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 결국 ‘기득권 못내줘’…바른미래·정의당 등 수용 ‘촉구’
지난 11일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서울시획정위)는 시청에서 회의를 열고 구의원 선거구를 159개에서 151개로 소폭 축소하고 당초 35개로 확대할 예정이던 구의원 4인 선거구를 대폭 축소한 7개만 시범 도입하기로 하는 내용의 자치구 선거구 획장안을 확정했다.
서울시획정위는 자치구 선거구가 2인 당선자 위주로 획정돼 거대양당만 독식하는 구조로 이어지면서 소수당의 제도권 진입장벽 노릇을 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11월 공청회를 통해 2인 선거구를 111개에서 36개로 줄이고 3인 선거구는 48개에서 51개로 늘리며 4인 선거구 35개 신설하는 획정안을 제시한 바 있다.
4인 선거구제 신설 및 확대를 통해 선거구에서 1등∼4등까지 당선되도록 해 다양한 세력의 진입을 보장함은 물론 거대정당이 기초의회를 독식하는 폐단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이처럼 한국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4인 선거구제 도입취지가 무색하게 2인 선거구제를 고수하는 것은 기존의 의석수 확보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22일 서울시의회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위원회의 확정안은 우선 절차적 공정성이 결여됐고 원칙 없는 선거구 확정안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악용될 소지가 충분하다”면서 “구의원 선거구의 확대는 주민소통 저하, 책임정치의 실종 등 각종 선거와 관련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민주당 역시 최근 서울시획정위에 반대의사를 전달한 것이 드러나면서 결국 거대양당의 반대에 부딪힌 서울시획정위는 당초 발표했던 35개 4인 선거구를 7개만 도입하는 것으로 대폭 후퇴시켜 박원순 시장에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인 선거구 확대를 선호했던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 소수 정당들은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의 결정에 실망감과 함께 반발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지상욱 정책위의장은 지난 13일 제2차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거대 양당,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의 횡포가 극에 달했다”며 “청년과 여성을 정치권에 많이 진출시키자고 헛된 공약을 하면서 실제 청년과 여성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책인 기초의원 4인 선거구제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서울시당도 지난 11일 논평을 통해 “선거제도의 비례성 강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고 민주당 중앙당의 당론”이라며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의 노골적 반대에 결국 지난해 하반기 발표했던 원안을 대폭 후퇴시킨 선거구 획정안을 최종 의결했다”고 꼬집었다.
정의당은 이어 “기초의회 개혁을 위한 마지막 기회는 이제 서울시의회 의원들, 특히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 서울시의원들의 선택에 달려있다”며 “서울시의회는 작년 하반기에 획정위가 발표했던 4인선거구를 대폭 신설하는 개혁적 획정안으로 수정 제출해 의결해야 할 것”이라고 4인선거구 확대를 거듭 촉구했다.
한편 이번 선거구 최종 획정안은 서울시의회에 제출되며 시의회는 오는 21일까지 선거구 획정 관련 조례 개정안을 의결해야 한다.
15일 현재 서울시의회 의원이 민주당 67명, 한국당이 26명, 바른미래당이 8명, 민주평화당 1명 총 102명으로 민주당과 한국당 양당만으로도 과반수 이상 넘기 때문에 통과가 확실시되며 통과되면 지방선거에 그대로 적용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도입취지인 다양한 정치세력 및 정치신인의 진출 가능성 확대, 정당지지도와 의석수 불일치 해소를 위해서는 4인 선거구로 가야 한다”며 “지난해 11월 공청회를 통해 제시된 4인 선거구 35개 신설 안이 최대한 존중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효남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