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시민토론 공론화’…비대위 동참 미지수
김해시 폐기물소각시설 전경. 사진=김해시
김해시는 지난해 8월 말 시설 이전을 중심으로 하는 폐기물종합처리시설 추진을 철회하고, 현 폐기물소각시설(장유소각장)을 증설하겠다는 현대화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계획 발표에 즈음해 영향권 주민을 중심으로 주민의견을 수렴했다.
이후 시는 부곡주민지원협의체(협의체)와 업무협의를 거쳐 지난 2월 20일 주민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165억 원을 들여 복합스포츠센터 등 주민편익 시설을 건립하고, 난방비 등으로 20년간 310억 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시의 방침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비대위를 구성하고 맞섰다. 비대위가 이처럼 행동에 나선 것은 현대화사업 추진계획 발표에 앞서 허성곤 시장이 2016년 보궐선거 당시 밝힌 ‘장유소각장을 이전하겠다’는 공약이 근거가 됐다. 이전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영향권 주민들로 비대위가 구성되자 논란은 들불처럼 확산됐다.
비대위는 강경 대응도 불사했다. 김해시 등에 따르면 비대위는 시와 협의체가 현대화사업과 주민지원 협약내용을 알리기 위해 영향권 주민들에게 3회에 걸쳐 배포한 안내문과 현대화사업 관련 기사가 실린 지역신문 등을 무단 수거했다.
비대위는 또한 세대별로 방문하며 반대주민 서명부도 작성했다. 특히 비대위는 이를 갖고 지난 2일 허성곤 시장과 면담을 진행하며 협의체가 주민들의 뜻을 무시하고 협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협의체 위원 해촉 및 협약파기, 그리고 소각장 이전 등도 함께 요구했다.
이에 대해 허성곤 시장은 의회추천을 받은 주민대표들로 구성된 협의체 위원을 법을 무시하며 해촉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협의체와의 협약도 법적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체결됐고, 협의체 위원 해촉과 협약무효 등 비대위의 주장은 고문 변호사 자문과 환경부·법제처 등에 질의해 판단하겠다는 뜻도 전달했다.
특히 이날 허성곤 시장은 “비대위 측에서 자체적으로 작성한 반대서명부도 소각시설 현대화사업을 반대하는 단체에서 독자적으로 실시한 조사인 까닭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주민들 전체의사라 볼 수 없다”며 “소각장 현대화사업에 공감하는 시민과 중립적인 입장을 가진 시민 모두 다 함께 참여해 소각장 현대화사업이나 소각장 이전에 따른 서로의 입장, 장단점 분석자료 등 판단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내놓고 공론화 과정을 통해 시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화 이후 양측의 갈등은 더욱 골이 깊어졌다. 시는 비대위 요구사항에 대해 법률 검토를 의뢰하고, 현대화사업에 대한 공론화를 통한 주민의견을 수렴하고자 비대위 측에 공문으로 회의 참석을 요청했다. 하지만 비대위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비대위 측의 한 관계자는 “시가 들러리로 세우려고 일방적으로 내세운 협의체를 주민대표기구로 인정할 수 없다. 이제 우리 비대위가 시와의 협상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비대위는 시에다 향후 모든 사항을 자신들에게 직접 협의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같은 내용으로 신청한 시장면담이 성사되지 않자, 21일 집회신고를 내고 집단행동에 나섰다.
김해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비대위가 지난 2일 시장 면담 당시 행정절차를 보류하면서까지 공론화 등 합리적인 방법으로 주민의견을 더 들어보자고 약속한 내용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반대를 위한 집단행동을 나서는 것에 심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김해시는 이처럼 갈등이 확산 국면으로 접어들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시민토론 공론화’를 추진키로 했다. 시 관계자는 “양측 간 갈등을 해소하고 시민 전체를 위해 필요한 환경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공론화를 통해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시는 또한 비대위 측에 더 이상 시민에게 불편과 혼란을 주는 행동을 자제하고 공론화 과정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한편 현재 김해지역에서 소각시킬 폐기물 발생량은 1일 180톤에 달하지만, 처리 용량은 150톤에 그쳐 일부를 인근 부산과 양산에 위탁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위탁처리 협약 기간도 오는 4월 15일 종료될 예정이어서 자체 소각장 용량을 초과하는 폐기물 처리 대란이 눈앞에 놓였다. 시가 선택한 ‘시민토론 공론화’라는 출구전략이 어떤 해법으로 귀결될지에 시선이 모이는 이유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