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20세기 전체보다 중 지난 5년 퍼낸 양 많아…인도네시아 섬 24개 사라져
도시를 건설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없어서는 안 되는 원재료라고 하면 모래를 빼놓을 수 없다. 다리를 놓고, 도로를 닦고, 상하수도 배관을 설치하고, 댐을 건설하고, 또 건물을 올리는 데 반드시 필요한 콘크리트의 주원료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모래는 다른 천연자원과 마찬가지로 유한 자원이기 때문에 무한정 퍼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지난 수십년간 도시를 건설하는 데 사용된 모래의 양은 전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하며, 그 고갈 속도는 좀처럼 늦춰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수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신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 그리고 싱가포르나 아랍에미레이트처럼 해안 지역을 개간하거나 인공섬을 건설하는 데 막대한 양의 모래를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 시사 주간 ‘포쿠스’는 전세계에서 모래 유실량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도하면서 무엇보다도 모래에 대한 끝없는 욕망이 불법적인 모래 채취까지 야기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 중서부 타네 강에서 어민들이 낚싯배를 모래 운반선으로 개조해서 사용하고 있다. 사진=포쿠스
인도 뭄바이의 북쪽에 위치한 위성도시인 타네는 예부터 어부들의 도시였다. 하지만 15년 전부터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인근에 산업용 공장이 대거 건설되기 시작하면서 공장 폐수로 강물이 심각하게 오염됐다. 이에 따라 강에서는 물고기는 사라졌고, 결국 어민들은 더 이상 강에 그물을 던질 수 없게 됐다.
때문에 현재 이곳 주민의 주된 수입원은 물고기가 아니라 모래다. 8년 전부터 진흙투성이인 강바닥에서 삽으로 모래를 퍼내는 일을 하고 있는 비노드(29)는 “이곳에서 내다팔 수 있는 것이라곤 이제 모래밖에 없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어릴 때는 아버지와 함께 강에서 물고기를 잡으면서 생활했었지만 이제 그에게 낚시는 아련한 추억이 되고 말았다.
더 큰 문제는 모래 채취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라는 데 있다. 살인적 작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루에 200번씩, 때로는 그보다 더 자주 강바닥까지 잠수해서 들어가고 있는 비노드는 대개의 경우 최대 수심 8m 깊이까지 내려간다. 그때마다 거의 1분 가까이 숨을 참아야 하며, 이런 극한 노동에 대해 비노드는 “그럴 때마다 늘 폐가 터질 것만 같다. 두 눈은 유독성 강물 때문에 타들어가고, 관절 마디는 쑤신다”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양동이 가득 모래를 담은 후에는 배를 육지에 대고 그곳에 대기하고 있는 화물차에 모래를 넘긴다. 그리고 이렇게 넘긴 모래는 뭄바이의 수많은 건설 현장으로 이송된다. 비노드가 모래를 퍼내서 벌어들이는 돈은 하루에 10달러(약 1만 원) 정도. 그것도 벌이가 좋을 때 이야기지 보통은 그보다 적게 버는 날이 허다하다.
이처럼 지난 몇 년 동안 인도에서는 모래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유인즉슨, 20년 전부터 대규모 건설붐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새로운 건물들이 우후죽순으로 올라가기 시작했으며, 도로와 공항도 시시각각 새롭게 건설됐다. ‘포쿠스’에 따르면, 이런 추세대로라면 2030년까지 인도 인구의 절반인 6억여 명이 도시 생활을 할 전망이다.
건설 산업의 호황으로 모래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곳은 비단 인도뿐만이 아니다. 대도시가 번성하고 있는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50년까지 전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도시에서 생활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시 말해 2050년까지 개발도상국의 모래 소비량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최대의 모래 소비국은 중국과 인도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중국은 과거 미국이 20세기를 통틀어 소비했던 양보다 더 많은 양의 모래를 소비했다. 그런가 하면 세계 최대의 모래 수출국은 호주, 미국, 벨기에, 독일, 오만 순이며, 최대 수입국은 캐나다, 싱가포르, 벨기에, 이탈리아, 일본 순이다.
개발도상국 외에 싱가포르와 아랍국가의 경우에는 간척사업의 일환으로 방대한 양의 모래를 소비하고 있다. 작은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의 경우, 모래를 매립해서 늘린 국토 면적만 지난 50년 동안 138㎢에 달했다. 이와 동시에 인도네시아에서는 24개의 섬이 사라졌으며, 모두 모래를 대량으로 퍼내 수출한 곳들이 여기에 해당됐다.
두바이에서는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인 ‘팜 주메이라’를 건설하는 데만 3억 8500만 톤의 모래가 사용됐다.
아랍국의 경우에는 사막 위에 건설된 도시들이건만 건설용 모래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사막의 모래는 바람 때문에 침식돼 둥글고 매끄럽기 때문에 도시 건설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호주에서 모래를 수입해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령 두바이의 인공섬인 ‘팜 주메이라’ ‘팜 제벨 알리’ ‘더 월드’ 등을 건설하기 위해서 수입한 모래는 약 10억 톤에 달하며, 세계 최고층 빌딩인 높이 828m의 ’버즈 칼리파’를 건설하는 데 사용된 모래 역시 호주에서 수입해왔다.
이처럼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지만, 모래는 무한 자원이 아니다. 지구상에서 물 다음으로 중요한 천연자원인 모래가 무분별한 낭비로 점차 고갈되고 있다는 사실을 차츰 깨달은 인도의 정치인들과 행정가들이 뒤늦게나마 불법 모래 채취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재 인도에서는 당국의 허가 없이 모래를 채취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이를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경찰이 보는 앞에서도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해안으로 당당히 들어가 모래를 훔치는 일도 빈번하게 벌어진다. 경찰과 공무원들이 이를 보고도 못 본 체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대부분 양측이 이익을 공유하는 ‘경제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뭄바이 인근의 한 지역 경찰관은 “우리가 단속 계획을 잡으면 일부 경찰관들이 ‘모래 마피아’의 우두머리에게 사전에 정보를 흘린다. 이렇게 될 경우 결국 단속은 허탕을 치게 된다”며 불만을 털어 놓았다.
만일 부패한 정치인들과의 커넥션을 고발할 경우에는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 실제 이를 고발했던 많은 환경운동가들이 과거 살해를 당하기도 했었다. 불법 모래 채취에 저항하는 ‘아와즈 단체’ 소속인 수마이라 압둘랄리 역시 현재 살해 위협을 당하고 있다. 몇 차례 폭행을 당하기도 했던 그는 “우리는 도시 건설 계획을 방해하거나, 개발을 중단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지금보다는 더 많은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인도 정부는 눈을 감은 채 못 들은 척하고 있다. 모래 채취를 단속할 경우 공급 부족 현상이 벌어져 건설업계가 휘청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관료들이 이렇게 모래 채취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모래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환경보호운동가인 데비 고엔카는 “모래 채취는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고도 큰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다. 단 하나 필요한 것이 있다면 트럭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포쿠스’는 모래와 자갈 관련 산업이 10억 달러(약 1조 원) 규모의 대규모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모래는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가령 석영모래의 이산화규소는 유리를 생산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원재료다. 또한 연마제와 광택제에도 모래가 사용되며, 반도체와 화장품 역시 마찬가지다.
모래는 무엇보다도 도시를 건설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원재료다. 현재 채취되고 있는 모래의 95%가 오로지 건설 산업에 사용되고 있을 정도다(지하공사(도로 및 수도, 댐 건설 등)에 37.9%가, 콘크리트 생산에 36.5%가, 아스팔트 생산에 3.8%가 사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포쿠스’는 우리 문명 사회가 모래 위에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했다. 영국의 지질학자인 마이클 월랜드 역시 “모래는 그야말로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현대 생활을 가능케 하는 원재료다”라고 강조했다.
대서양 해안가에서 젖은 모래가 가득 든 양동이를 머리에 이고 있는 여성. 이 양동이는 무게만 50kg이 나간다. 북대서양에 있는 카보베르데 제도의 주민들은 바다에서 퍼낸 모래를 팔아서 먹고 산다. 사진=포쿠스
이처럼 모래에 대한 엄청난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 그동안 몸살을 앓았던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모로코, 시에라리온, 자메이카, 베트남 등이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가장 심각하게 훼손된 곳은 아프리카 북대서양 카보베르데 제도에 속한 산티아고섬이었다. 지난 25년 동안 무분별하게 벌어진 모래 채취로 인해 급격하게 모래양이 줄어들었으며, 그 결과 현재 모래 해안의 3분의 2가 사라진 상태다.
작은 해안 마을인 리베이라 다 바르카에서 모래 채취를 하고 있는 마리아 호세 다 코스타 피레는 “과거에는 해변이 모래로 가득 뒤덮여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바닥 아래에 박혀있는 돌멩이 하나까지 모두 채취해버렸다”라고 말했다.
어머니와 함께 일생을 모래를 채취하는 데 바쳤던 마리아는 “우리가 자연을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우리가 사랑하는 우리 섬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일 말고는 할 줄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도 말했다.
이렇다 할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은 하는 수 없이 모래를 캐기 위해서 바다 깊숙이 잠수해 들어가고 있으며, 비록 파도에 부딪치거나 휩쓸리는 위험이 있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한다. 오래전부터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주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늘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이에 대해 카보베르덴대학의 호세 마리아 제메도 지역 개발 및 토지 계획 연구센터장은 “불법적인 모래 채취는 극심한 빈곤과 실업의 결과”라고 꼬집었다.
무분별한 모래 채취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는 점 역시 분명 심각한 문제다. 모래가 손실되면 해안이 침식되고, 이렇게 될 경우 강물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게 된다. 가령 폭우라도 내릴 경우 강물이 불어나 마을을 덮쳐 가옥이 파괴되거나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논밭이 휩쓸려 나가고, 다리가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 또한 모래의 유실로 강바닥이 내려앉으면 조류의 양이 증가해 물고기가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오늘날 인류는 자연에서 모래가 생성되는 속도에 비해 모래와 자갈을 두 배 이상 더 소비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의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전세계에서 소비되고 있는 모래의 양은 400억 톤가량이다. 이는 적도 부근에 높이 30m 폭 30m의 거대한 장벽을 세울 수 있는 규모에 해당된다.
이에 반해 모래의 공급량은 정체되어 있다. 강바닥의 모래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강물의 흐름에 따라 강하구까지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바다에 도달하기도 전에 거의 대부분 준설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세계 해변의 70%는 현재 사라질 위험에 처해있다. 이와 관련, 독일 키엘대학의 해안지질학자인 클라우스 슈바르처는 “계속해서 이렇게 퍼내기만 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통이 비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