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 멤버는 그대로…국민예능의 새 도전 주목
김태호 PD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프로그램 하차” 등 변화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그는 간간히 다른 방송사로의 이적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흔들림 없이 13년간 자리를 지켰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무한도전’ 변화에 대한 절실한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고, 최승호 MBC 신임 사장 취임 이후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 ‘무한도전’의 새로운 길
‘무한도전’의 변화 선언은 2월 초 불거졌다. 13년간 ‘선장’ 역할을 해온 김태호 PD가 하차하고 새로운 연출진이 투입돼 프로그램을 개편하는 방안이 공개되면서다. 이미 MBC는 후임 연출자를 선정하고, 작가진도 새롭게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의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시기가 언제인지, 어떤 식으로 변화를 줄지 등 세부적인 내용은 지금도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이와 함께 김태호 PD의 거취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되는 상황. 연출자의 지위를 내려놓지만 기획에 참여하는 ‘크리에이터’로서 프로그램에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
MBC ‘무한도전’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사실 방송가에서 ‘무한도전’이 갖는 상징성은 상당하다. 단지 13년간 방송을 지속해왔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거대한 팬덤을 가진 유일무이한 프로그램이고, 오락적인 재미는 물론 사회적인 메시지나 움직임까지 꾸준히 만들어오면서 쌓은 영향력도 상당하다.
불가능해 보이는 캐스팅도 ‘무한도전’ 앞에서는 어렵지 않다. 현재 진행하는 특집 ‘토토가’ 시즌3가 대표적이다. 제작진은 해체한 지 17년이 지난 1990년대 인기 아이돌그룹 HOT를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으는 데 성공했다. 무려 3년 동안 캐스팅에 공을 들인 결과다. 할리우드 톱스타 잭 블랙을 섭외해 각종 게임에 참여시키는 기획은 물론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하시마(군함도)를 세상에 알린 시도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무한도전’이 아니면 시도하기도, 성공하기도 어려운 기획이다.
물론 부침이 없던 것은 아니다. 출연자들이 각종 사건 사고에 연루돼 하차하기도 했고 거대한 팬덤이 오히려 프로그램 제작에 영향을 미친 사례도 적지 않다. 새로운 멤버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제작진은 단단히 결속한 ‘마니아팬’을 의식해 ‘경우의 수’를 꼼꼼히 따지는 까다로운 과정도 거쳐야 했다.
열혈 시청자들은 앞으로 ‘무한도전’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시선을 쏟고 있다. 핵심은 출연자들의 변화 여부다. 현재 유재석을 중심으로 박명수, 정준하, 하하, 양세형, 조세호까지 6명의 멤버로 꾸려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방송가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6인 멤버는 최근 구성이 갖춰졌고 멤버들 모두 ‘무한도전’을 함께한다는 의지가 있다”며 “다만 휴식과 프로그램 재정비는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나누고 있다. 피로누적도 풀어야 할 숙제인 만큼 시즌 제도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지상파 예능 시즌 제도 도입 가능성
‘무한도전’의 변화 움직임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지상파 방송사에서의 예능프로그램 시즌 제도 도입 가능성이다. 케이블위성채널에서는 활발히 이뤄지는 시즌 활용은 몸집이 큰 지상파에서는 자주 시도되지 않는다. 때문에 ‘무한도전’처럼 13년간 지속된 프로그램이 탄생할 수 있지만 반대로 지금처럼 제작진과 시청자가 동시에 피로를 호소하는 상황도 직면하게 된다.
김태호 PD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무한도전 하차 등 변화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사진=MBC
방송가에서 시즌 제도를 가장 활발히 이용하는 연출자는 나영석 PD다. 케이블채널 tvN을 활용해 ‘꽃보다 할배’ 등 시리즈를 내놓았고, 현재 시청률 20%를 넘보는 ‘윤식당’, 앞서 ‘삼시세끼’까지 시즌 제도를 활용한 제작으로 인기를 얻는 데 성공했다.
편성이 비교적 자유롭고 자본력도 탄탄한 케이블채널과 달리 지상파는 몸집이 무겁다. 광고 수익과 직결되는 편성에 있어서 시즌 제도나 시리즈를 융통성 있게 활용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도 따른다. 더욱이 시즌 제도를 활용할 경우 광고 수익에도 변화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실제로 ‘무한도전’은 지난해 7주 동안 휴식기를 보내는 과정에서 광고 수익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대체할 프로그램이 마땅히 없다면, 어느 방송사라도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지상파에서 시즌 제도를 그나마 활용하는 곳은 SBS다. ‘싱글와이프’, ‘동상이몽’ 등을 4~5개월 단위로 방송하는 상황. 포맷은 유지하되 시즌 별로 출연자에 변화를 주고 새로운 기획을 추가하면서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더하고 있다.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난다. 수요일 밤 11시대 기존의 예능 강자는 MBC ‘라디오 스타’로 통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청률 순위 변화가 뚜렷하다. SBS가 시즌 제도를 활용해 제작하는 ‘싱글와이프’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라디오스타’는 ‘무한도전’과 더불어 MBC를 대표하는 장수 예능프로그램이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만약 ‘무한도전’이 시즌 제도를 도입한다면 방송가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며 “예능 제작 환경이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