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총선급 이벤트’ 물밑 신경전 후끈…지역정치권에선 김영춘 장관 시장 출마 기정사실화
해운대을 보궐선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각 당의 유력후보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윤준호 대변인, 자유한국당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 국민의당 이해성 전 홍보수석. 각각 후보들 SNS 캡처.
#“해운대을은 나의 것”…벌써부터 물밑 경쟁 ‘후끈’
해운대을 지역구는 엘시티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형을 선고받은 자유한국당 배덕광 의원이 국회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하면서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보궐선거가 이뤄지게 됐다.
배 의원은 지난 23일 측근을 통해 정세균 국회의장에서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 의원은 이미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 오는 2월 1일 2심 선고가 예정된 상태에서 엘시티 이 회장에게 뇌물을 받은 사실을 일부 시인함에 따라, 결국은 의원직을 잃을 것으로 관측됐다.
배덕광 의원은 자신의 처지가 무죄를 받기 힘든 쪽으로 흐르자, 의원직 상실에 앞서 스스로 이를 내려놓았다. 배 의원의 의원직 사퇴는 대법원 확정판결 때까지 기다려야 예측이 가능한 보궐선거 진행시기를 지방선거 개최시점에다 맞춰놓는 꼴이 됐다.
보궐선거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자 각 정당은 총력전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지역위원장인 윤준호 부산시당 대변인의 출마가 유력하다.
윤 대변인은 해운대에서만 구청장과 국회의원을 포함해 모두 세 번을 도전했다. 특히 윤 대변인은 그동안 잇따른 실패에도 불구, 자신의 네 번째 도전을 위해 심기일전하면서 지역구 관리에 계속 공을 들여왔다.
자유한국당은 아직 뚜렷하게 내세울 후보가 없는 처지다. 한국당은 배 의원이 의원직을 자진 사퇴하자 해운대구을 당협위원장 공개모집 관련 공고를 없앴다. 1차 공모에서만 무려 9명이 신청하면서 전국 최고 경쟁률을 보인 당협위원장 선정 절차를 급히 거둬들인 것이다.
당협위원장 공모가 뜨거웠던 만큼, 보궐선거 후보자 역시 복수의 이름이 거론된다. 그 가운데 가장 굵직한 활자체로 눈길을 끄는 이는 홍준표 당 대표의 측근인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이다. 이미 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종혁 전 최고위원이 보궐선거 출마로 선회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국민의당에서는 이해성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출마가 최우선적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는 상수가 아니다. 바로 통합이라는 변수가 눈앞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 지역매체는 지난 24일 국민의당에서는 안철수 대표가 출마할 가능성을 높다고 보도했다. 통합과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없으나, 이는 변수를 넘어 커다란 충격파가 될 게 분명하다. 안 대표의 출마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지만, 출마 여부를 확실히 단정 짓기도 힘든 상황이다.
만약 안 대표의 출마가 가시화되면 그 여파가 다른 정당에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해운대을 보궐선거가 부산을 넘어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게 됨에 따라, 정당마다 중량감 있는 후보로 맞서 싸울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부산진갑 보궐 성사되나?…김영춘 장관 행보에 ‘촉각’
부산지역 구의원 및 지방선거 출마예정자 13명은 지난 23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춘 장관의 시장선거 출마를 강력 촉구했다.
부산진갑의 보궐선거 성사 여부는 부산시장 선거구도와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점점 압축되고 있는 김영춘 장관의 국회의원 지역구이란 게 이유다.
지역정가에서는 김영춘 장관의 시장출마를 당연한 수순으로 여기고 있다. 이호철 전 수석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지역 당내 기류가 오거돈 전 장관을 시장후보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알려지면서 후보군이 상당히 좁혀졌다.
김영춘 장관 외에도 정경진 전 부산시 부시장이 출마를 공식화하고 지지세를 다지고는 있지만 무게감이 조금 부족하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김영춘 장관이 부산시장에 나서고, 정 전 부시장이 보궐선거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장관의 시장 출마가 가시화되면 부산에서 또 하나의 보궐선거가 이뤄진다. ‘미니총선’으로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강력한 선거 이벤트가 부산에서 지방선거와 함께 펼쳐지는 셈이다.
그런 가운데 김영춘 장관의 시장 출마와 관련해 눈여겨 볼 에피소드가 최근 하나 발생했다. 손용구·배용준 부산진구의회 의원과 장성기 수영구의회 의원 등 부산지역 구의원 및 지방선거 출마예정자 13명은 지난 23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장관의 시장선거 출마를 강력 촉구했다.
손용구·배용준 의원 등은 이날 “김영춘 장관의 시장 출마는 시민들의 엄중한 명령이자 간곡한 부탁이다. 김 장관은 부산을 세계해양도시의 중심으로 도약시킬 적임자다. 소임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 장관 측과 사전 교감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대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이날 열린 시장선거 출마 촉구 기자회견의 주축이 바로 김영춘 장관의 지역구 출신 구의원들이란 점에서다.
부산진갑 보궐선거가 가시화되면 더불어민주당은 느긋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가슴을 내리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뤄진 당협위원장 인선에서 지역에서 공고하게 기반을 다져온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을 배제하고 정치신인이나 마찬가지인 권기우 변호사를 선임했기 때문이다.
당초 유력했던 정근 이사장이 당협위원장에 배제된 배경을 놓고는 많은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와 이종혁 전 최고위원 간에 흐르는 당 수뇌부의 기류 변화와 나성린 전 위원장의 강력한 반대가 맞물린 탓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결과론이지만 이는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저절로 굴러온 의석 탈환의 기회를 제 발로 차버린 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막상 보궐선거 공천을 진행할 시점이 되면, 한국당은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