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동부구치소 최고층 혼자 사용…박근혜처럼? 여느 범털처럼? 옥중행보 주목
# 모닝빵과 잼으로 구치소에서의 생활 시작
이 전 대통령의 동부구치소 첫 식사는 23일 아침으로 메뉴는 모닝빵과 잼, 두유, 양배추샐러드 등이다. 점심은 돼지고기김치찌개와 마늘쫑중멸치볶음과 조미 김, 깍두기 등이며 저녁은 감자수제비국에 오징어젓갈무침, 어묵조림과 배추김치 등이다. 이는 동부구치소 3월 금요일 식단으로 30일에도 동일한 식사를 하게 된다. 식사를 마치면 세면대에서 식판과 식기를 직접 설거지 한 뒤 반납하게 된다.
동부구치소 측은 이 전 대통령의 수용 생활에 대해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과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에 따라 경호 및 수용관리 측면, 전직 대통령 수용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독거 수용하였으며 전담교도관을 지정하여 계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10억원대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이 전 대통령이 사용하는 독방은 13.07㎡(3.96평)의 면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수용면적(거실면적 10.08㎡)보다 1평 가까이 크다. 기본적으로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은 파면당한 전직 대통령과 정상 퇴임한 전직 대통령이라는 차이가 있는 데다 동부구치소는 지난해 확장 이전하면서 사용하지 않는 유휴 수용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TV, 거울, 침구류(이불, 매트리스), 식탁 겸 책상, 사물함, 싱크대, 청소용품 등 거실 비치 품목은 일반 수용자 거실에 비치된 품목과 동일하며 취침·식사 등 일상생활도 일반 수용자와 동일하게 진행된다는 게 동부구치소의 설명이다.
# 동부구치소는 7성급 호텔
이 전 대통령의 일상이 평소와 가장 달라지는 부분은 취침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이 전 대통령이 제1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직후 화제가 됐던 부분도 이 부분이었다. 매일 새벽 5시에 기상해 조간신문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 청와대 직원들의 업무도 오전 6시에 시작됐다. 이 전 대통령은 대표적인 ‘새벽형’으로 대통령 취임 이전에도 30년 동안 하루 5시간 이상 수면을 취한 적이 없다고 알려졌을 정도다. 반면 구치소에선 오전 6시쯤 기상해 오후 8시쯤 취침해야 한다. 무려 취침 시간이 10시간이나 된다. 물론 이는 구치소 규정일 뿐 조절은 가능해 보인다. 박 전 대통령 역시 서울구치소 입감 당시 보라매방송 등 TV 시청과 관련된 부분이 화제가 됐으나 실제로는 구치소에서 거의 TV를 시청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정기관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에서 서울 남부구치소가 종종 ‘호텔급 구치소’라고 언급되곤 한다. 남부구치소는 2011년 준공돼 1987년 준공된 서울구치소에 비해 시설과 설비가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최순실이 서울구치소에서 남부구치소로 이감되자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여관에서 호텔로 이사 가는 꼴”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순실은 이후 동부구치소로 이감됐다.
남부구치소가 5성급 호텔이라면 동부구치소는 7성급 호텔이다. 동부구치소는 지난해 준공됐다. 아직 1년도 안된 신축 건물로 지상 12층의 최첨단 시설로 지어져 구치소는 기피시설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난방이 잘돼 구치소는 춥다는 선입견을 극복했다는 얘기도 했다.
23일 자정 이명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와 비자금형성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되 서울동부구치소로 수감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 전 대통령은 가장 높은 층인 12층을 혼자 이용하게 된다. 지난해 준공돼 아직 사용하지 않는 공간과 유휴 수용동이 많은 동부구치소라서 비어 있던 12층에 이 전 대통령의 독방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 7성급 호텔이라 불리는 동부구치소에서도 가장 높은 층의 펜트하우스를 사용하게 된 셈이다. 층마다 농구대가 설치된 소규모 운동장이 있어 12층을 홀로 사용하는 이 전 대통령은 운동장 사용 등의 과정에서 다른 수용자와 마주칠 일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내외가 다스 법인카드로 4억 원가량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신봉수 부장검사)가 1995년부터 2007년까지 12년 동안 이 전 대통령 내외가 사용한 다스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는 유독 호텔이 많았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에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1층 스위트룸을 임시집무실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호텔과 인연이 깊던 이 전 시장이 구치소계의 7성급 호텔이라 불리는 동부구치소에서도 가장 높은 12층을 홀로 쓰게 된 셈이다.
# 박근혜처럼 정치 투쟁 이어갈까?
이 전 대통령의 구치소 생활은 이제 시작이다. 관건은 향후 어떻게 지낼지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철저히 홀로 지내고 있다. 외부 면회조차 거의 없을 정도이며 TV 시청도 거의 하지 않으며 독서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심지어 재판까지 거부한 상황이다. 이런 까닭에 박 전 대통령은 철저히 정치적으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범털집합소라 불리는 서울구치소에 있지만 그동안 이곳을 거쳐간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 소위 범털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행보다.
그동안 서울구치소를 거쳐간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은 횟수와 시간 제한 없이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변호인 접견이 가능한 특별접견실을 거의 매일 이용하는 등 일반 수용자에 비해 훨씬 많은 특혜를 누려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의 구속 기간 연장 이후 재판을 거부하면서 특별접견실도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있다. 자기 나름의 옥중 정치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번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과 비슷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이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심사에 불출석했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주4회 재판을 강행하거나 구속 만기 기간(6개월)이 지난 뒤 구속 기간을 연장하면 재판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이 전 대통령의 구치소 생활이 기존 정치인이나 기업인의 행태와 유사할지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거부 이후와 유시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