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가 귀찮다면 운동으로 뇌를 깨워야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하는 소심한 성격의 사람들은 식물을 가꾸거나 애완동물을 키우며 우뇌를 활성화시키는 게 도움이 된다.
#거절을 못하는 사람
‘상처주기 싫어서’ ‘불이익을 당할까봐’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서’ 등등 우리가 거절을 못하는 이유는 여럿 있다. 하지만 “NO!”라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참고 참다가 결국 엉뚱한 곳에서 폭발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는 인간관계를 망치는 최악의 패턴이 된다.
심리학자 모로토미 요시히코 교수는 거절이 서툰 사람에게 “자기주장(assertion) 트레이닝을 시작하라”고 권했다. 쉽게 말해 자신의 일을 먼저 존중하지만, 남도 배려하는 주장방식이다. 포인트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상대의 입장도 존중하면서 자기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황금 같은 주말에 동료로부터 “사내 동호회 경기에 응원을 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하자. “쉬는 날 일부러 시합을 보러가긴 싫다”고 딱 잘라 거절할 경우 관계가 나빠질 게 뻔하다. 그렇다고 쉬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상대를 우선시하면, 왠지 호구가 된 느낌이다.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적절한 자기주장은 다음과 같다. “이번에는 사정이 있어 응원을 못 가지만, 만약 다음에 네가 출전하면 언제든지 갈게.”
이렇듯 상대방에게도 도움이 되는 한마디를 덧붙이는 것이다. 그러면 서로 윈윈하는 관계가 되므로 자연스럽게 거절할 수 있다. 공격적으로 자기 입장만 밝히는 쪽보다 그 뒤 관계도 훨씬 매끄럽다. 아울러 모로토미 교수는 “종종 거절하는 것을 지나치게 미안해하며 몇 번이고 사과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상대방은 ‘내가 난처한 부탁을 했나보군’하는 마음이 들어, 오히려 관계가 불편해지기 쉽다”고 전했다. 심각하지 않게, 예의바른 미소로 거절하는 것이 제일이다.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
말하지 않아도 찰떡같이 알아주면 좋으련만, 그런 경우가 거의 드물다. 가만히 있으면 불만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일이 허다하다. 오늘도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 끙끙 앓고 있는 사람이 많을 터. 이런 자신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뇌과학자인 가토 도시노리 박사는 “내성적인 성향이라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는 건 금물”이라고 전했다. 힘들어도 “이때다 싶으면 하고 싶은 말을 하라”는 얘기다. 다만 “그런 말을 해도 관계가 깨지지 않을 만큼, 먼저 신뢰관계가 구축돼 있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가토 박사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특히 좌뇌의 기능을 많이 사용하며 살아간다. 그 결과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설명한다. 가령 아침에 출근해 상대의 눈을 제대로 보며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는 동료가 몇 명이나 되는가.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하고 싶은 말을 꺼내려니,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
할 말을 제대로, 분명히 전하기 위해서는 단계를 밟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상대에게 부탁할 것이 있다고 하자. 가능한 상대가 바쁘지 않을 때, 기분이 좋아 보이는 타이밍에 말을 걸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우뇌가 비교적 덜 활성화된 탓에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상황 파악에 서툴다. 그래서 타이밍을 잡지 못한 채 눈치만 보다가 끝나버린다.
가토 박사는 “우선 우뇌의 시각계를 활용해 상대가 어떤 상태인지를 잘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시작은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어떤 색의 넥타이를 매고 있는지 등 관심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목걸이가 예쁘네요” “멋진 넥타이네요” 등 인상적인 면을 하루에 한번 정도 말해본다. 시각적으로 느낀 것을 언어화하고 전달하는 작업은 우뇌와 좌뇌의 연결을 긴밀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무래도 멋쩍어 동료를 대상으로 실천하기 어렵다면 영화나 드라마 등 배우의 표정을 관찰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채플린의 무성영화는 표정, 움직임만을 주목함으로써 무얼 표현하는지, 어떤 기분인지를 읽어내야 하므로 추천한다. 일련의 행동들은 우뇌를 활성화시키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또 애완동물이나 식물을 가까이 하는 것도 좋다. 동식물은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당연히 이쪽에서 먼저 살피고 돌봐줘야 한다. 건강상태는 어떤가, 비료를 주는 게 좋을까 등등 상상을 통해 보살피는 것 또한 우뇌의 활성화로 이어진다.
#집중력이 짧고 쉽게 싫증내는 사람
‘분명 일을 하려고 책상 위에 앉았는데, 얼마 안 지나 인터넷 서핑만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뭐든지 작심삼일에 멈추고 만다’ 이럴 때면 스스로에게 실망감을 느끼게 된다. 이와 관련, 가토 박사는 “같은 일을 되풀이하면 누구라도 지겹다. 그러나 잘나가는 사람은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재미’를 발견하려고 하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가령 반복되는 단순작업이라도 ‘얼마나 단시간에 끝낼 수 있을까’ 등 게임처럼 도전하면서 임하는 것이다. 이처럼 “스스로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다는 건 ‘뇌가 건전한 상태’라는 증거다”고 박사는 덧붙였다. 반대로 쉽게 질리는 사람은 즐거움이나 설렘을 찾지 못하는 상태다.
또한 지나치게 싫증을 내는 경우라면 운동부족을 의심해볼 만하다. 나른하고 만사가 귀찮을 때 흔히 ‘피곤해서 운동 능력이 떨어진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운동과 관련된 뇌를 사용하지 않아 나른해지는 것이다.
가토 박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회사원은 운동부족이 되기 쉽다. 같은 영역의 뇌만 사용하다보면 스트레스가 쌓이는데, 원인은 뇌에 산소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뇌의 다른 영역을 자극하는 것이며, 가장 수월하고 간단한 방법이 바로 운동이다. 무엇보다 집중력과 지속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운동의 가장 큰 장점이다.”
혹시 “지하철역에서 집이 너무 멀다”며 투덜대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실은 ‘행운아’에 속한다. “역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사는 사람은 도보 5분인 쪽보다 틀림없이 뇌의 상태가 좋을 것”이라고 가토 박사는 전했다. 집중력이 고민이라면 주말에 운동으로 땀을 흘려보자. 하루 종일 컴퓨터와 씨름하느라 피곤한 날에는 가볍게 조깅하는 것도 추천한다. 가토 박사는 “운동을 시작하기 전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걷기는 하루 7000보 이상, 1주일에 5만 보 걷기를 목표로 하라”고 조언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