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부당 내부거래 의혹 지주사 아모레G 직권조사…미르·K스포츠 지원으로 전 정권과 교감설도
아모레G의 최대주주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사진)으로 53.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아모레G는 사업회사인 아모레퍼시픽 지분 35.4%를 가진 지주사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제공.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잠정 매출은 5조 1238억 원으로 전년 대비 9.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은 39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8.4%나 감소했다. 재계와 증권가는 한 목소리로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악화 원인은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에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9%가 상승했고, 당기순이익도 6.8%가 늘었다. 화장품 사업 부문만 따로 떼어놓고 봐도 전년 대비 매출은 5%가량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사드 보복이 실적 악화를 설명하는 ‘전가의 보도’가 아닌 셈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에 대한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아모레G는 사업회사인 아모레퍼시픽 지분 35.4%를 가진 지주사다. 유통업계 안팎에선 이번 조사가 기업집단국이 주도하는 만큼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부당 내부거래 등에 대한 의혹과 연관이 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기업집단국은 김상조 현 공정거래위원장이 만든 대기업 전담 부서로 출범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등과 비견됐다. 앞서 기업집단국의 첫 타깃으로 지목된 효성은 조사 과정에서 오너 일가에 대한 그룹 차원의 부당 지원 사실이 적발돼 형사 고발 절차를 밟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기업집단국의 첫 과제로 공익재단을 통한 재벌 기업의 편법 승계 점검, 대기업 지주사의 과도한 로열티 수수, 일감 몰아주기 개선 등을 꼽았다. 공정위 측은 “조사 내용에 대해선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아모레G는 개별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3분기까지 927억 원의 영업수익(매출)을 올렸다.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756억 원) 대비 20% 이상 수익이 급등한 것이다. 지난 3분기 아모레G의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은 679억 원에 달한다.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 수입은 67억 원의 손실이 났지만 배당금 수취로만 688억 원의 이익을 올렸다.
아모레G의 최대주주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으로 53.9%의 지분을 갖고 있다. 2대 주주는 지분 2.93%를 가진 서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다. 1991년생인 서민정 씨는 창업주 할아버지 서성환 전 태평양(아모레 전신) 회장-아버지 서경배 회장에 이은 3세 경영인으로 불린다. 회사 내에서 경영수업을 받던 서 씨는 지난해 8월 중국 유학길에 올랐다. 서 회장이 설립에 관여한 아모레퍼시픽재단,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 성환복지기금, 서경배과학재단 등도 아모레G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 비영리재단 지분율 합은 5%에 달한다. 또 이들 재단은 3.29%의 종류주를 통해 우선 배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아모레퍼시픽 지주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에 대한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유통업계 안팎에선 이번 조사가 기업집단국이 주도하는 만큼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부당 내부거래 등에 대한 의혹과 연관이 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아모레퍼시픽 용산 사옥. 사진 일요신문 DB.
공정위는 아모레G를 포함해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퍼시픽패키지, 퍼시픽글라스, 에스트라, 코스비전 등 7개 회사의 내부거래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이 가운데 화장품업계 3위권인 이니스프리는 장녀 서 씨가 지분 18.18%를 들고 있어 아모레퍼시픽 경영 승계의 핵심 회사로 꼽혀왔다. 이니스프리는 아모레퍼시픽 해외 계열사(AMOREPACIFIC Trading Co.,Ltd 등)로부터 2016년 한 해에만 15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 부당 지원이 있었는지 여부가 공정위 조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아모레G가 지분 99%를 가진 화장품 포장재 회사 퍼시픽패키지, 화장품 용기 제조사 퍼시픽글라스 등도 내부거래 비중이 최대 90%에 달해 이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다만 공정위는 ‘경영상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내부거래를 제재하지 않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사드 보복에 따른 경영난을 겪는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부당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현 정부는 원칙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미르·K스포츠재단 후원과 제주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으로 지난 정권과 ‘교감설’까지 제기됐다. 당초 다음카카오의 단독 참여가 결정된 제주 창조경제혁신센터에는 아모레퍼시픽이 급작스레 참여해 뒷말이 불거졌다. 대기업과 지자체의 1 대 1 매칭이 원칙이었던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 중 복수 기업이 지원한 곳은 제주가 유일하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6월 제주 혁신센터 출범식에 직접 방문해 서 회장과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과 박근혜 정부의 첫 인연은 2014년 시작됐다. 심상배 전 아모레퍼시픽 사장은 2014년 10대 대기업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의 캐나다 국빈방문에 초청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아모레퍼시픽의 건의를 받고 ‘맞춤형 화장품 사업’을 정부부처 주도로 시행했다.
‘친박 실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공개석상에서 서 회장을 “떠오르는 별”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최 전 부총리는 기업 현금배당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주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도입했는데 이 제도는 보유 지분과 배당금이 많은 기업 총수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서 회장이 수혜자로 지목됐다. 같은 해 서 회장은 일명 ‘박근혜 펀드’라고 불리는 청년희망펀드에 30억 원을 기부했다. 공교롭게도 서 회장 누나가 소유한 서울 강남의 한 빌딩에는 박 전 대통령의 미용사 정송주 씨가 운용하는 헤어숍 ‘토니앤가이’가 입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공정위 조사 부분에 대해선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교감설에 대해선) 전혀 들은 바가 없고,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