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까지 진출한 스타인데…야쿠자 결탁 소속사서 버는 족족 ‘쪽쪽’
1990년생인 로라의 이국적 매력은 혈통 덕분이었다. 아버지는 방글라데시 사람이었고, 어머니는 일본과 러시아의 혼혈이었던 것. 동양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서구적인 이목구비와 신체 비율을 지닌 로라는 수많은 일본 스타들이 그렇듯 도쿄의 시부야 거리에서 길거리 캐스팅의 대상이 되었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모델 활동을 시작한다.
처음엔 하이틴 잡지에 등장했지만 2008년부터 유명 패션 잡지인 ‘비비’의 화보를 찍었고, 유난히 긴 하체로 런웨이를 걷는 패션모델이 되었다. 2012년엔 드디어 ‘비비’의 표지 모델이 되었고, 자신의 패션 북인 ‘로라!’가 출간되기도 했다. 이즈음엔 이미 각종 TV 버라이어티 쇼를 통해 예능인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을 때였다. 그녀는 천진하고 귀여운 표정을 트레이드마크로 삼아 큰 인기를 끌었다. 볼 풍선 애교는 그녀의 주특기. 2014년엔 MC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2012년엔 가수로 데뷔하기도 했으며, 트위터를 통해 수십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SNS 스타 자리에 등극했다. ‘바실리사’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통해 향수와 미스트를 출시했고,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2016)에서 여전사 코발트 역을 맡으며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하지만 그녀가 가장 위력을 떨친 분야는 광고였다. 2009년부터 굵직한 브랜드의 간판이 되었던 로라는 2014년엔 1년에 무려 15편의 CF를 찍으며 정점에 도달했다. 광고 시장에서의 파워는 계속되는데, 2017년에도 그녀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광고를 찍은 모델이었다. 하지만 이 시기, 아직 27세밖에 되지 않은 젊은 여성 스타의 이면에 감춰졌던 어두운 얼굴이 드러난다.
시작은 ‘주간문춘’의 보도였다. 로라는 소속사인 ‘리베라 프로덕션’에 지난 10년 동안 노예 계약 상태로 묶여 있었다는 것이 골자였다. 리베라 프로덕션은 협박과 금융사기를 일삼는 집단이었으며, 때론 약물을 사용해 소속 스타들을 관리하기도 했다. 대중 앞에선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CF계의 여신이었던 로라는, 익명의 업계 관계자에 의하면 “신경쇠약 직전”의 상태였으며 주변의 지인들에게 끊임없이 자신이 처한 곤경을 호소해 왔다는 것이다. 그 호소가 조금씩 퍼져 언론에 흘러 들어갔고, 급기야 주간지를 통해 공론화된 상황이었다.
게다가 야쿠자와 연예 산업의 결탁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미 조짐은 있었다. 2011년, 유명 코미디언이자 TV 쇼 호스트였던 시마다 신스케는 야쿠자와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눈물의 기자회견을 끝으로 은퇴해야 했다. 그는 2000년대 초 개인적인 문제를 해주면서 야쿠자와 알게 되었는데, 폭행 사건에 연루되어 벌금형까지 받았지만 업계에서 퇴출되지 않았던 건 야쿠자가 뒤를 봐주기 때문이라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한때 고베 지역 보스였던 카사오카 카즈오의 회고록엔 야쿠자와 엔터테인먼트의 메커니즘이 등장하기도 한다. 카사오카는 ‘버닝 프로덕션’이라는 에이전시의 대표로서 소속 스타들을 협박하고, 그들의 가족을 괴롭히고, 스타에게 해가 될 이야기를 언론에 흘리고, 자신의 말을 안 듣는 연예인에겐 일을 주지 말라고 광고 회사나 다른 클라이언트에게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2012년엔 미스 인터내셔널이었던 요시마츠 이쿠미가, 다른 에이전시로 옮기면 죽이겠다는 매니저의 살해 위협에 시달리기도 했으며 스토킹을 당하기도 했다.
야쿠자와 스모계의 유착에 대해선 대대적인 수사와 검거를 벌였던 일본 경찰은, 아직 연예계와 범죄 조직의 부당한 관계에 대해선 적절한 대처를 못하고 있는 상황. 한편 로라는 10년 동안 자신을 올가미처럼 옥죄었던 리베라 프로덕션을 떠나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