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중 캐릭터로 불릴 때 기뻐요”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배우 김지원이 단서처럼 붙이던 말이다. 20대 여배우 기근 현상에 시달리는 제작 환경 속에서 김지원은 독야청청 빛나는 배우다. 2016년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이어 지난해 ‘쌈 마이웨이’로 연타석 홈런을 날리더니, 영화 ‘조선 명탐정-흡혈괴마의 비밀’로 스크린까지 정조준했다. 한 번은 우연일 수 있어도 두세 차례 반복되면 그건 운이 아니다. 분명한 실력이다.
“운이 좋고 주변에 감사하는 마음만 가진다고 작품이 잘 되는 건 아니지만, 저는 여태껏 해온 일들이 저 혼자만의 힘으로 된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모두가 함께 노력한 덕분이죠. 제가 긴 무명 시절이나 큰 공백기 없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어요.”
설 연휴 기간 영화 ‘조선명탐정-흡혈괴마의 비밀’로 스크린 도전에 나선 김지원. 사진=쇼박스
김지원은 ‘조선 명탐정’을 들고 설 연휴 기간 관객을 맞이한다. 2011년 첫 등장 후 벌써 3편째를 맞이한, 국내 몇 안 되는 시리즈 영화다. 이전 두 편의 누적 관객수만 865만 명인 터라 관객들의 기대감도 높다. 김명민-오달수라는 명콤비에 김지원이 더해지며 3편의 흥행 추이에 영화계와 관객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팬으로만 접하던 시리즈에 직접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에요. 욕심나는 캐릭터였는데 다행히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잘 이끌어주셔서 큰 무리 없이 촬영한 것 같아요. 촬영하는 내내 ‘이렇게 팀 분위기가 좋기 때문에 시즌제가 가능했나’ 싶었어요. 김명민-오달수 선배님은 ‘쿵’하면 ‘짝’하는 느낌이었죠. 두 분의 이런 호흡을 보려고 ‘조선 명탐정’을 찾는 관객도 있을 거예요. 3편은 코믹 외에 감동적인 부분도 많으니까 더 다채로운 영화가 될 거예요.”
‘조선 명탐정’ 시리즈에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이 참여했다. 1편에는 한지민, 2편에는 이연희가 출연해 ‘화룡점정’을 찍었다. 그리고 3편의 홍일점은 김지원이다. 누구나 욕심낼 만한 작품이자 캐릭터인 만큼 부담 역시 만만치 않았을 법하다. 김지원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작품을 준비했을까?
“앞서 한지민, 이연희 두 선배님이 출연했는데 제가 그 뒤를 잇는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감사하죠. 부담보다는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번 시리즈에는 저 외에도 김범, 이민기, 박근형 선배님 등도 출연하기 때문에 더 볼거리가 많아요. 저는 김명민, 오달수 두 선배님에게 잘 맞춰 나가기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사진=쇼박스
“(웃으며) ‘태양의 후예’ 때는 선배님들이 계셨기 때문에 그런 인기가 가능했던 것 같아요. 배우는 작품마다 맡는 캐릭터가 달라지는데, 극 중 캐릭터로 불릴 수 있을 때 기뻐요. ‘쌈 마이웨이’ 이후에는 팬들이 ‘애라’(극중 이름)라고 불러주셔서 정말 좋았어요.“
김지원은 ‘쌈 마이웨이’를 마친 후 쉴 틈 없이 ‘조선 명탐정’에 촬영에 돌입했다. 상대 배우는 박서준에서 김명민으로 바뀌었다. 김지원은 두 작품에서 각각 멜로 코드도 소화했다. 박서준과 김명민, 김지원에게는 어떻게 다른 파트너였을까?
“‘쌈 마이웨이’에서는 또래 배우들과 연기하면서 동네 친구처럼 재미있게 수다도 떨었다면, ‘조선 명탐정’에서는 선배님들과 연기하면서 더 많은 사랑과 보살핌을 받았어요. 현장에서 계속 칭찬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였죠. 박서준과 김명민 선배님, 둘은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많았어요. 박서준은 ‘쌈 마이웨이’에서 몸을 많이 쓰는 배역을 맡아 지칠 법도 한데 쉬는 시간에도 그 느낌을 유지하려 계속 운동을 했죠. 김명민 선배님도 촬영을 시작하기 1, 2시간 전 등산이나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촬영을 준비한다고 하셨어요. 그런 열정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죠.”
김지원에게 ‘조선 명탐정’ 현장은 연기하는 자세를 가르쳐 준 공간이기도 했다. 3편까지 오면서 조금은 편해질 법도 하지만, 선배들의 몰입도는 오히려 상승했다. 주연 배우로서 완연히 자리 잡은 김지원이 느끼는 바가 큰 대목이었다.
“연기 경력이 오래되면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하지만 오히려 선배님들은 한 장면, 한 장면 더 집요하게 고민하며 연기하셨죠. 쉬는 시간에도 어떻게 더 공감대를 높일 수 있을지 대화를 나누셨어요. 그런 것을 보면서 경력이 오래 됐다고 해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10대 때 데뷔한 김지원. 어느덧 그의 나이도 2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인기가 상승하며 김지원을 바라보는 시선도 많아졌다. 기대치도 상승했다. 그렇기 때문에 20대 후반을 향해 가며 김지원의 고민은 깊어졌다. 과연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
“늘 고민이 돼요. 어찌 보면 제가 작품을 선택한다기보다는, 대본이 들어와야 연기할 수 있는 직업이잖아요. 제가 계획을 세운다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고요. 그래서 일단 주어진 대본 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안진용 문화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