준히 이뤄졌다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실력을 노선영은 가지고 있었다.
이번 ‘노선영 사태’가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그가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노진규의 친누나이기 때문이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부터 국가대표 생활을 해 온 노선영은 지난 2014 소치 대회를 마지막으로 스케이트를 벗으려 했다.
하지만 친동생 노진규가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골육종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노선영은 동생이 참가하고 싶어하던 올림픽에 다시 한 번 서며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기 위해 다시 스케이트를 신었다. 하지만 대회 개막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국가대표에서 물러나게 됐다.
노선영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진규는 금메달 만들기에 이용당했고 나는 금메달 만들기에서 제외당했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4년 전 연맹은 메달 후보였던 동생의 통증 호소를 외면한 채 올림픽 메달 만들기에 급급했다”며 “현재 메달 후보가 아닌 나를 위해선 그 어떤 노력이나 도움도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와 내 동생, 우리 가족의 꿈과 희망을 짓밟고 사과는 커녕 책임 회피하기에만 바쁘다. 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연맹인가. 나는 지금까지 시키는 대로 훈련했을 뿐인데 왜 나와 우리 가족이 이 슬픔과 좌절을 떠안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편 노선영 사태로 촉발된 빙상연맹에 대한 질타는 ‘빙상연맹 해체’를 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