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나선 김승환에 서거석·황호진·유광찬 등 도전장...합종연횡 땐 선거판 ‘안갯속’
전라북도교육청 전경.
#전북교육감 선거 누가 뛰나
올해 전북교육감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는 자천타천으로 8명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 이번 교육감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김승환 현 교육감의 3선 달성여부다. 김 교육감은 지난 1월 11일 일찌감치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 교육감은 ‘현직’이라는 프리미엄이 있다. 표면적으로 현직 프리미엄은 막강하다. 후보자 등록 신청이 시작되는 오는 5월 24일 직전까지 현직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8년 전 진보의 기치를 내걸고 당선된 김 교육감은 재선을 거치면서 다져진 탄탄한 조직력과 현역 단체장의 프리미엄을 얻고 있어 타 후보에 비해 다소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분석이다.
김 교육감은 초·재선 임기 8년여 동안 투명성 확보와 인사 공정성, 학생 인권, 혁신학교, 농어촌 학교 유지 등 여러 분야에서 혁신적인 교육정책을 펼쳐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교육감이 ‘정말 안정적으로 3선을 이룰 것인가’란 질문에는 누구도 선뜻 답을 하지 못한다. 3선 도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김 교육감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중앙 및 지방 정부, 정치권 등과의 불협화음으로 수없이 법정을 들락거리는 등 ‘투쟁적 이미지’ 등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특히 임기 7년 동안 모두 17차례의 재판을 받았으며, 16건은 마무리됐다. 감사원장이 ‘인사개입 의혹’으로 고발한 형사재판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검찰의 항소로 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검찰 항소 결과에 따라 3선을 꿈꾸는 김 교육감에게 상당한 여파가 미칠 수도 있다.
3선에 도전하는 김승환 전북교육감. 연합뉴스
#김승환 ‘3선’ 피로감 불리, 다자구도 경쟁 땐 유리
김 교육감의 출마선언을 기점으로 열흘 사이에 입지자들의 출마선언이 경쟁적으로 뒤따랐다. 현재 김 교육감의 대항마로 서거석 전 전북대총장과 황호진 OECD대한민국 대표부 전 교육관, 이미영 전북지역교육연구소 대표, 유광찬 전 전주교육대학교 총장, 이재경 전 전주교육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대학에서 명퇴를 선택하며 교육감 선거 출마에 배수진을 친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은 지난 1월 20일 ‘사람이 바뀐다 미래가 바뀐다’ 출판기념회를 통해 사실상 교육감 선거에 뛰어들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도내 정치권과 교육계 인사 등 각계 인사 5000여 명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사실상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전북대학교 역사상 처음으로 총장을 두 번 역임한 서거석 전 총장은 국립대 총장 8년 경력을 앞세워 전북교육감 선거의 초점을 중앙과 지방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론에 맞추고 보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특히 그는 위기의 전북대를 환골탈태시켜 국내의 대표적인 거점국립대는 물론 세계 유수의 대학과 실력을 겨룰 정도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황호진 OECD대한민국 대표부 전 교육관도 만만치 않은 교육감 후보다. “교육적폐를 청산하고 소통으로 새로운 교육세상을 열겠다”며 1월 17일 교육감 출마를 공식 선언한 황 전 부교육감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33년 넘게 오직 교육 한길을 걸어 온 교육과 행정의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OECD대한민국 대표부 교육관직을 맡으면서 프랑스에서 4년 반 동안 선진교육을 직접 피부로 느낀 이채로운 이력도 지녔다. 또 교육부 학교정책실 교원정책과장, 전라북도교육청 부교육감직 등을 맡으면서 교육과 교육정책을 통해 교육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다만 이번 선거가 처음인 만큼 조직력이 얼마나 탄탄하느냐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광찬 전 전주교대 총장도 지난 18일 “전북교육을 대한민국 교육1번지로 만들겠다”며 출마 회견을 열고 교육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날 유 전 총장은 “교육은 교육논리로 풀어야지 헌법논리로 풀어서는 안 된다”며 김승환 교육감을 겨냥 직격탄을 날렸다. 유 전 총장도 교육과 행정의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사로 시작해 교수까지, 초중고와 대학을 모두 경험했다. 원칙 속에 소통과 융통성을 발휘하는 교육행정을 강조하고 있다.
2014년 선거에서 2위를 차지했던 이미영 전북지역교육연구소 대표도 지난 20일 전주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사실상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 대표는 지난 4년간 전북의 교육 현안을 놓고 꾸준한 활동을 펼쳐 적지 않은 지지 세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북 도내 시군을 돌아다니며 강연으로 얼굴을 알리고 있는 이재경 전 전주교육장도 1월 25일 “전북의 귀한 딸과 아들이 자신의 꿈과 희망을 실현하는 교육을 만들기 위해 교육감 출마를 결심했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이 전 교육장은 교사에서 출발해 학교장을 거쳐 전주교육장, 전북연수원장으로 근무한 38년 동안의 경험과 현장교육 전문성, 교육행정 실무능력 등은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 전 교육장은 오는 2월 3일 출판기념회를 계획하고 본격 세몰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전 교육장은 지난해 11월 ‘전북교육 개혁’을 목표로 결성된 전북페드포럼을 통해 군산, 김제, 진안 등을 순회하며 정책강연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이밖에도 지난해 9월 출판기념회를 하며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도 페이스북 등을 통해 얼굴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정치권 싱크탱크 및 시민단체에 참가해 온 김윤태 우석대 교수, 전교조 전북지부장을 지낸 차상철 전북교육연구정보원장도 물밑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자구도로 이번 선거가 치러진다면 김 교육감에게 유리하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힘든 승부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교육계 안팎에선 특정 후보가 세를 확산할 경우 진보·보수 진영으로 나뉘어 합종연횡의 전략적 선택을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선거의 특성과 기존 조직의 성향을 고려하면 결국 이 같은 구도가 다시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일부 진영에서는 벌써부터 경선을 통한 후보 단일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후보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1위와 2위간 초접전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전북교육감 권한은 연간 조 단위의 예산 편성 집행권, 3만여 교육가족의 인사권한, 교육시설 교육과정 운영권, 각종 인허가 등이다. 그러나 교육계 안팎에선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막강한 권한을 행사 할 수 있는 자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칠석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