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 기득권 맞서 소수당 사활 건 전투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자유한국당 시의원들은 지난해 12월 22일 시의회 기자실에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문재인정부의 1년 성과에 대한 중간 평가적 의미를 띠며 서민경제를 활성화하고 주민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책임지며 수행할 지역일꾼을 뽑는 중요한 선거”라며 “그런데 선거구 획정위가 제시한 획정안은 과연 서울시민의 지역 대표를 공정하고 올바르게 뽑는 데 적합한 ‘안’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면 서울시의회 소수당인 국민의당 의원들은 획정안에 찬성의 목소리를 냈다. 문형주 시의원은 지난달 29일 “획정위가 각 정당과 자치구에 보낸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취지에서 적극 환영한다”고 했고, 같은날 김용석 시의원도 “진정한 중대선거구를 실시하겠다는 서울시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초안을 지지하며, 획정위가 앞으로 예정된 회의에서도 초안을 그대로 유지해 달라”고 환영의 메시지를 보냈다.
서울시의회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획정위의 획정안에 대해 원론적 입장이다. 그런데 얼마 전 변화의 기미가 감지됐다.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가 1월 21일 자신의 SNS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서울시 자치구 선거구 획정’과 관련된 호소의 글을 남긴 것이다.
심 전 대표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적한 대로, 1, 2번이면 살인자도 당선되는 게 2인 선거구”라며 “서울시 기초의원 선거구 중 2인 선거구가 70%에 달하는 상황에서는 거대양당 후보가 아니면 구의원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서울시 획정위의 수차례 토론과 시민 공청회를 통해 서울시민의 뜻이 집약된 이 전향적인 개혁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이 반대의견을 제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서울시 획정안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실현을 뒷받침하는 전향적인 안으로 추미애 대표께서 직접 챙기셔서 바로잡아주실 것을 요청 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의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는 상태다.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 전화번호를 남기면 전화를 드리겠다”는 답변만을 들 수 있었다. 서울시당 위원장인 안규백 의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의원회관 사무실에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얼마 전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가 거대양당이 획정위 안을 반대하는 이유를 미디어스와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기 밥그릇 챙기기다. 2인 선거구에서는 거대양당이 공천하는 후보가 곧 당선자다. 그런데 4인 선거구가 되면 후보를 두 명씩 내는 경우도 생길 텐데, 자기들끼리 경쟁하기 싫다는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결국 민주당 1명, 자유한국당 1명이 당선되는 구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지방자치·분권 실현’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걸었다. 하지만 정작 집권당인 민주당부터 선거구제 개편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정부가 나서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아니면 또다시 제 밥그릇 챙기기에 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효남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