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이슈 현장 뛰는 ‘행동형’…김, 아이큐 153 ‘분석형’
# 강유미·김의성의 활약 “할 말은 한다”
강유미는 1월 방송을 시작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질문특보’로 활약하고 있다. 한 주간의 정치 현안과 관련한 미션을 받고, 그 이슈에 연루된 정치인을 직접 찾아나서는 ‘행동대장’ 역할이다. 그가 찾아가는 인물은 대부분 이렇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각종 의혹에 연루돼 결국 검찰 포토라인에 선 이명박 전 대통령, 보수단체가 주축으로 진행한 태극기집회 등이다. 그야말로 ‘성역 없는’ 접근이다.
강유미가 현장을 뛰는 ‘행동형’이라면 김의성은 ‘분석형’에 가깝다. 2월 시작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진행자로 나서 매회 굵직한 특종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드라마에도 잘 출연하지 않는 배우가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메인 진행자로 나선 사실은 파격 그 자체다. 더욱이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여러 탄압을 받은 MBC가 경영진 교체와 해직자 복귀까지 대대적인 변화를 이룬 뒤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프로그램이라는 상징성이 크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위치와 역할이 필요한 자리를 배우인 김의성이 차지했다.
김유미가 질문특보로 활약하는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방송 화면 캡처.
그렇다면 이들의 선택은 왜, 시사프로그램이어야 했을까. 표현은 달라도 두 사람의 입장은 비슷하다. “새로움을 찾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개그우먼과 배우라는, 각각 전문 분야에 몸담았지만 사실 이들은 사회적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온 ‘사회친화적 연예인’이다.
김의성은 3년 전 쌍용차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벌인 경험도 있다. 강유미는 KBS ‘개그콘서트’ 출연을 멈춘 뒤 작가로도 활동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였고 기획자로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시사 문제에 있어서는 아마추어의 실력. 특히 강유미는 스스로를 “시사 문외한”이라고 칭한다. 때문에 ‘블랙하우스’ 출연은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었다.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한 그는 “뭔가 새로운 일을 찾는 걸 좋아한다”며 “내 자신이 지금까지 계속 해왔던 분야나 공개 코미디가 아닌, 전혀 다른 색깔의 ‘블랙하우스’ 제안이 솔직히 정말 반가웠다”고 했다.
김의성도 비슷하다. 처음 진행자 제안을 받았을 땐 부담이 상당했다고 털어놓았다. 걱정도 컸다. “배우로서 어떤 고정된 이미지를 갖게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더 나이 들기 전에 이런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출연을 결정했다.
# 비상한 두뇌와 탁월한 응용력 ‘무기’
김의성은 아이큐 153의 소유자다. 전학을 거듭한 중·고교 시절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없는 환경이었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 딱 1년간 공부에 매달린 결과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수재다. 최근에는 영화 ‘부산행’ ‘더 킹’ ‘골든슬럼버’ 등에 출연하며 대중과 가깝게 만나고 있지만 사실 20년 가까이 연기 활동을 하지 않고 베트남에서 드라마 등을 만든 제작자로 일한 경력이 있다. 그렇게 쌓은 경험은 고스란히 그의 자산이 됐고, 지금도 틈나는 대로 책을 읽는 습관 역시 다방면의 지식을 쌓는 데 힘이 됐다.
김의성은 ‘소신’도 확실한 배우다. 바로 그런 면이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와 가장 어우러지는 대목이다. 오랜 시간 인연을 맺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공장 굴뚝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는 모습을 본 그는 ‘오죽했으면’이라는 마음에 자신이 도울 일을 찾았다. 누구도 부탁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피켓을 들고 광화문광장으로 나선 이유다. 쌍용차가 정상화된 뒤 출시한 자동차 티볼리를 구입해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살고 있는 나눔의 집에 기부하기도 했다.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둘 만하다.
김의성이 진행자로 나서는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 화면 캡처.
김의성은 MBC가 정권으로부터 여러 탄압을 받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이들과도 여러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진행자로 나서는 데도 그렇게 나눈 마음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따른다.
강유미는 만만치 않은 응용력과 실천정신의 소유자이다. 각종 현안을 꾸준히 확인하는 일을 하루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행동도 빠르다. 강유미는 3·1절에 맞춰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태극기 집회, 한복판으로도 들어갔다.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을 붙잡고 ‘태극기를 왜 들었느냐’, ‘성조기까지 든 이유는 뭐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이슈 당사자들을 찾아가 돌직구 질문을 쏟아내는 모습은 그의 전매특허가 됐다. 그렇게 얻은 별명은 ‘질문특보’이다.
강유미의 행보는 용기를 동반한다. 다스의 실소유주에 대한 논쟁이 본격 시작된 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찾아가 “다스는 누구 것입니까?”를 외쳤고, 이달 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 구치소에 가서 면회 신청까지 했다. 촬영팀 없이 혼자 면회신청을 하러 들어간 강유미는 시간이 지난 뒤 나타나 “이분께서(박근혜 전 대통령) 아무도 만나지 않으신다고 한다”는 말을 시청자에 생생하게 전달하기도 했다.
논란이나 의혹에 휘말린 국회의원을 찾아가 관련 질문을 던지는 일도 그의 주요 임무다. 얼마 전에는 박 전 대통령의 징역 30년 구형에 대해 ‘사형보다 무례하다’고 말한 자유한국당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국회에 간 그는 김성태 의원을 붙잡고 “무례하지 않은 형량은 몇 년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김 의원은 “시간이 없다”며 자리를 피했다. 이로 인해 강유미는 ‘국회 블랙리스트 1호’라는 웃지 못 할 평가까지 받는다. 자신을 향한 일부의 따가운 시선에 그는 굽힐 생각이 전혀 없다. 최근 방송에서 강유미는 “듣고 싶은 질문만 해야 국민이냐”고 말하면서, 알 권리를 거부하는 국회의원들을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